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우
흰 눈이 내 꿈을 덮으며 읽어 내릴 때
길 위에
잘 있어, 라고 쓰면
밤새 네가 다녀간 것 같다.
이파리가 줄기에게 고요한 것은
말이 없어도
끄덕이게 되는 마음,
쌓이다가 만
입술을 허문 말,
마음의 뒤편은 늘
멍빛으로 젖어 있다.
….
‘너’와 작별하고, 그리운 네가 꿈에 나타난다. 그 꿈을 눈이 덮어 읽을 때, 시인은 길 위에 “잘 있”으라는 글을 쓴다. 그러면 “밤새 네가 다녀간 것” 같고, 멍든 “마음의 뒤편은” 푸른색으로 젖어든다. 이 아픈 마음은 “이파리가 줄기에 고요한” 수국의 모습 같다. 아픔이 쌓여서 “입술을 허”물었기에 말이 없는 이파리. 작별을 경험한 이들은 고요히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