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서 최근 3년간 211명 무단이탈… 전남·전북 이어 전국 세번째 많아
의성군에서 사과 농가를 운영중인 A씨는 지난 6월 필리핀 출신 근로자 2명을 배정받았지만, 이들 중 1명이 도착 3일 만에 연락이 두절됐다.
A씨는 “숙소에 짐은 그대로 있고, 출근 당일 아침부터 보이지 않았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지자체에서는 문자 통지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청송군의 고추 농가에서도 베트남 출신 근로자 3명이 수확철 직전 무단이탈 했다. 농장주는 “수개월간 준비한 인력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니 수확애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며 “브로커가 개입했다는 소문도 돌았다”고 전했다.
경북도가 농촌 인력난 해소를 위해 E-8 비자를 통해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적극 도입해왔지만 관리 체계의 허점이 드러나면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경북도는 농촌 고령화와 지방소멸 위기 속에서 외국인 계절근로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의성·청송·영양 등 농업 중심 지역은 인력 수급이 지역 경제의 핵심이기 때문에 무단이탈 문제는 단순한 행정 이슈를 넘어 지역 생존과 직결된다.
하지만 최근 3년간(2023년~2025년 상반기) 경북에서 무단이탈한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전국 1944명 중 211명으로 전남 922명, 전북 279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고령화가 심각한 경북 북부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무단이탈은 대부분 농가 배정 직후 또는 출국 예정 시점에 발생하고 있으며 필리핀·베트남·캄보디아 등에서 입국한 근로자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경북 각 지자체에서는 무단이탈 발생시 문자 통지(SMS) 외에는 실질적인 대응 수단이 없으며, 법적 제재도 어려운 상황이다. 브로커 개입, 표준계약서 미비, 보험 미가입 등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계절근로자에 대한 표준계약서 도입, 보험 의무화, 공공형 사업장 지정, 브로커 처벌 조항 등이 포함된 ‘농어업고용인력 지원 특별법 개정안’이 지난 7월 국회를 통과했지만, 이마저도 외국인 근로자의 무단이탈을 직접적으로 막기보다 제도적 보호와 관리 강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이탈을 줄이는데 그친다는 지적이다.
다만 개정안에는 운영기관의 책임 강화와 벌칙 조항 도입이 포함돼 제도 운영자나 고용주가 법을 위반할 경우 제재가 가능해졌다.
경북도 관계자는 “농촌의 인력난 해소를 위해 외국인 근로자 유치는 불가피하지만 무단이탈 방지를 위한 제도적 보완과 농가의 인식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해결 방안으로 공공형 농장 확대, 근로자 정착 지원 프로그램 강화, 브로커 개입 차단을 위한 국제 협력, 그리고 농가 대상 교육과 계약 관리 시스템 도입을 제안하고 있다. 무엇보다 외국인 근로자를 지역 공동체의 일원으로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