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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여권에서 ‘윤석열 못 지켜준다’는 말 나온다

심충택 논설위원 민심이 등을 돌리자 여권 내부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원색적인 공격이 시작됐다. PK(부산경남) 지역 총선 최전방인 낙동강벨트에 출마한 조해진 후보(김해을)는 지난주 “총선에서 참패하면 보수 세력도 야당의 공격에서 윤 대통령을 지켜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국민과 제대로 소통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비친 것에 대해 사과를 해야 한다는 조건도 달았다. 지지기반인 PK지역 3선 중진의원의 입에서 ‘지켜주지 않겠다’는 험한 말을 들은 윤 대통령으로선 섬뜩한 기분이 들 것이다.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 혁신당 대표가 ‘윤 대통령 탄핵’을 언급한 것은 오래됐지만, 여권 내부에서 윤 대통령 신상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충격적이다. ‘대통령 탈당’ 얘기까지 거론되는 상태다. 윤상현 후보(인천)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하면 대통령 탈당 요구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여당 중진들의 거친 발언은 총선위기가 심각한 상황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다. 만약 현 판세대로 범야권이 이번 총선에서 200석 이상 국회의석을 확보하면 대한민국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대표가 장악하게 되고, 국가 미래는 예상할 수 없는 혼란 상태로 가게 된다.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달 자신의 사저를 찾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윤 대통령과의 단합을 유난히 강조한 이유는 이러한 당정분열을 예감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여권의 ‘옥새파동’으로 당시 새누리당이 다 이긴 선거를 지고, 자신은 탄핵까지 당한 아픈 경험이 있다. ‘두 사람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지 말고 원팀이 돼 총선위기를 극복하라’는 마음속 얘기를 특히 윤 대통령에게 하고 싶었을 것이다.현재 당정 간 갈등을 더 악화시킬 첨예한 현안은 의료대란이다. 나는 그저께 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의대 2천명 증원’의 불가피성을 장시간 역설한 것은 오히려 의정갈등을 더 악화시켰다고 본다. 의료개혁은 대다수 국민이 원하는 현안이긴 하지만, 대통령이 직접 환자들의 목숨이 걸린 사회혼란을 주도하고 있는 모습은 민심이반의 주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여권내에서는 최근 의대증원과 관련한 윤 대통령의 태도변화 요구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이 정부 장관 출신인 권영세 후보(서울 용산)는 “2천명 증원은 유연성을 보여야 한다”고 했고, 안철수 공동선대위원장은 “2천명 증원을 성역으로 남기면서 대화하자고 하면 진정성이 없다고 다들 느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여당후보 지원에 나선 유승민 전 의원도 “2천명 숫자에 집착하고 고집하는 것은 국민들 눈에 오기로밖에 안 보인다”고 했다.여당 일각에서는 현 판세대로 선거일을 맞으면 100석 확보도 어려울 수 있다고 한다. 야권의 대통령 탄핵과 개헌 추진에 맞서기 위한 저지선이 붕괴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윤 대통령은 지금부터라도 독선적인 모습을 스스로 변화시켜야 한다. 본 선거일이 아직 일주일 남아있기 때문에 판세는 얼마든지 출렁일 수 있다.

