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궁·붓글씨 체험에 무더위도 잊은채 웃음꽃 피운 문화 교류의 장
프랑스 학생들이 전통문화 체험을 위해 경주를 방문했다.
프랑스 렌느시 졸리오 퀴리 고등학교와 인근 4개 대학교 학생들로 구성된 일행 28명과 교사들은 지난 15일 경주향교를 찾아 붓글씨, 국궁, 떡메치기 등 다채로운 한국 전통문화를 체험했다. 관광버스에서 내린 이들은 단순한 여행객이 아닌, 한국의 문화를 깊이 배우기 위해 먼 길을 달려온 문화 탐구자들이었다.
이번 방문은 ‘2025 경주향교 전통문화체험’ 행사의 일환으로, 국제어머니회·한일문화포럼·세계문화교류회가 공동으로 주관했다. 특히 오는 10월 열릴 예정인 2025 APEC 경주 정상회의를 앞두고 국제 교류의 의미를 한층 더했다.
첫 번째 체험은 국궁이었다. 학생들은 활 쥐는 법부터 자세까지 세심히 배운 뒤 활시위를 당겼다. 화살이 과녁에 맞을 때마다 작은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고, 한 학생은 “활을 당길 때 팔과 어깨에 힘이 들어갔지만, 마음이 오히려 차분해지는 느낌이었어요”라며 웃음을 보였다.
이어진 붓글씨 체험에서는 먹을 갈고 붓을 잡은 손놀림이 서툴렀지만, 집중하는 표정만큼은 진지했다. 프랑스 학생들은 ‘사랑’, ‘평화’, ‘경주’ 등 한글 단어를 또박또박 써 내려가며 글씨에 담긴 정서를 천천히 음미했다. 붓끝에서 퍼지는 먹물처럼, 이들의 마음에도 한국의 아름다움이 스며드는 순간이었다.
무더운 한여름 뙤약볕 아래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지만,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더위가 이날의 추억을 더욱 진하게 새겨주었다.
세계문화교류회 관계자는 “이번 체험은 언어를 넘어 마음으로 소통하는 시간”이라며 “서로 다른 문화가 마주할 때 진정한 우정이 피어난다”고 강조했다.
모든 일정을 마친 학생들은 향교 마당에 모여 단체 사진을 찍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낯선 땅에 대한 호기심이 아닌, 새로운 배움을 공유한 친구들의 뿌듯함이 가득했다.
경주향교 이상락 사무국장은 “프랑스 청년들이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전통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앞으로의 국제 교류 활성화에 기여하길 바란다”라며 “매년 지속적으로 이와 같은 문화 교류의 장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는 뜻을 밝혔다.
/임창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