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제철소, 젊은 철강인의 열정이 내일을 만든다 ‘STEEL THE NEXT’ : ⑪화성부 선탄공장 최준혁 대리
고교시절 ‘철의 매력’ 발견, 포스코 입사
코크스 품질 결정하는 선탄공장서 근무
석탄 투입량·배합 관리, 데이터 확인 등
24시간 설비 가동, ‘원팀’으로 안전 책임
- 자기소개와 현재 맡고 있는 업무에 대해 소개해달라.
나는 포항제철소 화성부 선탄공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최준혁 대리이다.
제철소의 핵심 연료인 코크스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원료탄을 관리하고 적절히 배합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쉽게 말하면, 코크스를 만들기 전에 석탄을 미리 선별하고 관리해서 ‘코크스가 잘 나오도록 밑작업을 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선탄공장에는 각국에서 다양한 종류의 석탄이 들어온다. 겉보기에는 다 비슷한 석탄같지만 실제로는 성분과 강도, 수분 등 특성들이 조금씩 다르다. 나는 이런 원료탄을 저장하고 옮기는 설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하고, 투입량과 배합 비율을 확인하며, 이상 징후가 없는지 데이터를 통해 수시로 살펴본다.
석탄의 관리와 배합 단계는 사실상 코크스의 최종 품질을 결정짓는 과정이다. 이 단계에서 작은 오류가 생기면 고스란히 코크스 품질 저하로 이어지고, 나중에 쇳물을 얼마나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지에도 영향을 준다. 이처럼 코크스의 품질이 곧 고로 조업의 안정성과 직결되기에, 선탄공장에서 내 업무는 제철소 전체 공정의 안정성을 책임지는 시작점이라고도 할 수 있다. 눈에 띄는 화려한 공정은 아니지만, 원료 관리와 배합 단계가 잘 이행되어야 포스코의 경쟁력 있는 철강 제품이 세상에 나올 수 있다. 이 부분이 내가 현재 업무에 큰 책임감을 느끼는 이유임과 동시에 가장 큰 자부심을 느끼는 지점이다.
- 포스코에 입사하게 된 계기는?
고등학교 시절 금속재료과에 입학해 전문적으로 철을 공부하다 보니, 건물·자동차·선박·가전제품 등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되는 수많은 것들의 바탕에 철이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느껴졌다. 같은 철이라도 성분과 공정에 따라 전혀 다른 특성을 가지게 되고, 그에 따른 쓰임새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점이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물론 전공 공부를 하면서 진로에 대한 고민도 많았고, 공부가 손에 잘 안 잡히는 시기도 있었다. 그렇게 마음이 흔들리던 시기에 우연히 내 머릿속에 다시 떠오른 문구가 있었다. 바로 포스코의 슬로건이었다.
“소리 없이 세상을 움직인다”
처음에는 그저 캐치프레이즈 중 하나라고만 여겼던 이 말이 어느 순간 내 마음을 강하게 두드렸다. 철은 겉보기엔 둔탁한 이미지가 있지만, 결국 ‘산업의 쌀’답게 세상을 움직이고 사람들의 삶을 지탱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소리 없이 강인한 힘의 일원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고, 그 마음이 다시 공부에 매진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덕분에 방황하던 시기를 극복하고 다시금 목표를 포스코에 맞추게 되었다. 나에게 포스코 입사는 단순한 취업이 아니라, 오랜 시간 고민해 온 과정과 한 문장의 울림이 만나 만들어낸 결론이라고 생각한다.
- 현재의 팀을 소개한다면.
우리 팀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위기 상황에서 하나로 뭉치는 “원팀(One Team)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설비를 24시간 가동하는 현장 특성상, 아무리 관리를 철저히 해도 예기치 못한 변수가 발생할 때가 있기 마련이다. 갑자기 컨베이어 벨트가 멈추는 등 조업에 지장이 생길 상황이 발생하면, 파트장의 지휘 아래 주임을 필두로 누구 하나 빠짐없이 팀원 전원이 합심해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또한, 급박한 상황일수록 안전에 더 신경을 쓴다. 우리 팀에게 안전은 단순한 수칙이 아니라 동료에 대한 약속이다. 나의 안전이 지켜져야 동료도 행복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서로를 지켜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이러한 동료애 덕분에 거친 현장에서도 팀원 모두가 각자의 역량을 100% 발휘해, 안전하고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
- 입사 이후 가장 도전적이었던 순간이나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순간은?
