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 아흐마둘리나(조주관 옮김)
달이 떠오른다
오만한 고뇌에 대한 달의 복수.
몽유병자들이 두 팔을 내밀어
운명인 듯 발을 따른다.
한낮의 무게에 지쳐 버린 투명한 존재
그들은
달빛에 귀 기울이며
거친 의식의 날개로 날아간다.
차갑고 희미하게 빛나며
아무런 약속도 없이
멀리서 나를 유혹하는 예술이
내 동의를 요구한다.
예술의 고통과 그 모든 징후의 매력을
내가 이겨 낼 수 있을까?
무겁게 느껴지는 사물을
달빛으로 빚을 수 있을까?
….
2010년에 작고한, 러시아의 여성 시인 아흐마둘리나의 시. 위의 시에 따르면, 예술가란 존재는 몽유병자인지 모른다. “한낮의 무게에 지쳐버린 투명한 존재”인 예술가는, “달빛에 귀 기울”이며 그 빛이 인도해주는 어딘가로 “두 팔을 내밀어/운명인 듯” 날아가기 때문이다. 그것은 “나를 유혹하는” “모든 징후의 매력”을 “아무런 약속도 없이” 따라가는 예술의 길, “무겁게 느껴지는 사물을/달빛으로 빚”는 길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