2024-04-02

끝없는 醫政갈등, 대화의 끈은 놓지 말길

심충택 논설위원 의대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갈수록 악화돼 환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26일 전공의 면허정지 처분을 잠정 보류하면서 의료계에 대화의 손을 내밀었지만, 의대교수들은 ‘2천명 증원’ 철회 없이는 대화를 할 수 없다며 사직서 제출을 강행하고 있다. 정부가 공보의 등을 투입해 의료 공백에 대처하고 있지만, 전공의에 이은 교수 사직으로 의료시스템은 붕괴 직전이다.지난 일요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의대교수협의회 회장단과 만나고, 윤석열 대통령이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의 면허정지 처분 방침과 관련해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하라”고 지시했을 때만 해도, 의정갈등의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이 나왔다.그러나 하루 만에 정부와 의료계의 입장차가 여전히 크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협상테이블 마련이 어려워지게 됐다. 의대교수협의회는 25일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확대 및 배정’ 철회 없이는 현 사태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했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7년 만에 이뤄진 의대 정원 확대를 기반으로 의료개혁 과제를 반드시 완수하겠다”고 못박았다. 정부가 ‘의대 증원만은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한 것이다.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간의 갈등은 지난주 정부가 향후 두 달 동안 ‘의약품·의료기기 불법 리베이트 집중 신고 기간’을 운영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더 악화됐다. 정부가 갑자기 의사들의 불법 리베이트 수수 사례를 꺼내들면서, 신고하면 최대 30억 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정부가 겉으로는 의료계를 향해 “모든 이슈에 대해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겁박하는 태도를 버리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윤 대통령이 전공의들의 파업과 관련해 유연한 입장으로 선회한 것은 앞으로 의료 공백이 더 심화되면 ‘정부 책임론’이 불붙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재 여권 내부에서도 의료공백 사태를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최근들어 정부의 강경한 의대증원 정책에 대해 민심이 부정적으로 흐르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지금 의정갈등은 중요한 고비에 있다. 정부가 일단은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을 보류했지만 무기한 연기한 것은 아니다. 현재 전공의 90% 이상인 1만여 명이 면허정지 대상이다. 의대교수들도 사직서 제출과 함께 사실상의 준법투쟁에 들어가 외래진료와 수술·입원 병상도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정부와 의료계는 끝까지 협상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양측이 서로 2천명이라는 숫자에 얽매여 의료공백을 장기화하는 것에 대해 환자들은 물론 국민 모두가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이기고야 말겠다’는 양측의 치킨게임식 감정싸움은 부정적인 결말을 낳게 마련이다. 당장 타협점을 찾기가 어려울지라도 서로 절충할 수 있는 방안을 끈질기게 모색해 나가야 한다. 일단은 양측이 한 테이블에 앉아 협의를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대화를 하다보면 생각하지도 못한 대안이 나올 수 있다.

2024-03-26

‘의과학과 신설’로 醫政갈등 풀어보라

심충택 논설위원 의정(醫政)갈등의 핵심요인인 ‘2천명 의대증원 숫자’에 조금의 여지나마 줄 수 있는 대안이 나와 주목된다.박은철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의과학과 정원 등을 활용하면 의대 정원 2천명을 늘리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 선거 캠프에서 보건의료분야 정책의 밑그림을 그린 인물이다. 그의 제안은 전공의들의 반발을 해소하기 위해 내년에 바로 정원을 2천명 늘리는 대신, 2026학년도부터 국가현안인 의과학과 신설 등을 통해 의대 정원을 확대해 나가자는 내용이다.서울대가 최근 의정갈등을 감안해 내년도 의예과 증원인원을 15명만 신청하면서, 새로 신설할 의과학과에 50명을 따로 신청한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그동안 임상의사가 아닌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온 서울대는 “의과학과가 신설될 경우 서울대의 바이오·헬스 관련 학과 및 첨단융합학부와 연계하는 교육·연구를 통해 우수인력 양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박 교수는 서울대뿐만 아니라 카이스트와 포스텍(포항공대)에도 의과학과를 신설할 수 있도록 정원을 확대해줘야 한다고 했다. 박 교수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포스텍의 의과학과 신설은 오래전부터 제기돼온 현안이다. 지난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사태를 겪으면서 경북도와 포항시는 과학공학 분야 인재가 몰려있는 포스텍에서 의사과학자를 양성해야 한다는 주장을 줄기차게 해왔다. 의사과학자는 의사면허를 갖고 있지만 환자진료가 아니라 새로운 의료기술, 신약, 첨단의료장비 연구개발에 전념하는 사람들이다. 코로나 당시 백신이 빠른 속도로 개발된 배경에도 의사과학자의 역할이 컸다. 세계최고수준의 인프라를 갖춘 서울대나 카이스트, 포스텍에서 의사과학자가 배출된다면 한국의료계로서도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아닌가.출구없이 격화하고 있는 의정갈등은 앞으로 현 정권에 엄청난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5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떨어진 이유 중에는 ‘의대 정원 확대’가 한몫했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의 한 치 양보 없는 강경자세가 대통령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외신에서도 한국정부가 의대증원을 밀어붙이면서 경제 분야, 특히 반도체산업이 타격을 입고 있다는 분석을 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한국의 많은 학생들이 (의대증원으로)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취업을 보장하는 한국 최고의 공과대학에 입학하는 것을 거부하고, 의료 분야에서 더 나은 직업 안정성과 더 높은 급여를 받고 싶다는 유혹을 받는다”고 했다.의대 증원을 두고 전공의가 지난달 19일 사직서를 내기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나갔다. 전공의의 90% 이상이 아직 복귀하지 않고 있어 대형병원 의료진의 피로가 극에 달하고 있다. 이 와중에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내고 진료 현장을 이탈할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의료시스템이 더 망가지기 전에 정부는 2천명이라는 숫자에 연연하지 말고 파국을 막을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2024-03-19

