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관계자 침입사실 알고 묵인 유출 대가로 금품 수수 단서 확보
안동의 한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시험지를 빼돌리기 위한 조직적인 공모가 있었던 정황이 드러나 경찰이 해당학교의 전직 기간제 교사 A씨를 구속하고, 학부모 B씨와 이들의 침입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혐의로 학교 관계자 C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이번 사건에는 전직 기간제 교사, 학부모, 그리고 해당 학교 내부 관계자가 연루된 것으로 확인돼 교육계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
경찰과 교육계에 따르면 30대 전직 기간제 교사 A씨와 40대 학부모 B씨가 지난 4일 오전 1시 20분쯤 해당 고등학교에 무단 침입했다가 경비 시스템 경고음이 울리면서 적발돼 경찰에 신고됐다.
A씨와 B씨는 인적이 드문 심야 시간대를 노려 학교에 침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C씨는 이들의 침입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침입할 당시 학교에는 기말고사 시험지가 보관돼 있었다.
경찰은 이번 침입이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 중간·기말고사 시험지를 절취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해 현재 시험지 절취 범위, 유출 시기, 사전 계획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또 C씨가 이들의 범행 사실을 알고도 묵인하거나 방조한 것으로 보고 조사를 진행중이다. 특히 시험지 유출 대가로 금품이 오간 단서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내부 공모의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는 건조물 침입 혐의로 진행 중이나, 시험 유출 및 금전 거래 가능성 등을 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험지를 넘겨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B씨 자녀는 해당 학교 재학생으로 각종 시험에서 상위권 성적을 유지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해당 학생의 성적이 시험 전 문제 유출을 통해 이뤄졌다면 이는 단순 부정행위를 넘어서 내신 기반 입시의 공정성과 신뢰성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학교 관계자는 “A씨와 B씨는 최소 4~5회에 걸쳐 심야 시간대를 이용해 학교에 침입했고, 교무실 및 인쇄실에서 시험지를 빼돌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북교육청도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도내 일반고 전체를 대상으로 학생평가 보안 체계에 대한 긴급 점검에 나섰다. 경북교육청은 CCTV 관리, 출입 기록, 시험지 인쇄 및 보관 과정 등 전반적인 감시 체계를 재점검할 예정이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