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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한 경주 야경의 정수 ‘불국사와 월정교’

등록일 2026-06-01 18:05 게재일 2026-06-0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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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탑·다보탑 돌아 들리는 ‘불국사’ 저녁 예불 소리에 경건해진 마음
월지에 비친 반영 황홀한 ‘동궁과 월지’는 수백장 사진 찍어도 모자라
사월 초파일 부근 보름 정도만 볼 수 있는 ‘금장대’ 알사탕뷰도 매력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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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사 법고 앞의 스님들.

해 질 무렵 불국사로 간다. 경주를 찾는 이라면 대부분 방문하는 곳이라 항상 붐비지만, 저녁 무렵에는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시간이다. 어둠이 내려앉을수록 경내는 조용해진다. 소리라고는 우리 발밑에 바스락거리는 마사토 소리와 서늘한 저녁 바람이 석가탑과 다보탑 주위를 탑돌이 하다가 등에 매달린 이름의 소원을 후욱 읽고 지나는 소리뿐이다.
 

저녁이 깊어질수록 하늘빛이 불국사의 기와색에 가까워졌다. 스님 두 분이 법고를 향해 걸어오셨다. 처음 방문했던 2018년 가을에는 다섯 분의 스님이 커다란 북 앞에 줄을 섰다. 손목시계를 보면서 번갈아 두둥~치니 가까이에 선 우리들의 몸에 울림이 전해진다. 모든 길짐승을 포함한 중생들을 위해 치는 소리이다. 북채로 가장자리를 치며 스님이 빠져나올 준비를 하면 뒤에 섰던 스님이 얼른 이어받았다. 최근에 갔더니 스님 혼자 치셔서 여쭈니 공부하러 온 스님들이 각자의 절로 돌아가서 절이 조용해졌다고 하셨다. 그렇게 북소리가 불국사 안을 가득 채웠다. 
 

다음으로 지옥에서 고통받는 중생을 위한 범종이 울렸다. (범종 다음 법고 순이지만 그날은 좀 달랐다.) 종은 다른 곳에서 누군가 치는 가보다. 종이 울리는 동안 스님이 반대편에 자리한 운판을 향해 걷기에 따라가며 이야기를 들었다. 승가대학에 갓 들어온 젊은 스님이셨다. 모든 물속에 사는 것들을 위한 목어가 떨리고 모든 나는 중생들을 위한 운판이 소리를 끝내자, 대웅전의 작은 종소리가 화답했다. 저녁 예불이 시작된 것이다.
 

불국사에 밤이 드리웠다. 대웅전에서 들리는 예불 소리가 석가탑과 다보탑을 돌아 하늘로 오른다. 목탁 소리가 끝나자 붉게 물들었던 대웅전 격자무늬 문살의 빛이 옅어졌다. 불국사도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한다. 사물 음악회의 감흥을 느낄 관광객은 오후 5시 30분까지 입장하면 가능하다. 들어갈 때는 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다른 문화재와 달리 나오는 시간은 따로 없으니 교교한 달빛과 함께 일주문을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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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궁과 월지 야경. 

불국사를 나오니 부처님 오신 날 즈음이라 경주 거리는 곳곳에 등이 내걸려서 곱다. 경주 야경을 수집하는 야경꾼이 두 번째 찾은 곳은 동궁과 월지다. 이곳은 월지에 비친 반영이 아름답다. 연못 주위를 돌면서 수백 장의 사진을 찍어도 모자란다. 동궁과 월지는 신라 왕궁의 별궁 터이다. 다른 부속건물들과 함께 왕자가 거처하는 동궁으로 사용되면서, 나라의 경사가 있을 때나 귀한 손님을 맞을 때 이곳에서 연회를 베푼 장소이다. 신라가 멸망한 후 이곳에 기러기와 오리가 날아와 기러기 안과 오리 압을 써서 예전엔 안압지로 불렸으나 1980년대 이곳에서 월지-달이 비치는 연못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토기 파편이 발굴되고 내용으로 보아 이곳이 신라시대 때 월지라고 불린 장소로 확인되어 2011년에 경주 동궁과 월지로 변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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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장대 알사탕뷰.

그다음 코스는 월정교를 휘돌아, 경주 시외버스터미널을 지나 강변을 따라 차를 달린다. 금장대 아래에 알사탕 뷰를 보기 위함이다. 주차는 예술의전당 주차장에 하고 길을 건너 다리 위까지 간다. 강 아래를 보니 사진을 찍기 위해 바지를 걷고 물속에 들어간 사람도 보였다. 사진에 모두 진심이다. 이 야경은 일 년 내내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다. 사월 초파일 부근 보름 정도이니 확인하고 가야 한다.
 

경주의 야경을 다 보려면 며칠을 투자해야 한다. 감포 감은사 터의 탑, 감포항의 한옥 등대, 경주 월성도 볼만하다. 포항으로 오려고 경주를 빠져나오다 흘깃 본 어느 아파트 외벽에 켜진 불빛이 황룡사 9층 탑 모양이다. 경주의 매력은 어디까지일까?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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