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잇는 ‘공존의 장’ 기대
대구 수성구 만촌2동에 새로운 어르신들의 사랑방, ‘달빛 경로당’이 문을 열었다. 단순한 건물이 아닌, 지역 공동체가 오랫동안 염원해 온 숙원의 결실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는 남다르다.
지난 8일 열린 개소식에는 김대권 대구 수성구청장과 조규화 수성구의회 의장을 비롯해 시·구 의원, 대한노인회 수성구지회 임원, 지역 단체장과 주민 100여 명이 참석해 경로당의 첫걸음을 함께 축하했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시설이 제 모습을 드러낸 자리에서 주민들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빛났다.
달빛 경로당은 노인 여가 복지시설이 부족한 만촌2동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추진됐다. 국비와 구비를 합쳐 19억원이 투입된 사업으로, 2022년 대지 매입을 시작으로 2023년 설계를 거쳐 2024년 4월 착공, 올해 9월에 준공했다. 이러한 과정은 단순히 시설 건립이 아니라 지역사회가 한마음으로 추진해 온 염원의 기록이다.
수성구 만촌동 975-20번지에 새로 문을 연 경로당은 지상 2층, 연면적 199.88㎡ 규모의 아담하면서도 기능적인 공간으로 조성됐다. 1층에 ‘할아버지 쉼터’, 2층에 ‘할머니 쉼터’를 나란히 마련한 구상은 세심한 배려를 엿볼 수 있으며, 옥상 텃밭은 어르신들의 정서적 안정을 돕는 동시에 작은 기쁨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경로당의 이름 ‘달빛’은 단순한 명칭이 아니다. 옛 명나라 장군 두사충이 달빛을 바라보며 고향을 그리워했다는 이야기와 ‘달빛 동네’라 불리며 이어져 온 역사적·지리적 정체성이 함께 녹아 있다. 이는 경로당이 지역 전통과 어르신 삶을 잇는 상징적 공간임을 일깨운다.
개소식에서 보여진 한빛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의 공연은 이날의 의미를 더욱 풍성하게 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어르신들의 미소와 어우러지며, 경로당이 단지 노인만의 공간을 넘어 세대를 잇는 공존의 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고 지역 공동체의 새로운 구심점 역할을 했다.
김대권 구청장이 “달빛 경로당이 어르신들의 여가와 소통의 중심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힌 것은 단순한 덕담이 아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오늘날, 어르신들의 삶의 질은 곧 지역사회의 품격과 직결된다. 달빛 경로당은 노인 복지의 한 축이자 더 나아가 공동체가 얼마나 따뜻하고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될 것이다.
달빛 경로당의 개소는 작은 시작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지역사회가 미래를 준비하는 지혜가 담겨 있다. 어르신에게는 쉼과 교류의 장을, 지역에는 세대 화합의 상징을 제공하는 이 공간이 앞으로 더욱 빛을 발하기를 기대한다.
김윤숙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