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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유병자들

등록일 2025-07-08 18:22 게재일 2025-07-0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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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 아흐마둘리나(조주관 옮김)

달이 떠오른다

오만한 고뇌에 대한 달의 복수.

몽유병자들이 두 팔을 내밀어

운명인 듯 발을 따른다.

 

한낮의 무게에 지쳐 버린 투명한 존재

그들은

달빛에 귀 기울이며

거친 의식의 날개로 날아간다.

 

차갑고 희미하게 빛나며

아무런 약속도 없이

멀리서 나를 유혹하는 예술이

내 동의를 요구한다.

 

예술의 고통과 그 모든 징후의 매력을

내가 이겨 낼 수 있을까?

무겁게 느껴지는 사물을

달빛으로 빚을 수 있을까?

….

2010년에 작고한, 러시아의 여성 시인 아흐마둘리나의 시. 위의 시에 따르면, 예술가란 존재는 몽유병자인지 모른다. “한낮의 무게에 지쳐버린 투명한 존재”인 예술가는, “달빛에 귀 기울”이며 그 빛이 인도해주는 어딘가로 “두 팔을 내밀어/운명인 듯” 날아가기 때문이다. 그것은 “나를 유혹하는” “모든 징후의 매력”을 “아무런 약속도 없이” 따라가는 예술의 길, “무겁게 느껴지는 사물을/달빛으로 빚”는 길이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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