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지역사회 협업으로 사라질 뻔한 음악의 불씨 되살리다
인구 1만 명도 채 되지 않는 문경시 문경읍에 초·중학생들로 구성된 작은 오케스트라가 탄생해 지역사회에 잔잔한 울림을 전했다.
문경읍 초중학생 오케스트라 ‘카메라타(Camerata)’가 지난 20일 문경읍생활문화센터에서 첫 공연을 열고 공식적인 첫 발을 내디뎠다.
카메라타는 문경교육지원청이 운영하는 문경학생오케스트라 ‘주흘’ 단원 가운데 문경읍 초·중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 15명으로 구성됐다. ‘주흘’은 문경시 전역의 초·중·고 학생 90여 명이 참여하는 관현악 중심 예술교육 프로그램으로, 음악 활동을 통해 심미적 감수성과 연주 능력은 물론 배려와 화합, 조화의 가치를 키우는 것을 목표로 운영돼 왔다.
그러나 ‘주흘’의 여건 변화로 인해, 문경읍 학생들의 파트별 연습은 지난 9월 1일부터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이대로라면 문경읍에서 이어져 오던 학생 오케스트라 활동의 불씨가 꺼질 상황이었다.
이때 연습을 지도해 온 클래식한스푼 고경남 대표가 학생들의 음악 활동을 지키기 위해 발 벗고 나섰고, 그 과정에서 ㈜백산헤리티지 김남희 대표와 뜻을 모았다. 마침 백산헤리티지가 운영 중인 국가유산청 ‘생생 국가유산’ 사업과의 연계가 성사되면서, 문경읍 초·중학생들만으로 구성된 새로운 소규모 오케스트라가 꾸려지게 됐다. 그렇게 탄생한 이름이 바로 ‘카메라타’다.
카메라타는 고경남 대표를 중심으로 지휘 김면수, 바이올린 황선영, 비올라 박다솔, 첼로 전호빈, 피아노 이정애 강사가 합류해 단기간이지만 밀도 있는 합주 연습을 진행했다. 학생 단원들은 2주 동안 매주 토요일마다 모여 첫 무대를 준비했다.
첫 공연은 20일 오전 문경읍생활문화센터에서 열린 문화유산 프로그램 ‘소리로 잇는 문경 문화유산’ 무대였다. 이날 무대에는 카메라타 단원 10명이 강사들과 함께 올라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 콜드플레이의 ‘비바 라 비다(Viva La Vida)’, ‘크리스마스에는 축복을’ 등 총 3곡을 연주하며 관람객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공연과 함께 진행된 ‘문경 문화유산’ 강의는 현재 가은읍장으로 재직 중인 엄원식 학예연구관이 맡아, 지역의 문화유산을 쉽고 친근하게 풀어내며 음악과 강연이 어우러진 특별한 문화유산 체험의 장을 완성했다.
김남희 ㈜백산헤리티지 대표는 “이번 행사는 문경읍의 문화유산을 단순히 듣는 데서 그치지 않고, 오케스트라의 선율과 함께 감상하며 배우는 자리”라며 “어린 학생들과 시민 모두에게 문화유산의 의미를 새롭게 느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혜화 문경시 문화예술팀장은 “카메라타는 우리 지역 초·중학생들로 구성된 의미 있는 오케스트라”라며 “이번 공연을 통해 학생과 학부모, 시민들이 우리 동네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더욱 키우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작은 지역, 작은 무대에서 시작된 카메라타의 첫 연주는 청년과 지역사회가 힘을 모아 사라질 뻔한 문화의 불씨를 다시 살려낸 의미 있는 출발로 평가받고 있다.
/고성환기자 hihero202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