2년 전 QSS 개선리더로 활동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당시 신규 설비가 말썽을 일으켜 석탄 저장고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로 인해 서로 다른 석탄을 정해진 비율대로 섞는 배합비가 틀어지는 일이 발생했고, 비싼 원료를 더 쓰거나 품질 조정을 위한 추가비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었다. 우리 개선리더 팀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장 데이터를 모으고 원인을 분석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신규 설비를 재개조했고, 석탄 저장고 사용률을 다시 100%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 이로써 원료 배합 단가를 정상화해 회사 수익성 개선에 기여할 수 있었다. 이 성과를 인정받아 우리 개선리더팀은 제철소장상을 받았다. 성과공유회에서 임원분들 앞에서 직접 개선 사례를 발표하는 영광도 누릴 수 있었다. 이 경험이 회사 생활에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 중 하나다.
현장 경험 바탕 자격증 등 공부하며 성장
직원들 노하우·스마트 기술로 한층 진화
육아휴직 등 든든한 육아 복지제도 혜택
이론·실무 겸비한 독보적인 전문가 될것
-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평소 어떤 노력들을 하는지?
현장의 경험과 실전은 분명 업무 전문성을 끌어올리는 데 좋은 바탕이 된다. 하지만 실전 경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현장 경험과 노하우에 이론의 깊이를 더하자’라는 마음가짐으로, 매년 자격증 한 개씩 따는 것을 목표로 삼고 꾸준히 공부를 이어가고 있다. 교대 근무를 하며 공부를 병행하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았지만, 짧게는 하루 30분이라도 책을 보고, 휴무일에는 오로지 공부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그런 과정 끝에 금속재료기사와 산업안전기사 자격증을 먼저 취득했고, 이후 제선기능장과 제강기능장까지 취득할 수 있었다.
제선·제강 관련 이론과 조업을 함께 공부하고 나니, 내가 다루는 원료탄이 코크스를 거쳐 용광로와 제강 공정을 지나 어떤 과정을 거쳐 최종 제품으로 이어지는지, 공정 전체의 흐름이 머릿속에 하나의 그림처럼 그려지기 시작했다. 그저 설비를 고치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 왜 이런 조건이 중요한지, 이 한 번의 조작이 뒤 공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까지 함께 생각하게 되었다.
- 포항제철소에서 일하면서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순간은?
앞서 언급했던 QSS 활동도 그 순간 중 하나다. 추운 겨울날 6기 코크스 시운전팀으로 차출돼, 여러 동료와 함께 노력한 끝에 설비가 안정 조업 단계에 들어갔을 때도 스스로가 이 조직에 보탬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 크게 와 닿았다.
하지만 내가 가장 자랑스럽다고 말할 수 있는 순간은, 어떤 특정한 날이 아니라 ‘지금, 이 현재’이다. 선탄공장은 제철소의 심장인 고로에 안정적으로 원료를 공급하는, 말 그대로 혈액을 보내주는 역할을 한다. 내가 서 있는 이 공정이 흔들리면 그 영향은 고로와 코크스, 나아가 제철소 전체 조업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설비 하나하나의 상태를 꼼꼼히 체크하고, 작은 이상 징후라도 놓치지 않으려 귀를 기울이며, 안전 수칙을 지키기 위해 일부러 한 번 더 멈춰 서서 확인하는 일을 반복한다. 그렇게 거대한 제철소의 설비와 공정이 한 치의 멈춤 없이 돌아가는 모습을 마주할 때면, 가슴 안쪽에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뜨거운 자부심이 올라온다. 나와 동료들이 지켜낸 이 ‘당연한 일상’이 사실은 전혀 당연하지 않은 결과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매일 반복되는 이 현재가 쌓여 나의 경력이 되고, 포항제철소의 경쟁력이 된다고 생각할 때, 나는 오늘도 아주 자랑스럽다.
- 회사에서 잘 누리고 있는 복지 제도가 있는지?
회사 복지제도 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육아 관련 제도다. 아이를 키우고 있다 보니 출산장려금을 비롯해 육아휴직, 자녀 장학금, 어린이집 지원, 학자금 제도까지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체감이 된다. 내년이면 둘째 아이가 태어나 두 아이의 아빠가 되는데, 이러한 회사의 든든한 시스템 덕분에 양육에 대한 경제적·심리적 부담을 많이 덜 수 있어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동기들도 여러 복지 중에서 육아 제도를 가장 만족스럽게 꼽을 만큼, 회사가 구성원의 가정을 함께 책임지려는 의지가 분명하게 느껴진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건강관리 차원의 복지이다. 매년 사내 의료기관이나 사외 지정 의료기관에서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고, 필요할 때는 사내 의료기관에서 물리치료를 받거나 일반 상비약 처방까지 무료로 받을 수 있어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작은 불편이나 컨디션 난조를 방치하지 않고 초기 단계에서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은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 특히 의미가 크다고 느낀다. 이처럼 육아와 건강에 대한 회사의 체계적인 지원 덕분에, 가정에서는 가장으로서, 직장에서는 현장 기술자로서 역할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느낀다. 복지제도가 단순한 혜택을 넘어 직원이 오래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기반이 되어 주고 있다는 점이 회사의 큰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 국내 철강업계의 미래를 책임질 세대로서, 앞으로 어떤 변화나 발전을 기대하고 있는지?
