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안 오르는 건 월급 뿐’이란 샐러리맨의 하소연은 가파르게 상승하는 물가를 반영하고 있다. 점심 한 끼가 1만원을 넘어선 건 이미 오래전이고, 저녁에 동료 서너 명이 삼겹살이라도 구워 술자리를 가지려면 최하 10만원은 필요하다.
이제는 한국인이 숭늉처럼 마시게 된 커피 값도 갈수록 만만치가 않다. 21세기에 들어서며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한계점 없이 올라갔다. 특히 18~24세 젊은이들과 25~39세 직장인이 그 상승을 견인했다.
국제커피기구의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연간 405잔의 커피를 마신다고 한다. 미국인(400잔)의 커피 소비량을 뛰어넘는 수치다.
이는 커피를 물처럼 마시는 스웨덴과 노르웨이 등 북유럽 몇 개 나라를 제외하면 한국인이 세계에서 커피를 가장 자주, 많이 마시는 사람들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좋은 향과 고급스런 맛을 강조하는 고가의 커피도 한국에선 잘 팔린다. 그러나, 그건 일부 호사가들의 경우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10만 개의 육박하는 커피전문점 가운데 비교적 가격이 낮은 곳을 찾아다니곤 한다. 그만큼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지고 있다.
최근 대통령 업무보고에 나선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앞으론 커피를 담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돈을 주고 사도록 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컵 가격은 100~200원 정도가 될 전망이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 환경오염을 막겠다는 취지를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저가 커피전문점의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이 대략 1500~2000원쯤임을 감안하면 소비자가 체감하는 커피 값 상승률은 10%가 넘는다.
이래저래 마음 편히 커피 한 잔 마시기도 부담되는 세상이 온 것인가?
/홍성식(기획특집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