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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기의 노래굿 ‘공장의 불빛’

등록일 2026-01-12 15:58 게재일 2026-01-1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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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호 서울대 교수·국문과

1월 10일 토요일 아침부터 문학 공부하는 이들이 모였다. 해질 무렵까지 계속된 학술발표, 주제는 ‘1980년대 문학을 되돌아본다’였다. 뜨거운 젊음을 바쳐 이제는 연구 대상이 된 1950년대 전반기 출생의 문학인들, 그들의 성명을 열거해 본다.

‘공장의 불빛’(1979)의 김민기(1951~2024),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문학과지성사, 1983)의 황지우 (1952~), 희곡작품들과 소설 ‘잠과 늪’(실천문학사, 1987)의 최인석(1953~), ‘황색 예수전’(실천문학사, 1983)의 김정환(1954~), ‘깊은 강은 멀리 흐른다’(1990)의 김영현(1955~2025), ‘시와 경제’와 ‘노동해방문학’의 김사인(1956~), ‘민주주의 민족문학론과 자기 비판’(연구사, 1989)의 조정환((1956~) 등. 이들은 문학이 무엇이고 무엇이어야 하는지 묻고 찾은 순례꾼들이었다.

그 1980년대에는 서로 다른 의미를 함축한 여러 ‘민중’들이 혼거하고 있었다. 류영모와 함석헌의 ‘씨알’ 민중, 장일순과 김지하의 생명적·중생적 민중, 신경림과 박태순의 대지와 공동체의 민중, 백낙청과 채광석의 계급연합 범주로서의 민중 같은 것들이다.

김민기는 이 가운데 김지하의 생명사상에 접속해 있었다. 그는 김지하의 치열함에 매료되었고, 희곡 ‘금관의 예수’에 노래를 붙였다. 1970년대 말 여공들의 처절한 싸움을 담은 ‘공장의 불빛’을 ‘노래굿’이라 한 것은 김지하가 개척한 ‘마당굿’ 양식에 통하는 것이었다.

‘공장의 불빛’이 어떤 이상이나 염원을 그린 것인가는 ‘굿’이 무엇인가로부터 해석되어야 한다.

김지하가 1970년대 초에 쓴 ‘진오귀굿’은 특히 황해도 진혼 굿의 명칭이다. 이 진오귀굿은 망자를 하늘로 보내는 천도굿이다. 무당은 망자의 혼을 불러내고 공수를 받아 망자의 삶에 어려 있던 한을 풀어준다. 망자는 이 해원이 있어서야 편히 하늘로 돌아갈 수 있다.

‘공장의 불빛’에 담긴 사연들과 민요와 김민기의 창작곡들은 ‘무당’ 김민기가 불러낸, 싸움에 패배한, 즉 죽음과도 같은 상황에 처한 여공들(노동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해원의, 씻김의 굿과도 같다. 그렇게 해서 생존의 문제를 안고 자신들의 권리를 위해 싸워야 했던 그네들은 재생과 부활을 기약할 수 있다. ‘공장의 불빛’은 생명적 민중의 해원 굿이고, 이 생명의 회복을 염원한다.

김민기와 그의 선배 김지하가 지향한 생명적 민중의 아름다움에도 불구하고 1980년대 후반의 지식계ㆍ문학계는 계급연합적인 개념의 민중 쪽으로 급격히 경사되었다. 생명적 민중은 그 내부를 분할하고 고정시키는 계급 범주들을 첨예하게 내세우지 않는다. 반면에 민중을 계급 연합으로 보고 여기서 노동자의 전위성을 내세는 방향은 억압받는 자의 독재를 정당화 한다.

2026년의 시점에서 되돌아 보는 1980년대 문학은 오늘의 격렬한 정체성주의를 성찰해 볼 수 있는 거울과도 같다. 김민기와 김지하의 생명적 민중은 일하는 이들을 큰 하나로 포괄하는 풍요로운 개념이었다. 그것은 우리가 돌아가 의지할 수 있는 고향과도 같이 따사로워 보인다.

/방민호 서울대 교수·국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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