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가 공개한 2030 도시관리계획(재정비)결정(변경)(안) 주민 열람자료가 지역사회 전반에서 반발을 일으키고 있다.
공람 자료에 포함된 용도지역 조서에 나타난 도시지역 내 용도지역 및 지구단위계획 구역의 조정 내용(50만4853㎡)에 대해 시민 사회와 전문가들은 포항의 산업·경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졸속으로 작성됐다는 점을 강하게 지적한다. 특히 과거 2011·2020·2025 도시관리계획 재정비에서 꾸준히 제기된 문제점이 이번에도 동일하게 반복됐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포항은 철강산업 중심의 기존 도시구조에서 벗어나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차전지·수소·바이오·AI 및 디지털 융복합·철강 고도화 등 미래 산업으로 재편되는 산업 생태계 변화가 이미 본격화됐음에도 이번 도시관리계획안에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도시 공간 전략에 녹여낸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지역 인구구조 변화와 청년층 유입 전략, 정주환경 개선, 교통망 확충 등 도시의 ‘핵심 미래 의제’가 빠졌다는 점에서 시민들은 “지금 이 시점에 이런 계획안을 위해 15억 4000만원의 막대한 세금을 집행한 것이 말이 되느냐”는 격앙된 반응을 내놓고 있다.
시민 여론이 더욱 악화한 이유는 포항시가 별도로 7억 원을 들여 발주한 ‘포항 신산업 개발전략 마스터플랜 수립용역’의 주요 내용 마저 이번 계획안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 용역은 산업 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전략적 공간 구상, 신산업 배후 용지 확보, 미래 교통체계 구축, 산업-주거-도심 기능 재배치를 포함한 종합 도시 전략을 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번 도시관리계획안에는 해당 내용이 거의 반영되지 않아 ‘계획 따로, 실행 따로’라는 비판이 나온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번 계획안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도시의 미래 수요 예측 실패’를 꼽는다. 산업구조가 변화하면 기업 입지 수요가 증가하고, 이는 다시 신규 인구 유입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변화를 가져오는데 현재 계획안에는 이러한 변화 시나리오와 대응 전략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한 도시계획 전문가는 “도시계획은 단순히 용도지역을 나누는 작업이 아니라 도시의 미래를 그리는 청사진이어야 한다”며 “항간에서는 ‘이번에 도시계획을 왜 했는지 모르겠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계획이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벌써부터 민원도 터져 나오고 있다. 지역에서 가장 큰 민원이 집중된 장성동 유류부지 일원의 경우 이번 계획안에서 또다시 제외되면서 지주들의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 장성동 유류부지 일원은 50년 넘게 국가 기간산업 시설인 유류저장시설이 존치하면서 주변 토지 소유자들이 개발 제한과 재산 가치 하락 등 직·간접 피해를 받아온 대표 지역이다.
이곳은 포항 북부권 도시계획의 비효율성과 불합리성이 집중되는 상징적 지역으로 꼽히지만, 이번 재정비안에서도 개발 가능 지역에서 제외되면서 수십 년 방치된 민원을 포항시가 또다시 외면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장성동 일대 주민들도 “포항 북구의 발전을 가로막아온 핵심 장애물을 해결하지 않고 다시 10년을 넘기겠다는 것이냐”며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또 다른 쟁점은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새롭게 지정된 5개 지구 가운데 장성동 692-4번지 포항농협 소유 토지(3만6453㎡)가 포함된 것이다. 해당 부지는 이미 8264㎡규모의 건축 및 개발행위가 이뤄져 농협 카페와 자재판매시설이 운영되고 있어 사실상 추가 개발 여지가 적은 지역으로 평가된다. 그런데도 이번 재정비안에서 이 토지만 따로 떼어 지구단위계획 구역에 포함됐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수십 년 개발 제한 속에 피해를 본 토지는 또 제외시키고, 이미 개발이 이뤄진 특정 소유 토지만 지구단위계획에 포함시킨 것은 누가 봐도 특혜”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도시관리계획안을 살펴본 주민 A씨는 “도시의 미래 발전과 합리적 토지 이용을 위해 15억 원 넘는 예산을 들여 만든 계획이라 기대가 컸는데, 막상 결과를 받아보니 어딘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더라”면서 “향후 최종안에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많이 담겼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공인중개사 B씨도 “이번 2030 도시관리계획 재정비안이 포항시의 미래 산업·도시 전략 부재와 핵심 지역현안 미반영, 그리고 공정성과 형평성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향후 공청회와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적지 않은 충돌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포항시가 이번 공람 기간을 통해 제기된 시민 의견을 투명하게 수렴하고, 근본적인 계획 보완에 나서지 않을 경우 도시의 미래를 또다시 10년 뒤로 미루는 결과를 만들 것”이라며 “최근 2회 용역비 22억 원 이 아깝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려면 그에 맞는 작품을 포항시가 만들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임창희기자 lch8601@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