醫·政갈등 파국으로 가면 정권도 위험

심충택 논설위원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가 4주째에 접어들면서 의료대란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는 전공의들을 위협하는 마지막 카드인 ‘면허정지 사전통지서’를 발송하기 시작했다. 전공의가 병원에 복귀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 면허 처분에 들어간다는 강경입장이다.정부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전공의와 의대 교수, 의대생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서울대 의대 교수회는 정부가 합리적 방안 도출에 나서지 않으면 오는 18일 전원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병원진료도 강의도 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는 “이미 사직서를 제출한 교수들이 적지 않다. 전공의와 학생이 없는 상황에서 교수의 의미는 무엇이겠느냐”고 했다.의대생들의 집단 유급도 현실화할 것으로 보여, 그 가족들이 초조해하고 있다. 전국 의대생 대부분은 새 학기가 시작됐지만 수업에 불참하고 있으며, 각 의과대학은 휴강이나 개강 연기를 해둔 상태다. 많은 대학에서는 수업 일수의 4분의1 혹은 3분의1을 초과해 결석하면 F학점을 준다. F학점이 하나라도 있으면 유급 처리된다. 유급이 되면 등록금을 한 푼도 돌려받을 수 없다. 지난해 기준 의학 계열의 등록금은 평균 979만200원이다.의료 공백도 위기단계다.정부는 중증·응급환자 중심의 비상진료체제는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하지만, 의료현장은 그렇지 않다. 코로나 대유행 때처럼 응급실을 찾아온 중환자들이 응급처치만 받고 후속치료를 위해 이 병원 저 병원을 수소문해야 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대구시내 대학병원 전문의들은 의대증원 발표 이후 4주째 병원에서 쪽잠을 자면서 의료공백에 대응하고 있지만 지칠대로 지쳐있다. 대부분 교수들은 낮에 외래진료를 보고 야간당직까지 연속근무를 해야 해 이틀에 한번 집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대형병원들은 병상 가동률일 뚝 떨어지면서 경영상황이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최근 국민의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에 공천 신청을 했다가 논란이 불거지자 철회한 홍원화 경북대 총장은 교육부에 경북대 의대 정원을 현재 110명에서 2배가 넘는 250명으로 늘려달라고 신청했다. 경북대 의대 학장단은 “총장이 의대의 제안을 존중하지 않고 독단적이고 일방적인 입학정원 증원을 제시했다”며 일괄 사퇴 의사를 밝힌 상태다. 의대 대폭 증원을 주장해온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민주당이 주도하는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후보로 뽑혔다.정부가 절대 양보하지 못한다는 ‘2천명 증원’ 근거가 정치적일 수 있다는 의심이 이러한 사례 때문에 나오는 것이다. 정부가 당연히 환자를 보호해야 하지만, 의사나 의대학생, 그 가족들에 대한 보호책임도 있다.경북대 경우에서 보듯, 비합리적인 근거에서 나온 증원 숫자에 매몰돼 의사들이나 의대생을 궁지로 몰아넣는 행위는 지극히 위험하며, 반드시 책임도 따른다. 정부는 2천명이라는 증원숫자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의정(醫·政) 양측 모두 출구를 찾을 협상 테이블을 마련해야 한다. 이제 정말 시간이 없다.

