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학주
밤기차를 기다리는 발간 눈 속
계단 밑으로 새까맣게 내려가는 눈발 속
절벽 같은 빼곡한 빌딩 속에 불 환한 구멍들
깍깍거리며 드나들고 있는 새들도 띄었다
대합실 청년이 앉았다 일어선 의자 위에도
절벽이 내려선다
몇 번씩이나 눈이 내린 층층서랍 같은 졸음 속엔
고향역 전봇대가 쏠리고 있다
빵빵한 고동색 천 가방,
그 삶엔 지금 단서가 없다
….
용산역 대합실 의자에 앉았다 일어선 저 청년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용산역 주변에 늘어 서 있는 고층 빌딩과 자신의 삶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생각했을까. 시는 도심 빌딩을 “절벽 같”다고 말한다. 저 높은 빌딩은 숱한 이들의 실패와 절망을 통해 세워진 것이기 때문이리라. 고향을 떠나온 청년은 위압적인 ‘절벽-빌딩’에 둘러싸여 살아온 서울의 삶이 피로하다. 절벽이 그의 삶에 언제나 드리우고 있기 때문에.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