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덕 포항시장 인터뷰
포항이 ‘철의 도시’로서 걸어온 길은 대한민국 산업화의 역사와 맞닿아 있다. 반세기 동안 국가 기간산업의 심장 역할을 했지만,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 중국산 저가 공세, 산업용 전기료 인상, 미국의 고율 관세 등 대내외 악재로 산업 생태계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일부 공장 폐쇄, 현대제철 포항2공장 가동 중단이 이어지며 고용 불안과 지역상권 침체가 현실화됐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본지와 스틸데일리와의 공동인터뷰에서 “철강산업 위기는 기업 차원을 넘어 지역 전체의 생존 문제”라며 “포항이 무너지면 대한민국 제조업 전반이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는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 지정을 신청하고 ‘철강산업 지원 특별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그는 “철강 고도화와 함께 이차전지·디지털·AI 등 미래 신산업과 연계해 친환경 스마트 철강도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시민 체감 위기 완화를 위해 전문인력 고용 기업에 맞춤형 기술·사업화 비용을 지원하고, 자투리시간거래소·취업지원센터·일자리편의점 등으로 구직 접근성을 높였다. 여성 전기기능공 양성, 신중년 취업, 청년 창업 지원도 병행한다. 소상공인 운전자금 이차보전과 포항사랑상품권 발행으로 지역 소비를 촉진하며, 올해만 6092억원을 투입해 3만3800개의 일자리를 만들 계획이다.
지역 철강기업과의 상생에도 속도를 낸다. 포스코와 조성한 ‘스페이스워크’에 이어 직원 기숙사의 시내 이전이 추진돼 지역 경제 활성화가 기대된다. 중소기업에는 1500억원 규모 운전자금, 수출 판로 개척·마케팅·물류비 지원 등 다각적 지원책을 가동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기업 유치와 산업 생태계 혁신을 목표로 투자기업에 세제·보조금·임대료 감면을 제공하고, 1000억원 규모의 투자유치 진흥기금을 조성한다. 이차전지·수소·바이오 특화단지를 조성해 전주기 기업투자가 가능한 혁신 생태계를 마련한다. 2023년부터는 ‘산단 대개조 사업’을 통해 노후 산단을 저탄소 스마트 산단으로 전환 중이다. 총 1915억원 규모로 스마트 에너지 플랫폼 구축, 고급인력 양성, 산단 재생 등을 포함한다. 탄소중립형 자원순환 단지, AI전환 실증 산단 구축사업도 진행 중이다.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HyREX)도 미래 전략산업이다. 포항은 ‘한국형 수소환원제철 실증기술개발사업’ 부지로 선정돼 올해 예타를 통과했고, 시는 인허가와 기반시설 정비 등 전방위 지원에 나선다. 이차전지 분야는 국가전략특구 지정으로 2030년까지 14조원 투자를 이끌었고, 바이오는 포스텍 의대와 스마트병원 설립으로 메가 클러스터를 준비 중이다. 수소는 국내 최초 수소특화단지 지정으로 부품 국산화와 글로벌 시장 선점 기반을 마련했으며, AI 분야는 2조원 규모의 ‘글로벌 AI컴퓨팅센터’ 유치에 성공했다.
그는 “무역장벽·탄소중립 규제 대응, 노후설비 교체, 혁신기술 개발 지원 등은 지방정부 권한을 넘어서는 사안”이라며 중앙정부의 적극적 역할과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포항은 위기 때마다 재도약해온 도시”라며 “시민 역량과 시의 노력을 모아 위기를 기회로 바꾸겠다”고 전했다.
/스틸데일리 손연오 기자·경북매일신문 김진홍경제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