2024-03-12

동대구역 ‘박정희 광장’, 아이디어 좋다

심충택 논설위원 홍준표 대구시장이 최근 “대구에서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는 사업을 할 때가 됐다. 예컨대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명명하고, 그 앞에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건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공감이 가는 구상이다.시장 개척을 위해 해외에 자주 나가야하는 지방정부 단체장들에겐 해당 도시를 대표하는 유무형의 자산에 대한 홍보 방법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해외 출장을 가보면 외국인에게 나를 소개할 유일한 수단인 ‘명함 콘텐츠’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끼는 때가 많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TK(대구경북)의 대표적인 홍보 자산이다.아직까지 우리나라 지방 정부들은 글로벌 무대에서 자치단체를 잘 대변하고 품격도 높일 수 있는 고유의 브랜드를 사용하는 곳은 별로 없다. 광주시가 컨벤션센터 등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이름을 네이밍(이름짓기)하는 정도가 전부인 것 같다.TK지역도 이제 세계 각 도시로 향하는 관문(공항이나 역, 항만) 명칭을 새롭게 브랜드화하는 작업을 할 때가 됐다. 새마을운동과 한국근대화의 산실인 TK지역은 박정희 브랜드가 해외에 이 지역 정체성을 홍보할 수 있는 최고의 도구다.나는 ‘박정희’라는 인물에 대해 가장 함축적으로 설명한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서울 현충원에서 열린 박 전 대통령 44주기 추도식에서 “박 대통령의 ‘하면 된다’는 정신은 우리 국민에게 자신감을 주었고, 조국에 대한 자부심을 불어넣어 줬다. 웅크리고 있는 국민의 잠재력을 끄집어내서 위대한 국민으로 단합시켰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취임한 이후 전 세계 92개국 정상을 만나 봤지만 모두가 박 대통령께서 이루어낸 압축 성장을 부러워하고, 위대한 지도자의 결단에 경의를 표했다”고 했다.박정희를 해외 정상들이 모두 기억하고 인정해줄 정도로 역량이 뛰어난 인물로 브랜드화한 감동적인 추도사다.홍 시장은 지난 2021년 9월 대선후보 시절 “TK통합신공항을 ‘박정희 공항’으로, 부산 가덕도신공항은 ‘김영삼 공항’으로, 호남 무안신공항은 ‘김대중 공항’으로 명명해 대한민국 4대 관문공항으로 만들겠다”고 공약했었다. 비수도권 도시의 하늘길에 전직대통령의 브랜드를 붙여 세계적으로 홍보하겠다는 생각이었다. 그 후 ‘박정희 공항’은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전에서도 단골 메뉴가 됐다. 지난해 가덕도신공항 이름을 ‘이순신 국제공항’으로 결정해달라는 내용의 대정부 건의안을 낸 경남도의회도 처음에는 ‘박정희 국제공항’이라는 이름을 고민했다고 한다.세계 각국이 역사적 위인들의 이름을 공항 명칭 등으로 사용해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은 일반적인 추세다. 홍 시장의 제안에 대해 대구지역 시민단체인 박정희정신계승사업회(단장 김형기 경북대 명예교수)도 적극 환영한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공항이나 역광장을 새롭게 네이밍하는 절차는 그렇게 까다롭지 않은 모양이다. 대구시민의 합의만 이뤄진다면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명명하는데 주저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2024-03-05

