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8·2 전당대회를 앞두고 19일 실시된 첫 순회 경선에서 정청래 최고위원 후보가 충청권 권리당원 투표에서 62.77%를 득표하며 박찬대 후보(37.23%)를 큰 격차로 따돌렸다. 정 후보는 이번 결과로 당심(黨心)에서의 우위를 확고히 다지며 유리한 흐름을 잡았다.
전체 선거에서 권리당원 투표 비중이 55%로 가장 큰 만큼, 이번 승리는 정 후보에게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 반면 ‘당정대 원팀 리더십’을 강조해온 박 후보는 향후 대의원(15%)과 일반 국민(30%) 투표에서 ‘골든 크로스’를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두 후보 간 득표율 차이는 25.54%p로, 그간의 여론조사보다 훨씬 컸다. 전날 한국갤럽이 발표한 민주당 지지층 대상 여론조사에서는 정 후보가 47%, 박 후보가 34%를 기록한 바 있다.
박 후보는 정 후보보다 늦게 출마를 선언한 이후 당심에서 점차 따라잡고 있다고 밝혀왔으나, 이번 충청권 경선에서는 그와 다른 결과가 나왔다.
정 후보의 승리 배경으로는 ‘강력한 개혁 리더십’을 전면에 내세운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당내에서 나온다.
정 후보는 정견발표에서 검찰‧언론‧사법개혁을 “폭풍처럼 몰아쳐 전광석화처럼 해치우겠다”며 3개월 내 입법을 공언했고, “국민의힘의 발목잡기에 끌려다니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제사법위원장,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위원장으로서의 이력 등을 내세워 실제 추진력도 부각시켰다.
박 후보는 정 후보와 개혁의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집권 여당 대표로서의 안정적 리더십과 협치를 강조해 차별화를 꾀해 왔다. 그러나 이번 충청권 경선에서는 당원들의 개혁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 후보는 이른바 ‘명심’(明心·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지만, 이 대통령이 “이기는 편이 내 편”이라는 말을 했다는 전언에 따라 투표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정 후보 측은 이번 승리를 바탕으로 20일 영남권 경선을 포함한 향후 순회 경선에서도 권리당원 표심을 확실히 가져오겠다는 전략이다.
정 후보는 “오직 당원, 당심만 믿고 끝까지 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박 후보 측은 그동안 개혁적 이미지가 덜 부각됐다는 점을 인정하고, 앞으로 개혁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선거운동을 전환할 계획이다. 아울러 대의원 조직을 바탕으로 박 후보가 우세를 점할 수 있다는 기대를 내비쳤다.
박 후보 측 관계자는 “충청에서 거의 5대5 내지 역전을 기대했는데 의외의 결과”라며 “충청 한 지역만으로 전체 흐름을 단정하긴 어렵고, 당원들의 개혁 요구가 확인된 만큼 박 후보도 그에 걸맞은 준비가 돼 있음을 강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지난 15일부터 17일 전국 18세 이상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민주당 지지층 조사는 사례수 기준 461명, 표본오차 ±4.6%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