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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국

등록일 2025-12-15 17:02 게재일 2025-12-1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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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우

흰 눈이 내 꿈을 덮으며 읽어 내릴 때

길 위에

잘 있어, 라고 쓰면

 

밤새 네가 다녀간 것 같다.

 

이파리가 줄기에게 고요한 것은

 

말이 없어도

끄덕이게 되는 마음,

쌓이다가 만

입술을 허문 말,

 

마음의 뒤편은 늘

멍빛으로 젖어 있다.

 

….

‘너’와 작별하고, 그리운 네가 꿈에 나타난다. 그 꿈을 눈이 덮어 읽을 때, 시인은 길 위에 “잘 있”으라는 글을 쓴다. 그러면 “밤새 네가 다녀간 것” 같고, 멍든 “마음의 뒤편은” 푸른색으로 젖어든다. 이 아픈 마음은 “이파리가 줄기에 고요한” 수국의 모습 같다. 아픔이 쌓여서 “입술을 허”물었기에 말이 없는 이파리. 작별을 경험한 이들은 고요히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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