醫·政 강대강 대치, 극적인 돌파구 마련될까

심충택 논설위원 의대 증원을 놓고 정부와 전공의간의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면서 MZ세대 특유의 퍼스낼리티가 우리사회의 주요담론이 되고 있다. MZ세대는 2000년대 전후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한 청년들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대학생부터 자녀를 둔 30대후반 학부모까지 포함된다. 수련병원 전공의들은 대부분 MZ세대다.대구에서는 새해들어 ‘MZ세대 공무원’이 이슈로 거론된 적이 있었다. 공직사회의 보수적이고 수직적인 근무환경에 염증을 느낀 신규 공무원들이 대거 이직을 하는 경향이 계속되자 대구시가 기존 관행(인사철 떡 돌리기, 연가 사용 눈치 주기, 계획에 없는 회식, 개인 연락망 공유)을 타파하는 혁신방안을 내놓은 데서 비롯됐다.전공의와 관련된 담론의 핵심도 ‘의료대란’ 원인 중의 하나를 MZ세대 특유의 성향에서 찾는다는 데 있다. 전공의들이 사법처리 위험에도 열흘 이상 복직을 거부하고 있는 것은, 한국의 부정적인 의료환경 때문에 실제 병원을 떠나겠다는 각오를 했을 수 있다는 논리다.전공의나 의대생들이 우리정부의 의료정책에 거부감을 느끼고 해외에서 기회를 찾으려 하는 움직임은 이미 일반화되고 있다. 아마 의대생이나 전공의를 자녀로 둔 부모들 상당수가 이로 인해 속을 끓이는 일이 많을 것이다. 최근에는 미국 의사면허 시험 정보공유 커뮤니티(usmle Korea)의 접속량이 폭주하면서 한때 접속이 차단되기도 했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했다. 이 사이트는 20여 년간의 면허시험 정보가 누적돼 있어 미국 의사를 희망하는 한국 의사들의 안내 역할을 하는 모양이다.정부가 의대증원 정책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을 ‘시위용’으로 인식한다면 큰 오산이다. 그들의 성향을 볼 때 지금처럼 정부가 국민지지를 믿고 계속 위협을 할 경우, 사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정부가 연일 주동자에 대한 구속수사 원칙을 강조하며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음에도, 이제 전국 주요 수련병원 인턴합격자들까지 계약포기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 이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사실 윤석열 정부가 의대정원을 2천명 늘린다고 해서 한국의료의 고질적인 병폐(필수의료·지방의료 공백사태)가 사라진다는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 오히려 의대정원 확대는 우리사회의 가장 민감한 이슈인 ‘사교육비 뇌관’을 건드려 대형학원 수입만 늘려주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특히 과학·산업계는 인재들이 너도나도 의사가 되기를 희망하면서 연구인력을 어디서 구할지 걱정이고, 재학생들의 대규모 자퇴가 예상되는 이공계 대학들도 비상이 걸려 있다.한가닥 실낱 같지만, 이번 주들어 정부와 전공의 간의 타협 가능성이 보이는 것은 천만다행이다. 정부가 전공의들의 복귀를 전제로 “정원을 포함한 모든 의제가 대화의 대상이 된다”고 했고, 의대 교수협의회도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일부 수련병원에선 전공의들의 현장 복귀 움직임도 있는 모양이다. 정부와 의사단체는 하루빨리 협상 테이블에 앉아 서로 입장을 경청하면서 의료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2024-02-27

주목받는 한동훈식 ‘TK 공천개혁’

