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복선
당신은 내 머리에 초록 잎사귀를 꽂아 주세요
나는 붉은 열매를 당신 재킷 주머니에 꽂을게요
저 눈부신 첫눈의 아침을
우리가 나란히 손잡고 걸어가다니요
오랜 전생부터 꿈꿔 온 이 삶,
얼마나 슬프고 아름다웠던지 이미 잊었지만
당신의 미소와 목소리로 모든 걸 알아챘답니다
거친 들판 찬비를 맞더라도
이제, 초록 잎 붉은 열매 총총한
한 그루 나무가 되기로 해요
…
연시를 만나기 힘든 시대다. ‘나’를 ‘당신’에게 주는 사랑이 이해되지 않기 때문, 그래서 위의 시와 같은 연시를 보면 더 반가운 마음이 든다. 당신이 “내 머리에 초록 잎사귀를 꽂아 주”고, ‘나는’ “당신 재킷 주머니에” “붉은 열매를” 꽂아 주면서, 둘은 같이 “찬비를 맞더라도” 하나의 나무가 되어 완성된다. 시인은 이 완성이 “전생부터 꿈꿔 온” 것이라고. 지금 만난 당신이 전생의 연인이었음을 직감했나 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