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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먼 자들의 도시

등록일 2025-09-10 17:06 게재일 2025-09-11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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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계현作 ‘별범-얼굴화병과 부엉이’

직시(直視)보다

왜곡(歪曲)에 편승하기

신념은 깡다구의 결과물

최고의 날라리가 되어 볼까

생각을 멈출까

눈 먼 사람은 밤과 낮이 없거든

그렇게 굳히기 한판의 삶

앞니에 끼인 고춧가루처럼 찬란하지 않더라도

기어코 개겨볼까, 몰라, 젠장

덩달아 짖는 개떼들의 공허한 하울링이 난무한다

 

그러나 사랑이 독약(毒藥)이라 해도,

그럼에도 결국엔

사람이 해독제인 걸,

나라 사랑 말고 사람을 사랑한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 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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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먼 자들의 도시’라는 소설이 있다. 내용은 차치하고라고 그 제목만으로도 충분한 상징성으로 현실을 직시하고자 하는, 나의, 어설픈, 차용이다. 나는 좀 비겁하다. 모든 것을 외면하고 회피한다. 다만 글 몇 줄 읽은 것이 다행이다. 그러나 찌그러진 바퀴 위에 올라탄 한 수레에 미치지 못하는 독서였다. 포항에서 다시 살면서 아쉬운 것은, 자기의 의사가 통용되지 않는다고 상대를 극단적으로 부정하며 저주하는 것은, 시대정신을 x도 모르는 똥개들의 하소연에 불구하다고 나는 생각했다.

민주주의의 가장 강력하고 또한 비열한 정의는 결국 결과에 있다. 승복과 복종과 체제의 인정을 강요하고, 거기에는 당연한 반동이 자리하고 있다. 문제는 이기적이고 분열적인 가역반응이다. 덩달아 짖는 개떼들의 공허한 하울링이 난무한다. 변방과 소외를 말하지만 그전에 누렸던 영화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가장 비열하다고 말하는 이유이다. 물고 물린다. 개들의 습성이다. 달을 보고도 짖는다, 집을, 내 밥그릇을 지켜야지, 나의 밖에 무엇이 존재하리란 것을 염두에 두지 않는 몰염치는 두렵고, 또한 훨씬 가소롭다. 깽판이나 치자는 시정잡배 수준의 시민의식으로 어떻게 시대정신에, 온전한 시민으로 살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시간과 시대를 좀먹는 비루한 존재들인 비정치적이고 비시민적이며 공감능력이 현저히 결여된 좀비들이 버젓이 활개하고 헐떡이고 있다. 시도 때도 없이 붕가붕가한다. 특별한 능력, 부여받지 않은 특권을 상시적으로, 상식적으로 내면화하여, 시대적 감각에 대해서는 도무지 무감각하거나 회복불능이다. 시대의 탕진이 아니라 내면의 충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눈 먼 자들의 도시에 사는 시민들은 도무지 성찰하지 않는다. 오스카 와일드의 말을 빌린다.‘애국심은 사악한 자들의 미덕이다.’ 제발, 똥이나 제대로 누라!/이우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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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근 시인, 박계현 화백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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