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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 삶의 기쁨이 되다

등록일 2025-12-16 16:19 게재일 2025-12-1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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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뱃머리 평생학습원의 2025년 성인문해교육 시화전 전시 모습.

햇살이 포근한 지난 11일 오후, 지인의 행사 진행을 도와주기 위해 뱃머리 평생학습관을 찾았다. 주차장은 차들로 가득했고 약속 장소인 학습관 2층에는 오후 수업을 위해 강의실을 찾아온 사람들로 분주했다. 이날의 행사는 성인문해교육 수업의 결과물로 내놓은 ‘손끝으로 피운 꽃’ 시화전 전시였다. 2층 꿈담갤러리 창가에는 시화전 입간판과 상을 받은 분들의 작품이 특별히 반짝이는 금빛 리본을 달고 전시되어 있었다.

먼저 시화전을 찾아온 사람들의 사진 촬영 보조를 위해 임무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조끼와 모자와 촬영 보조라는 명찰로 복장을 갖추고 오후 2시에 시작되는 행사를 기다렸다. 로비를 오고 가는 사람들은 시화전 작품 앞에 서서 글을 읽고 한참을 머물렀다.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을 현장에서 처음 접한 시민기자도 행사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며 상 받은 작품들을 하나하나 읽어 내려갔다. 전국 문해 시화전, 경북 성인문해 시화전의 시화 부문, 엽서 부문 등에서 상을 받은 작품들이었다. 작품들은 대부분 한글을 배우게 되어 전과 다른 세상을 살게 되었다는 기쁨을 마구마구 표현하고 있었다.

그 가운데 아들에게 보내는 엽서 내용이 있었다. 자신이 직접 배 아파서 낳은 아들이 아니지만 그 아들에게 이제까지의 고마움을 표현했다. 아들이 한글을 배워보라고 건넨 한마디가 인생을 바꿔 놓았다고 했다. 수업에서 ‘가장 고마운 사람’을 발표하라고 했을 때 단번에 우리 아들이라고 말했다고. 또 구룡포에서 한 시간을 버스 타고 수업에 오면서도 한 번도 결석하지 않았다는 이야기, 마트에서 물건 이름과 식당 간판을 읽을 수 있게 되었고 수업에 가려고 치장하는 것도 즐겁다면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시와 그림으로 고스란히 표현했다. 수상하신 분들 가운데 국가평생교육진흥원장상을 수상한 시니어는 한글 배우러 학교 간다니 올해 98세 된 친정어머니가 돈 이십만 원을 75세 된 딸에게 주며 책가방 사라고 하셨다고. 덕분에 친정어머니는 학부모가 되었다는 멋진 시였다. 한글을 배워서 쓴 시의 내용은 울컥하기도 했지만 모두 가족들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했다.

시니어들의 나이대를 보니 대부분 일흔은 넘으신 것 같았다. 그리고 여전히 많은 분이 한글을 깨치지 못하고 있었다. 이분들이 거쳐온 어린 시절을 생각할 때 여성들에 대한 교육의 기회가 거의 없었다는 역사에 안타까웠다. 이런 까닭에 뱃머리 평생학습관에서의 성인문해교육은 연간 40주 과정으로 1~3 단계별로 운영되고 있고 방송통신중학교에 입학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행사가 시작되고 사회자는 먼저 작품 전시된 분들의 이름을 한 분씩 부르며 시상을 진행했다. 마지막엔 평생학습관 관계자의 인사말이 이어졌다. 간단한 인사말 중에 “사연들을 하나하나 다 읽어 보았다. 무엇보다 어르신들의 배우고자 하는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꽃다발을 들고 단체 사진 촬영이 시작되자 수상자 중 한 분의 며느리가 급히 달려와 준비 해온 꽃다발을 건넸다. 어머니는 꽃다발을 받고 이내 눈이 촉촉해진다. 배움을 향한 열정이 있어서인지 눈빛들은 반짝였고 그간의 과정을 잘 마무리한 듯한 즐거운 모습이었다. 한 분씩 즉석에서 사진을 찍고 인화를 해드렸다. 예쁘게 사진 잘 나왔다고 건네니 연신 고맙다고 고개를 숙인다. 세 시간이 넘는 시간을 함께하며 배움이란 사람을 밝고 건강하게 한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그리고 이분들의 배움이 오래 계속되기를 바란다.

/허명화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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