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대를 잡고 고령군 8개 읍면 도로를 달리다 보면 뜬금없이 나타나는 과속방지턱에 ‘쿵’ 하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차가 너무 빨리 달려 위험하다”는 민원을 해소하려는 행정의 의도는 알겠으나, 지금 고령군 도로 위에 우후죽순 생겨나는 방지턱은 ‘안전시설’이라기보다 ‘도로 위 흉기’에 가깝다.
문제의 심각성을 수차례 지적했음에도, 고령군은 개선은커녕 보란 듯이 관행적인 설치를 반복하고 있다. 이는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행정 편의주의의 전형이다.
무분별한 방지턱의 폐해는 치명적이다. 응급 의료 시설이 부족해 대구 등으로 환자를 이송해야 하는 고령군에서, 방지턱 하나당 10초씩 지체되는 시간은 군민의 생명이 걸린 ‘골든타임’을 갉아먹는다. 농업 군(郡)인 고령에서 수확철 농산물이 덜컹거리는 충격에 멍이 들어 상품성을 잃는 것 또한 농민들에게는 피눈물 나는 일이다.
무엇보다 고령군의 방지턱 행정은 ‘교통 흐름의 기본 원칙’마저 무시하고 있다.
차량 통행이 많고 원활한 흐름이 보장되어야 할 ‘주 도로’에 턱을 만들어 흐름을 끊을 것이 아니라, 주 도로로 합류하는 ‘마을 진입로(부 도로)’나 교차로 진입부에 방지턱을 설치해 합류 차량의 감속을 유도하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고령군은 민원이 발생하면 도로의 기능이나 위계는 따지지 않고, 주 도로 한복판에 턱하니 방지턱을 설치하는 땜질식 처방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는 급정거로 인한 추돌 사고 위험만 높일 뿐, 근본적인 안전 대책이 될 수 없다. 규격 미달이나 도색이 벗겨진 ‘스텔스 방지턱’이 방치되는 것은 관리 부실의 증거다.
대안은 분명하다. 마을 진입로 과속단속카메라 설치, 도로 구조를 개선해 자연스런 감속을 유도하는 ‘트래픽 카밍’ 기법 도입, 그리고 무엇보다 ‘주 도로 소통, 진입로 통제’라는 교통 체계의 재정립이다.
고령군은 지금이라도 지역 방지턱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주 도로의 흐름을 방해하고 농산물 운송과 응급 차량에 해가 되는 불필요한 방지턱은 과감히 철거하거나 위치를 조정해야 한다. 도로는 ‘막는’ 곳이 아니라 ‘통하는’ 곳이어야 한다.
/전병휴기자 kr583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