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군의회(의장 이철호)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김기창, 이하 예결특위)가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닷새간 진행된 ‘2026년도 세입·세출 예산안’ 심사에서 집행부의 예산 편성을 강도 높게 검증했다.
이번 예결특위는 기획예산과, 총무과 등 25개 전 실과소를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며, 의원들은 관행적인 예산 편성, 중복 투자, 실효성 없는 행사성 경비 등을 집중적으로 파고들며 ‘현미경 심사’를 펼쳤다.
의원들은 불요불급한 공사나 중복 투자를 막기 위해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성낙철 의원은 “유사한 성격의 행사는 과감히 통폐합하여 예산 누수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지난해 보류되었던 군청 리모델링 사업의 재추진 이유와 민원실 카페 리모델링의 시급성을 따져 물었다. 또한, 해외무역사절단 지원이 단순한 외유성 행사에 그치지 않도록 실질적인 지원책 마련을 촉구했다.
성원환 의원은 “군민체육관 실내 확장 공사에 막대한 예산을 들이기보다, 새마을금고 3층에 있는 기존 군민탁구장 유휴 공간을 활용하는 것이 예산 절감과 시설 집적화 측면에서 훨씬 효율적”이라며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김기창 위원장 역시 “도시경관사업과 고도경관사업은 성격이 유사한 만큼, 부서 간 칸막이를 없애고 사업을 연계하여 예산을 절감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주문했다.
주민들의 삶의 질을 위협하는 환경 및 재난 문제에 대해서는 날 선 지적이 이어졌다. 성낙철 의원은 고령산단 내 대기오염 배출 업체들의 집진 시설 운영 실태를 꼬집으며 집중적인 관리·감독을 요구했고, 다산면 산림의 70%를 초토화시킨 소나무재선충병 문제에 대해 수종 전환 등 근본적인 대책을 촉구했다.
김명국 의원과 유희순 의원은 개진산업단지 등 지역 곳곳에서 발생하는 악취 문제와 폐수장 관리 부실을 지적하며, 악취 저감을 위한 예산 증액과 지속적인 단속을 강력히 주문했다.
복지 및 지역경제 활성화 예산은 ‘군민 체감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유도했다. 나영완 의원은 “행복한 보금자리 만들기 사업의 경우, 단순히 혜택 가구 수를 늘리기보다 가구당 지원 금액을 현실화하여 실질적인 주거 환경 개선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명국 의원은 보훈회관 건립, 경로당 행복밥상 지원 등 대규모 예산이 수반되는 사업은 사전에 의회와 군민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소통할 것을 당부했으며, 공영주차장의 유료화 전환 검토 등 효율적인 운영 방안을 제시했다.
유희순 의원은 “6월 신규 개소하는 다산면 청소년문화의집 운영비가 기존 대가야읍 시설과 유사한 수준으로 과다 편성되었다”고 지적하며 예산 산출 근거를 꼼꼼히 따졌다.
농업 분야 심사에서는 ‘실효성’이 화두였다. 성낙철 의원은 “막대한 예산을 들인 ‘고령드론센터’를 두고 관외 업체에 방역 위탁을 주는 것은 낭비”라며 농협과 연계한 센터 활성화 방안을 주문했다. 또한 기상청 데이터가 있음에도 군비 100%를 들여 별도의 기상 용역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효용성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집행부는 “지역 특화 작물에 맞는 데이터 재가공이 필요하다”고 해명했으나, 의원들은 예산 낭비 요인이 없는지 철저히 따졌다.
농가 편의를 위한 인프라 확충 요구도 빗발쳤다. 김명국 의원은 개진면 부리 지역에 소규모 농기계 임대사업소 설치를, 나영완 의원은 생산성이 높은 연동 하우스의 단지화 지원을 각각 건의했다. 두 의원은 “농민 수요가 높은 사업은 예산을 과감히 늘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기창 예결위원장은 심사를 마무리하며 “어려운 재정 여건 속에서 편성된 예산인 만큼, 선심성·낭비성 예산은 과감히 삭감하겠다”며 “삭감된 재원은 군민의 삶의 질 향상과 직결되는 민생 사업에 쓰이도록 끝까지 꼼꼼히 살피겠다”고 말했다.
/전병휴기자 kr583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