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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서울 대학 경쟁은 공정한가?

등록일 2026-01-15 16:19 게재일 2026-01-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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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원 한동대 교수

‘공정’은 지난 수년간 한국 사회의 최대 화두였다. 이 단어는 경쟁을 정당화하는 기준이 되었고, 평가의 잣대가 되었다. 선거에서, 학교에서, 채용과 승진의 장에서 공정은 새로운 규범으로 자리잡았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공정해졌는가. 선뜻 답하기가 어렵다. 격차는 더 벌어지고, 분열과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는 ‘공정하다는 착각’(The Tyranny of Merit)에서 이 점을 지적한다. 왜곡된 공정이 공동체를 분열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노력과 능력이 곧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믿음은 승자에게 정당화된 우월감을, 패자에게는 회복하기 어려운 수치심을 남긴다. 성공은 자격이 되고, 실패는 낙인이 된다. 이 과정에서 서열은 고착화되고 공동체의 연대는 느슨해진다.

한국 사회에서 공정이라는 단어가 가장 빈번히 등장하는 영역은 교육 분야다. 그중에서도 대학 입시는 극도로 민감한 공정의 최전선이다. 한국 사회에서 대학은 문자 그대로의 계급을 재생산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수십 년간 대학의 서열화는 더욱 강화되어 왔다. 오늘날 ‘서연고서성한’으로 시작되는 대학 서열은 ‘태정태세문단세’로 암기되는 조선왕조 계보보다 더 유명하고 확고한 계급 체계의 상징이 되었다. 그럼에도 대학 서열화는 공정한 입시 경쟁의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인서울 대학과 지방 소재 대학의 격차에서 공정의 허상은 보다 명확해진다. 대학의 소재지는 능력과 가능성을 대신하는 기호로 작용한다. 교육 수준이 아닌 대학이 존재하는 물리적 공간으로 선호도가 극명하게 나뉘는 것이 현재 한국 사회의 현실이다. 인서울 여부는 능력의 상징으로 소비되고, 지방 대학은 2등 시민을 양산하는 곳으로 전락하고 있다. 그럼에도 ‘기회의 평등’이라는 그럴듯한 포장지에 감춰진 공정 담론은 지역과 서울 간 교육 격차와 사회적 불평등을 애써 정당화한다.

한국 사회에서 대학 간판은 채용과 승진을 넘어 삶의 경로를 결정한다. 한 번 형성된 서열은 쉽게 되돌릴 수 없다. 사람들은 이 질서에 문제를 제기하기보다,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 치열하게 경쟁한다. 오늘날 사회 구성원들이 인서울 대학, 인서울 직장, 인서울 아파트 구입을 목표로 경쟁하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인서울 경쟁에서 승자의 명예와 패자의 수치는 간극이 너무 크고, 이를 만회할 기회는 거의 없다. 공정 담론이 쉽게 분노와 혐오의 언어로 변질되는 이유다.

서울과 지방의 격차를 줄이려면 계속 질문해야 한다. 인서울 대학을 선호하는 우리 사회는 과연 공정한가. 교육의 질보다 대학의 위치를 먼저 따지는 사회는 건강한가. 이러한 현상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우리는 공정한 민주 시민인가.

공정은 과소 평가되는 존재들에 대한 차별없는 시선에서 출발한다. 대학의 지리적 위치가 삶의 서열로 이어지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지역과 학교를 넘어 사회적 기여를 평가하는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공정은 경쟁의 언어가 아니라, 공존의 문법이어야 한다.

/주재원 한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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