심충택 논설위원 4·10총선을 50여일 앞두고 여당의 TK(대구·경북) 현역의원 물갈이 작업이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금까지 단수공천이나 경선이 확정되지 않은 현역들은 불안감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국민의힘은 20일 현재까지 TK지역 현역 25명 중 4명만 단수공천했고, 11명은 경선 대상으로 분류했다. 대구에선 현역 12명 중 주호영(수성갑) 김상훈(서구) 의원 등 5명이, 경북에선 현역 13명 중 김정재(포항북) 의원 등 6명이 경선대상에 포함됐다.만약 경선에서 현역들이 모두 승리하면 TK지역에선 최소 15명(60%)이 국회에 재입성할 가능성이 있다. 보통 경선에서는 인지도가 높은 현역에게 유리하다. 그러나 경선대상 지역의 도전자들도 경쟁력이 만만찮아 현역들이 공천을 안심할 수만은 없다. 특히 가산점(정치신인·청년·여성)과 감산점(권역별 하위 10~30%에 해당하는 의원·동일지역구 3선이상 의원)이 적용되는 지역구는 이변이 일어날 확률도 있다.우선 대통령실과 검사 출신 후보들의 경선결과가 주목받고 있다. 6선에 도전하는 주호영 의원은 정상환 후보와 1대1로 맞붙는다. 경력이 화려한 주 의원에 도전하는 정 후보는 대구지검 특수부장 출신이며, 현재 국민의힘 법률자문위 부위원장과 국가인권위 상임위원을 맡고 있다. 중·남구는 현역 임병헌 의원에 대구지검장 출신 노승권 후보와 박근혜 전 대통령 형사변호인을 맡았던 도태우 후보가 대결한다. 4선에 도전하는 서구 김상훈 의원은 대통령실 행정관 출신인 성은경 후보·대구시 경제부시장 출신인 이종화 후보와 3파전을 벌인다.포항남·울릉 지역구는 4파전 구도다. 현역 김병욱 의원에 최용규(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문충운(국민의힘 여의도연구원 정책자문위원), 이상휘(전 청와대 춘추관장) 후보가 도전한다. 구미갑에는 김찬영(전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실 행정관) 후보가 초선 구자근 의원에게 도전한다.단수공천과 경선 대상에서 제외된 대구·경북 현역 9명은 추가 경선 대상에 포함될 수도 있지만, 컷오프나 지역구 재배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 관계자도 “단수공천이나 경선이 발표되지 않은 현역 의원은 지역구 재배치와 컷오프 가능성이 모두 열려 있다”고 했다. 공관위가 현재까지 미발표한 지역 중에서 전략공천 지역을 먼저 설정한 뒤 후보자 재공모를 해 자발적인 교통정리를 유도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TK지역 초선 의원 지역구는 대부분 경선대상에서도 제외돼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대구에선 홍석준(달서갑) 류성걸(동갑) 강대식(동을) 양금희(북갑) 이인선(수성을) 의원이, 경북에선 윤두현(경산) 김영식(구미을) 김형동(안동·예천) 박형수(영주·영양·봉화·울진) 의원이 추후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국민의힘은 현재 TK지역 공천파동을 우려해 현역교체 폭과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혁공천을 표방한 한동훈 비대위가 공천이 곧 당선으로 연결되는 TK지역에서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공천문화를 선보일지 그 결과가 궁금하다.

2024-02-20

또 다시 우려되는 ‘의료시스템 붕괴’

심충택 논설위원 새해들어 대구 수성구에서 ‘삼도부(三都賦)라는 베스터셀러로 인해 낙양의 종잇값이 올랐다’는 중국 서주시대 고사성어가 현실화하는 일이 생겼다. 수성구에 있는 일부 명문고에서 2024학년도 수능시험 전국 수석이 나오고 수도권 의과대학 진학률이 높아지자, 해당 학교주변 아파트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간다는 것이다. ‘의대 열풍’이 낳는 특이한 현상 중의 하나다.이런 사회분위기 속에서 정부가 최근 2025학년도부터 5년간 의대 정원을 매년 2천명씩 늘리겠다는 파격적인 발표를 하자, 사회 전체가 ‘의대입시 블랙홀’에 빠지게 된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의대정원 확대는 우리사회의 가장 민감한 이슈인 ‘사교육비 뇌관’을 건드리기 때문에, 어느 정부도 선거를 의식해 피해왔었다.정원 2천명 확대는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자연계 모집인원 총 4천882명의 41%에 해당한다. 카이스트와 포스텍(포항공대) 등 5개 이공계 특수대학 모집정원 1천600명 보다도 많다. 성적이 상위권에 속하는 자연계열 학생이면 누구나 의대진학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숫자다.사교육 시장의 큰손인 수도권 대형 입시학원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이미 ‘의대 마케팅’에 들어갔다. 그들로선 의대정원확대가 ‘황금알을 낳는 신시장’이기 때문에 정부정책에 두 손 들고 환영하게 돼 있다. 성적이 상위권인 초·중·고 학생들과 N수생(재수생 이상) 상당수는 입시학원의 새로운 수요자가 될 것이다. 대구학원가도 이미 의대반을 신설하거나 정원을 늘리고 있다. 일부 입시학원에서는 대학 재학생들과 직장인들의 의대재수 관련 문의가 급증하자 야간반 개설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과학·산업계는 우수인재들이 너도나도 의사가 되기를 희망하면 연구인력을 어디서 구할지 걱정이고, 재학생들의 대규모 자퇴가 예상되는 이공계 대학들도 비상이 걸렸다.정부가 의대정원 확대와 함께 지역인재전형 확대 방침도 밝히자 약삭빠른 수도권 학부모들이 지방으로 자녀를 전학시키려는 움직임도 벌써 나타나는 모양이다. 2028학년도부터는 지역인재전형에 지원하려면 중학교도 해당 지역에서 나와야 한다.의료계는 지금 폭풍전야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16개 시·도 의사회는 내일(15일) 전국 곳곳에서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궐기대회를 열 예정이다. 의사협회는 “정부가 싫증난 개주인처럼 목줄을 내던지는 만행을 저질렀다”는 격한 표현을 쓰며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 등 대형 의료기관에서 주요 업무를 담당하는 전공의들과 응급의학과 전문의들도 집단행동에 가세할 예정이다.반면, 정부는 ‘면허 취소’라는 카드를 꺼내며 강경대응할 방침이어서 의료현장의 혼란은 불가피하게 됐다.대구·경북 시도민은 지난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사태를 겪으면서 의료시스템 붕괴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피부로 체험했다. 앞으로 의대정원 확대를 두고 의료계 파업과 정부 강경대응이 이어진다면 응급환자들이 진료도 받지 못하고 숨지는 사태가 속출할 수 있다. 정부와 의료계는 이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가.

