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양희
속에서 불꽃을 피우나 겉으론
한줌 연기를 날리는 굴뚝 같은
세찬 물살에도 굽히지 않고
거슬러 오르는 연어 같은
속을 텅 비우고도 꼿꼿하게
푸른 잎을 피우는 대나무 같은
폭풍이 몰아쳐도 눈바람 맞아도
홀로 푸르게 서 있는 소나무 같은
붉은 꽃을 피우고도 질 때는
모가지째 툭, 떨어지는 동백 같은
불굴의 정신으로
자신에게 스스로 유배를 내리고
황무지를 찾아가는 사람
……
등단한 지 60년을 맞이한 천양희 시인이 쓴 시인론. 위의 시가 말하는 시인은 어떤 존재인가. 굽히지 않는 존재, 세상 물살에 거슬러 올라 꼿꼿하고 홀로 푸를 수 있는, 나아가 스스로 유배를 내려 황무지를 찾아가는 존재. 이러한 ‘불굴의 정신’은 내면에서 타오르는 불꽃 때문일 테다. 외면으로는 연기만 날리는 것처럼 보이는 뜨거운 내면. 내면을 태워 붉은 꽃-시-을 피우고, 모가지를 떨어뜨리는 동백 같은 ‘시인’.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