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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군, 지역먹거리 선도지역으로 우뚝서다

이병길 기자
등록일 2025-12-16 10:31 게재일 2025-12-1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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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푸드에서 통합지원센터까지… ‘의성형 먹거리 모델’이 지방의 해법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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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군이 농림축산식품부 주관 ‘2025 지역먹거리지수 평가’에서 2년 연속 A등급으로 우수상을 수상한 모습. /의성군 제공 

의성군의 밥상이 달라지고 있다. 단순히 지역 농산물을 파는 수준을 넘어, 생산과 유통, 소비까지 하나의 정책으로 묶은 ‘의성형 지역먹거리 체계’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의성군이 지난 3년간 단계적으로 추진해 온 지역먹거리 정책은 이제 ‘선도지역’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전국 지자체의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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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로컬푸드직매장 전경. /의성군 제공

출발점은 2022년 12월 문을 연 의성로컬푸드직매장이다. 의성군은 개장 초기부터 100% 지역산 농산물 판매, 사전 안전성 검사, 중소농 중심 참여라는 분명한 원칙을 세웠다. 

직매장은 단순한 판매 공간이 아니라 지역 농업의 구조를 바꾸는 실험장이었다. 판매수수료를 최소화해 농가 소득 환원 구조를 만들고, 소비자는 생산자를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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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먹거리로 학교급식을 하는 학생들의 모습. /의성군 제공

이 정책은 2023년부터 학교와 공공급식으로 확장됐다. 관내 학생들이 먹는 급식에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공급되면서, ‘아이들의 식탁’과 ‘지역 농업’이 자연스럽게 연결되기 시작했다. 급식을 통한 안정적인 수요는 농가에 예측 가능한 생산 환경을 제공했고, 이는 곧 지역 농업의 지속가능성으로 이어졌다.

□ “먹거리 정책은 복지이자 농업정책”

김주수 의성군수는 “의성군의 먹거리 정책은 단순한 유통 사업이 아니라 군민의 건강과 지역 농업을 함께 지키는 핵심 정책”이라며 “로컬푸드직매장과 학교급식, 먹거리통합지원센터로 이어지는 체계는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이 지역 안에서 제값을 받고 소비되는 구조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먹거리 정책을 행정의 중심에 두고,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는 의성형 모델을 완성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 “판로 걱정이 줄어 농사에 집중할 수 있다”

로컬푸드직매장에 농산물을 출하하고 있는 한 중소농가는 “예전에는 수확철마다 어디에 팔아야 할지부터 걱정이었지만, 지금은 직매장을 통해 안정적으로 출하할 수 있어 농사에만 집중할 수 있다”며 “무엇보다 내가 키운 농산물을 동네 사람들이 사서 먹는다는 점에서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농가는 “대형 유통보다 수수료 부담이 적고, 가격도 농가가 정할 수 있어 소득이 안정됐다”며 “이런 구조가 계속 유지된다면 젊은 농업인들에게도 희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아이 급식이 달라졌다는 걸 느낀다”

학교급식에 지역산 식재료가 공급되면서 학부모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의성읍에 거주하는 한 학부모는 “아이 급식에 어떤 재료가 들어가는지 더 신경 쓰게 됐는데,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이라고 하니 안심이 된다”며 “아이도 집에 와서 ‘오늘 급식에 의성 농산물이 나왔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변화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급식이 단순히 끼니 해결이 아니라 지역을 배우는 교육이 되는 것 같아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정책의 확장은 인프라 구축으로 이어졌다. 의성군은 2025년 농림축산식품부 먹거리통합지원센터 건립 공모사업에 전국에서 유일하게 선정됐다. 현재 기본·실시설계를 마쳤으며 2026년 준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통합지원센터는 지역 먹거리의 생산·유통·공급을 총괄하는 공공형 컨트롤타워로, 의성군 먹거리정책의 완성 단계로 평가받고 있다.

의성군은 농식품부 지역 먹거리지수 평가에서 2년 연속 A등급을 받았고, 의성로컬푸드직매장은 우수직거래사업장 인증과 전국 우수사례 대상 수상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숫자보다 ‘사람의 변화’다. 농가는 판로를 걱정하지 않고 농사에 집중하고, 학부모는 아이들의 식탁을 신뢰하며, 행정은 이를 제도로 뒷받침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로컬푸드직매장에서 시작된 의성군의 먹거리 실험은 이제 통합지원센터라는 완성 단계로 향하고 있다. 의성의 밥상에서 시작된 변화가, 지방소멸 시대 지역을 살리는 하나의 해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병길기자 bglee311@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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