나는 지금 국내 철강업계가 아주 큰 전환점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바라보는 미래의 철강업, 그리고 선탄공장의 모습은 한층 스마트해진 첨단 일터이다. 먼저, 선탄공장은 더 이상 석탄을 부수고 섞는 데 그치는 곳이 아니라, 제철소 전체 경쟁력을 좌우하는 스마트 원료센터로 진화할 것이다. 지금까지 선탄 조업은 베테랑 선배들의 감과 오랜 경험에 많이 의존해 왔지만, 앞으로는 원료탄의 특성, 설비 상태, 조업 조건 등이 모두 데이터로 수치화되고, AI와 빅데이터, IoT 기술이 본격적으로 현장에 접목될 것이다. 동료들의 노하우와 첨단 기술이 만나 더 높은 효율과 생산성을 갖춘 공간으로 거듭날 것이다. 또한 밀폐형 설비와 최첨단 집진 시스템을 바탕으로, 말 그대로 맑은 공기가 느껴지는 공장으로 바뀔 것이라고 믿는다. 이미 일부 구간에서는 밀폐 설비가 구축되고 있고, 집진 시스템도 지속적으로 개선되면서 환경이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 이런 변화가 선탄공장 전체, 더 나아가 제철소 전체로 확산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 앞으로의 포부나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나에게 ‘기능장’이 현장 실무의 정점이었다면, 그다음 단계인 ‘기술사’는 이론과 엔지니어링의 정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음 목표는 금속재료·제련·가공 세 분야의 기술사를 차례로 취득하는 것이다. 훗날에는 이론과 실무를 두루 소화해 내는 독보적인 전문가가 되고 싶다. 단지 설비를 고치는 데 그치지 않고 문제의 근본 원인을 짚어내고, 공정 전체를 생각하며 명쾌한 해답을 내놓는 포스코의 기술자로 성장하고 싶다. 그리고 지금까지 쌓아 온 경험과 노하우를 혼자만의 자산으로 남기지 않고, 선배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으며 성장한 만큼 후배들에게도 그 역할을 해 주고 싶다. 향후 10년 뒤에는 후배들이 업무나 진로 등으로 고민이 생겼을 때 가장 먼저 떠올려 믿고 찾아올 수 있는 그런 선배가 되고 싶다. 또한 공부하는 현장 분위기를 만드는 데도 기여하고 싶다. 현장이 그저 주어진 일만 처리하는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업무 개선 활동이 이뤄지는 ‘모두가 성장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내가 먼저 공부하고 여러 도전 과제에 뛰어들며, 그 과정에서 배운 것들을 아낌없이 나누어 다 함께 성장하는 문화를 정착시키는 첫 디딤돌이 되고 싶다.
아빠로서의 목표도 있다. 나는 첫째 아이와 내년에 태어날 둘째 아이에게 ‘늘 도전하는 아빠’로 기억되고 싶다. 퇴근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도 책상 앞에 앉아 공부하는 내 뒷모습을 보며, 우리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이런 메시지를 가졌으면 한다.
“우리 아빠도 힘들지만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니까, 나도 내 꿈을 위해 노력해 봐야겠구나”
집에서는 따뜻하고 믿음직한 가장으로, 회사에서는 실력과 태도를 모두 인정받는 기술자로 서고 싶다. 앞으로도 이론과 현장 노하우를 바탕으로 철강계 전문가가 되겠다는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가면서, 가정에서는 존경받는 아빠로, 회사에서는 믿음직스러운 기술인으로 성장하고 싶다.
- 미래의 철강인들에게 한 마디 하자면?
현장은 사소한 방심 하나가 겉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곳이다. 초반에는 긴장감 덕분에 자연스럽게 두 번, 세 번 확인하지만, 익숙해질수록 오히려 확인이 줄어들고 절차가 형식적으로 변하기 쉽다. 그래서 나는 후배들이 ‘처음의 태도’를 오래 가져가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무조건 똑같이만 일하라는 뜻이 아니라, 처음 가졌던 진지함과 책임감, 기본을 지키려는 마음을 놓지 않았으면 한다. 그것이 내가 후배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현장 철학이며, 동시에 나 자신에게도 계속 지키려고 노력하는 약속 중 하나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