2024-02-13

尹대통령 신년대담, 국민소통 계기 될까?

심충택 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이 설 연휴를 이틀 앞둔 7일 저녁 KBS를 통해 신년 대담을 하며 국정구상을 밝힌다. 대통령의 지지율 반등이 절실한 여권으로선 신년대담을 앞두고 초긴장상태다. 대담 내용과 이에 대한 여론 추이에 따라선, 신년대담이 국민소통보다는 불통 이미지를 더 굳히는 악재가 될 수 있어서다.최대관심사는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에 대한 대통령의 발언 수위다. 윤 대통령은 대담 녹화 전 “어떤 질문이든 다 받겠다. 내 생각 그대로 솔직히 말하겠다”며, 예상 질문·답변지를 작성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한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의혹을 없애기 위한 조치다. 일단 명품백 수수 논란과 관련해선, 김 여사가 가방을 받게 된 경위를 비롯해 그동안 제기돼왔던 국민적 궁금증을 해소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심이 가는 부분은 ‘몰카 공작’과 ‘함정 취재’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 아니면 직접 유감을 표명하며 부정적 여론에 대한 돌파구를 모색할 지 여부다.지난 5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윤 대통령 국정지지율이 37.3%로 상승하긴 했지만, 지난주(2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선 29%까지 떨어지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총선 민심이 굳어지는 설 명절이 바로 코앞이라 여권으로선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여론추이다. 부정평가 요인은 ‘경제·민생·물가’가 19%로 앞 순위를 차지하지만 ‘소통 미흡’(11%)과 ‘독단적·일방적’(7%), ‘김건희 여사 문제’(6%)’등도 주요원인으로 꼽혔다.국내외 복합적인 요인이 얽힌 경제문제는 해법을 찾기가 어렵겠지만, 국민소통 등 기타 문제는 대통령 본인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개선할 수 있는 사안들이다. 명품백 문제만 하더라도 김 여사가 함정취재의 피해자인 건 확실하지만, 국민들은 대통령의 솔직한 설명을 듣고 싶어 한다. 이런 측면에서 대통령이 KBS와의 단독대담을 통해 국민과 소통하는 방식은 문제가 많다. 당장 이번 신년대담으로 인해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을 상대로 한 신년 기자회견은 무산돼 버렸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22년 8월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진행한 후 약 1년 6개월간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다. 작년 새해에는 조선일보 단독 인터뷰를 통해 국정 운영 구상을 밝혔다.물론 좌파언론의 편향된 질문과 예기치 않은 돌출행위가 껄끄러울 수 있고, 경호상의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사전 녹화방식의 신년대담은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를 오히려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대담 준비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방송사 측 질문을 여과없이 수용했다고는 하지만, 녹화방송은 질문과 답변의 민감성을 편집으로 걸러낼 수 있어 리스크 관리를 했다는 의혹이 생길 수밖에 없다. 당장 민주당이 “사전에 각본을 짜고 사후 편집이 가능한 녹화 대담은,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만 하겠다는 것”이라며 비판하지 않는가. 대통령직은 좌파든, 우파든 모든 국민을 포용해야 하는 자리라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2024-02-06

