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스틸·인도 대규모 투자로 글로벌 조강 1억t 체제 세계1위 복귀 선언 국내 구조조정·GX스틸 가속화··· 2050 탄소중립 로드맵 제시
일본제철이 2030년을 목표로 한 중장기 경영계획을 내놓고, 글로벌 조강 1억t 체제와 연간 연결 실력이익 1조엔(약 9조4800억원) 이상 달성을 공식화했다. 미·인도·태국을 핵심 거점으로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며 고급강 중심의 수익구조를 확립해 ‘세계 1위 철강사’로 복귀하겠다는 전략이다.
일본제철은 12일 발표한 ‘2030 중장기 경영계획’에서 보호무역 확산과 중국발 공급과잉 등 불확실한 경영환경을 전제로 하면서도, 고급강 수요 확대와 해외 성장시장을 기반으로 중장기 성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외부 환경에 좌우되지 않는 안정적 수익구조를 이미 구축했다”며 “2030년에는 한 단계 도약한 수익 수준을 실현하겠다”고 설명했다.
국내 사업에서는 생산설비 구조조정과 비용 경쟁력 강화를 통해 수익 기반을 더욱 다진다. 고로 수를 15기에서 10기로 줄이고 조강 생산능력을 약 20% 축소하는 한편, 자동차·인프라·에너지·조선 등 핵심 수요산업을 겨냥한 고부가 제품과 솔루션 판매를 확대한다. 이 과정에서 가전·자동차용 전기강판과 차세대 열연 설비 투자 효과를 극대화하고, 그룹사 재편을 통해 생산·물류·영업 효율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해외에서는 미국·인도·태국을 ‘3대 핵심 지역’으로 설정하고 공격적 투자를 이어간다. 미국에서는 US스틸 인수를 통해 고로·전기로·원료광산을 아우르는 일관체제를 구축하고, 2028년까지 약 110억달러(약16조2500억원)를 투입해 설비 현대화와 고급강 생산능력을 확대한다. 인도에서는 AM/NS인디아를 중심으로 서부 하즈라 제철소 증설과 남부 신일관제철소 건설에 착수해 내수 성장 수요를 흡수한다. 태국에서도 철원부터 유통까지 일관 공급망을 강화해 동남아 시장 지배력을 높인다.
탈탄소 전략도 병행한다. 일본제철은 2030년까지 대형 전기로 도입을 추진하고, GX(그린 트랜스포메이션) 스틸 시장 형성을 위한 제도화와 국제 표준 정립에 적극 나선다. 이를 통해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의 기술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재무 전략에서는 향후 5년간 설비·사업 투자에 약 6조엔(56조9000억원)을 투입하면서도, 자기자본이익률(ROE) 10% 수준 유지와 안정적 주주환원을 병행한다. 배당성향 30% 기조를 유지하는 동시에 2027~2031년 회계연도에는 주당 연간 배당 하한을 24엔(약228원)으로 설정해 배당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로 했다.
일본제철은 “국내 수익성 강화와 해외 성장 전략을 동시에 실행해 2030년 이후 글로벌 철강시장의 규칙을 주도하는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국내 철강업계 관계자는 “일본제철의 이번 계획은 기술 개발뿐 아니라 시장과 제도(GX스틸)를 함께 설계하려는 접근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국내 철강업계 역시 수소환원제철, 전기로 전환과 함께 저탄소 철강의 가격·인증 체계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는 과제를 던진다”고 평가했다.
포항지역의 한 경제전문가는 “일본제철이 국내 설비를 줄이면서도 고급강 경쟁력을 유지하려는 전략은, 생산량보다 제품 포트폴리오와 수익 구조가 중요해졌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며 “국내 제철소 역시 설비 효율화와 동시에 미래 공정 전환 속도를 어떻게 끌어올릴지가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