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30년 숙원, 해오름대교가 마침내 돛을 올렸다. 북구 항구동과 남구 송도동을 잇는 물길 위로 차륜의 소음이 활기를 더한다. 교통 분산과 물류 효율이라는 기능적 성적표는 일단 합격점이다. 그러나 영일만이라는 천혜의 도화지 위에 그려진 결과물을 보면 가슴 한구석에 지워지지 않는 아쉬움이 남는다. 과연 우리는 단순히 ‘빠른 길’을 원했던 것인가, 아니면 ‘아름다운 길’을 갈망했던 것인가?
세계적인 해상교량들은 이미 ‘기능’의 옷을 벗고 ‘예술’의 몸을 입었다. 거대한 신의 손이 다리를 받치고 있는 형상의 베트남 다낭 ‘골든 브릿지’는 그 자체로 전 세계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마력이 되었다. 영국 게이츠헤드의 ‘밀레니엄 브릿지’는 어떤가. 보행자를 위한 이 다리는 눈꺼풀을 깜빡이듯 다리 전체가 회전하는 장관을 연출하며 쇠락하던 공업 도시를 예술 도시로 탈바꿈시켰다. 그들에게 다리는 목적지로 향하는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지였다.
해오름대교가 들어선 입지는 영일대와 송도라는 포항의 심장을 잇는 노른자위다. 도심과 바다가 맞닿은 이 희귀한 풍경을 더 장엄하고 예술적인 조형미로 녹여냈더라면 하는 미련이 앞선다.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가 붉은색 외관 하나로 도시의 아이덴티티가 되었듯, 해오름대교 역시 포항의 철강 정신과 동해의 역동성을 담은 독보적인 디자인 철학이 투영되었어야 했다.
이미 놓인 다리를 탓하기에는 이르다. 이제부터라도 ‘기능’ 위에 포항만의 ‘감성’을 덧칠했으면 한다. 교량 상부에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한 야간 경관 조명을 상설화하거나, 다리 위에서 영일만을 조망할 수 있는 예술적 감각의 스카이워크를 보강하는 등 ‘관광 상품화’를 위한 2차 공정이 절실하다.
해오름대교 개통 후 시민들이 쏟아내는 다양한 의견도 폭발적이다. 구조적 문제는 이미 공사가 다 된 마당에 논할 필요가 없지만 교량 방호벽을 두고선 근시안적 공법이라는 지적이 강하다. 최근 개통한 영덕~포항 고속도로를 달려보면 방호벽 높이가 낮아 동해 바다가 한 눈에 시원하게 들어온다. 그 덕에 이 고속도로는 한번쯤 달려보고 싶은 길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해오름대교 방호벽은 차량보다도 높아 영일만바다와 내항 조망을 가로막아 버린 느낌이 든다. 교량 방호벽 양측에 설치한 철망도 눈에 거슬리게 해 놓았고, 방호벽도 마감이 안 돼 부자연스럽기 그지없다.
다리는 도시의 얼굴이다. 해오름대교가 단순한 출퇴근길의 연장이 아니라, 세계인이 찾아와 셔터를 누르고 경탄하는 포항의 ‘마스터피스’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길은 연결하는 것이지만 예술은 머물게 한다.
/임창희 선임기자 lch8601@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