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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현산 휴양림에서 비멍을 즐기다

등록일 2025-06-24 19:31 게재일 2025-06-25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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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바람이 골짜기를 타고 불어와 더없이 시원한 보현산 휴양림.

주말에 휴양림에 숙박하려면 운이 좋아야 한다. 많은 사람이 신청하니 하늘의 별 따기다. 그래서 우린 금, 토요일 성수기가 아닌 일요일에 입실해서 월요일에 퇴실하니 방이 있었다. 다들 월요일 휴가를 내야 했다. 포항에서 멀지 않은 영천에 자리한 보현산 자연휴양림으로 일요일 오후에 출발했다.

오후 3시부터 입실이라 딱 맞춰 도착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방은 14호실, 건물 한 동씩 떨어져 있고 건물 바로 앞에 주차장이 있어 편했다. 30도가 넘는 더운 날씨였고 비가 예보된 터라 습도 가득한 후텁지근한 여름 날씨였다. 숙소에 들어가니 그 자체로 시원했다. 거실 전면에 창이라 뷰 맛집이다. 맞은편 산이 온통 초록이라 마음이 편안해졌다. 다들 짐도 풀기 전에 마음부터 내려놓았다.

보현산 자연휴양림은 도시와 뚝 떨어진 곳이라 번잡함을 벗어나 천혜의 자연림 내에서 산책하며 휴식‧휴양을 하고, 목재문화체험장에서 체험을 동시 즐길 수 있는 영천의 대표 휴양림이다. 다양한 시설이 있어 가족 단위로 즐기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목재체험장과 우주광장, 어린이 놀이터, 다목적구장, 바비큐장, 야영데크, 출렁다리, 하늘광장까지 돌아볼 곳이 다양했다.

저녁은 가까운 곳에 능이오리백숙 집으로 달려갔다. 돌아오면서 보현댐 출렁다리 야경을 보려고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차를 마셨다. 흐린 날씨지만 호수 뒤의 병풍처럼 산이 겹겹이 엎드려 있어 그 풍경도 일품이었다. 어스름이 내릴수록 먼 산의 빛깔이 푸르러졌다. 출렁다리에 하나둘 불이 켜졌다. 두런두런 이야기하다가는 또 경치에 빠져들었다. 깜깜해져 호숫가에 달과 별 조형물의 빛이 더 환해졌다. 아이처럼 우리도 인증샷을 찍었다.

숙소에 돌아와 파자마 파티를 열었다. 스무살에 만나 30년 이상 알고 지낸 사이라 아무 이야기 없이도 편한 사이다. 거실에 퍼질러져 누군 누워서 누군 기대서 산속의 밤에 들려오는 소리에 귀 기울였다. 밤 벌레 날개 비비는 소리가 어둠을 채웠다. 출발하면서 가져간 보드게임을 꺼냈다. 컬링게임, 카드게임을 하며 맘껏 웃었다.

하도 웃었더니 저녁밥이 다 소화되어 허기가 밀려왔다. 영덕에서부터 온 언니는 쑥떡을 싸 들고 왔다. 쑥향 가득한 가래떡을 콩고물에 굴려 가며 먹었다. 오징어도 씹으며 추억도 함께 질겅거렸다. 새벽이 되어서야 잠에 들었다. 방이 두 개여서 각자 침대로, 바닥에 이불을 깔았다. 산속이라 보일러 약하게 틀었더니 노곤해져 금방 아침이 오도록 깨지 않고 편한 잠을 잤다.

먼저 잠 깬 언니의 탄성에 눈을 떴다. 물안개가 산을 기어오른다. 거실 앞에 고양이 한 마리 엎드려 우리를 구경한다. 궁디팡팡이라도 해달라는 듯 아련한 눈빛이다. 가볍게 샌드위치 만들어 먹고 우린 산책에 나섰다. 신선한 산 공기 마시며 휴양림 곳곳을 누볐다. 휴양관 바로 옆 소나무가 가득한 곳에서 산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었다. 저 멀리 동네가 오밀조밀, 골짜기마다 여름이 한창이었다. 솔바람이 골짜기를 타고 불어와 더없이 시원했다. 비가 곧 쏟아질 거 같아 얼른 숙소로 돌아왔다.

비가 쏟아졌다. 앞산이 보이지 않았다. 비가 잦아들면 앞산이 보이며 시루에 김이 나듯 안개가 걷혔다. 또 비가 쏟아지다 그치길 반복했다. 쏟아지는 빗줄기에 비멍을 때리며 커피를 마셨다. 다들 월요일 아침을 이렇게 한가하게 보내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며 입을 모았다. 며칠 더 묵고 싶다고. 휴양림은 2박이 최대이지만 말이다.

주변에는 영천보현산천문대, 보현산웰빙숲, 천수누림길, 보현산약초식물원, 짚와이어 시설이 있어 산림휴양과 관광, 레포츠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선착순 방식으로 예약하니 7월 8월은 성수기이니 서둘러야 한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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