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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돌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25-12-17 16:53 게재일 2025-12-1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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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은주

바다는 날마다 원고를 고친다

 

해변엔 마감이 없다

 

겹쳐 쓴 어제를 지우고 남길 것만 남기는 파도

 

제멋대로였던 문장은 퇴고할수록 매끈해진다

 

운율을 살려 행을 바꿔주는 바람

 

발자국의 궤도를 따라

 

끝내 우리는 둥근 행성이 된다

 

………..

시인이 자연의 움직임을 투시하고 시를 쓴다면, 자연도 시 쓰기에 가담하는 주체 아닐까. 자연도 시인 아닐까. 위의 시에서 바다는 시를 쓰고 있다. 마감 없이 영원히 계속되는 시 쓰기. 파도는 “겹쳐 쓴 어제를 지우”며 퇴고하고, 바람은 “운율을 살려 행을 바꿔”준다. 바다가 찍어주는 “발자국의 궤도를 따라”가며 ‘몽돌’처럼 둥글어지는 우리는 ‘끝내’ “둥근 행성이” 되고, 이렇게 자연의 시는 우리를 변화시킨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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