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확
밤새 투명 유리창으로 무장한 당신의 가슴을 두드리던 눈송이들
금세 쫓기듯 백담 계곡을 지나 미시령 쪽으로 연이어 넘어가고
미처 넘어가지 못한 얼음의 시간들이 얼었다 풀렸다를 반복하며
용대리 황태덕장 주변을 검은 까마귀 떼로 떠돌고 있다
물기 젖은 침엽수 이파리마다 수정의 고드름이 피어나는 겨울 오후
제 힘으로 어쩌지 못할 거대한 눈보라의 풍경을 저 문밖에 세워두고
거기에 저항하거나 포기할 수 없기에 파괴될 수 없는 절대의 윤리.
뼛속까지 말라붙은 기억의 육질마다 황금빛 속살이 차오르고 있다
………..
문밖에 눈보라 휘날리고, 이를 응시하는 시인은 “파괴될 수 없는 절대의 윤리”를 생각한다. 그 생각은 눈송이들이 그의 가슴을 두드리면서 유인되었다. “얼었다 풀렸다를 반복하”는 “얼음의 시간들”이 떠올려진 것. “까마귀 떼로 떠돌고 있”는 시간들이니, 그것은 죽음과 관련된 기억일 테다. 그 죽음에 대해 절대의 윤리를 드러내는 눈보라는 시인의 “말라붙은 기억의 육질”을 “황금빛 속살”로 채우기 시작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