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300개 품목 대상··· 원료부터 완제품까지 전방위 관리 과잉생산·저가수출 논란 속 글로벌 무역장벽 강화와 맞물려
중국 정부가 철강 제품에 대한 수출허가제를 18년 만에 다시 도입한다. 철강 원료부터 반제품,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총 300개 품목이 관리 대상에 포함되면서, 중국발 철강 수출 흐름에 구조적 변화가 예상된다.
중국 상무부와 해관총서는 최근 ‘수출허가증 관리 화물목록(2025년)’을 조정해 다수의 철강 제품을 신규 편입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조치는 2026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중국은 2007~2008년 일부 철강 제품에 대해 수출허가제를 운용했으나 이후 이를 폐지한 바 있다. 이번 조치로 철강 수출 규제가 다시 부활하게 됐다.
이번 수출허가제는 희토류 등 전략물자에 적용되는 수출통제법이 아닌, 대외무역법과 그 하위 법령에 근거해 시행된다. 중국 대외무역법은 국가 안전, 공공 이익, 국내 공급 부족, 무역질서 혼란 우려가 있을 경우 특정 품목의 수출입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허가 대상 품목은 합금선철, 직접환원철, 철스크랩, 스테인리스 스크랩 등 원료 단계부터 열연·냉연 코일, 고강도 강재, 강선, 스테인리스 관·플랜지 등 가공 제품까지 전 산업 밸류체인을 포괄한다. 해당 품목을 수출하려는 기업은 수출계약서와 제조사가 발급한 품질검사 합격증을 제출해 수출허가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조치 배경에 대해 중국 정부는 공식 설명을 내놓지 않았지만, 최근 중국 철강 수출 증가와 이에 따른 국제적 마찰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철강 제품 수출은 올해 1~11월 누적 기준 전년 대비 6.7% 증가했으며, 연간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저가 철강 제품의 대량 유입이 각국 철강 산업에 부담을 주면서 보호무역 조치를 촉발해 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로 글로벌 차원에서는 철강 과잉 생산에 대한 경계가 강화되고 있다. 주요 철강 생산국이 참여하는 ‘철강 과잉생산 글로벌 포럼(GFSEC)’에서는 세계 철강 과잉 생산능력이 주요 생산국의 실제 생산량을 상회하고 있으며, 특정 국가의 비시장적 산업정책이 구조적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인식이 공유됐다. 중국의 철강 수출 급증이 각국 시장 점유율을 잠식하고 있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철강 세이프가드 조치를 2026년까지 연장했고, 캐나다 역시 중국산 철강을 겨냥한 고율 관세와 수입 제한 조치를 강화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중국의 수출허가제 재도입은 국제 사회의 과잉 생산 비판과 무역 압박에 대응하는 조정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시장 영향에 대해서는 시각이 엇갈린다. 단기적으로는 행정 절차 강화에 따른 조정 효과에 그칠 수 있지만, 향후 보다 강도 높은 수출 규제로 이어질 가능성을 열어둔 신호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글로벌 철강 시장에서 중국의 정책 변화가 중장기 수급과 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포항의 한 철강산업전문가는 “중국의 이번 조치는 중국 당국의 글로벌 통상 정책에서 유연함을 발휘할 수 있는 사전 정비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조치로 인해 중국산 저가 덤핑공세가 수그러들어 국내 철강업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홍기자 kjh2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