영세사업장엔 중대재해법이 ‘저승사자’

심충택 논설위원 지난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5인 이상 모든 사업장에 확대 적용됨에 따라 대구·경북지역 영세기업들이 초비상 상태다.앞으로 이들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고용노동부는 예외 없이 해당 사업장을 대상으로 법 위반 여부를 수사하게 된다.고용부는 이번 주부터 3개월 동안 전국 83만7천개의 사업장을 대상으로 ‘산업안전 대진단’을 실시한다. 산업안전감독관 전원이 이 업무에 매달린다고 가정해도 1인당 1천개 기업을 맡아야 하는 모양이다. 당연히 ‘졸속 진단’이 우려된다.그동안 중대재해법에 무감각했던 소규모 사업장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적용 대상이 된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자영업자(음식점, 빵집, 커피전문점 등)들은 지금 혼란에 빠져 있다. 전문가에게 상담 서비스를 받으려 해도 컨설팅 비용이 엄청나 엄두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특히 금형·주물업 등 이 지역 공단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뿌리산업 사장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뜨거운 쇳물이나 무거운 금속을 다루는 공정이 있는 업종이라 직원들이 잠시만 방심해도 산재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중대재해법은 지난 2018년 12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작업 중 숨진 김용균씨 사고를 계기로 민주당에서 발의해 국회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이 법은 하청 업체를 포함해 사업장에서 근로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할 경우 경영진에게는 1년 이상 징역, 10억원 이하 벌금을 물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 27일부터 새로 이 법 테두리 안에 들어오는 종사자는 800만명 정도 된다.법률 내용 중 형사처벌 근거가 되는 경영진 과실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고의 과실’이나 ‘중대한 과실’이 아니더라도 재해만 발생하면 대부분 과실로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포항에서는 이 법률 시행으로 바다낚시 명소인 영일만항 북방파제가 폐쇄 위기에 놓이는 사태도 발생했다. 길이 500m 이상인 대형 방파제도 이 법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중대재해법의 바탕에는 우리나라 기업이 그동안 산업화 과정에서 근로자의 안전과 생명을 희생시키며 성장했다는 의식이 깔렸다. 기업의 이윤 추구를 위해 근로자 안전을 침해하는 것은 범죄행위이고 강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논리다. 일리가 있긴 하지만, 산재사고의 모든 책임을 기업주에게만 돌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 50인 미만 사업장은 중대재해법이 시행되고 2년 유예기간이 있었지만, 대부분 아직 충분한 준비를 하지 못했다. 안전시설을 완벽하게 유지하더라도 개인이 주의하지 않으면 사고예방이 불가능한 사업장도 많다.대구·경북지역 중소기업 중에는 만약 사고가 나서 사장이 구속되면 그날로 사업을 접어야 하는 사업장이 대부분이다. 사업주가 형사처벌을 받고 폐업할 경우 근로자들은 일터를 잃게 된다.더 큰 문제는 근로자수가 5명이 넘는 사업장 중에서 사법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직원 수를 4명 이하로 줄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영세사업장 기업주나 근로자들에겐 중대재해법이 마치 ‘저승사자’처럼 보인다는 것을 정치권은 알아야 한다.

2024-01-30

‘영부인 명품백논란’이 국가적 의제인가?

심충택 논설위원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주 같은 날 총선 공약으로 ‘저출생 관련 대책’을 발표하면서 처음으로 정책 대결에 나섰다. 여야의 저출생 공약대결이 서로 ‘받고 더’ 식의 카드게임 양상을 보이긴 하지만, 정쟁이 아닌 정책 대결은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지난 주말 “민주당이 지금도 ‘김건희 나빠요’ 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저는 솔직히 관심도 없다. 제발 사법부에 가져가라. 선명한 정책 경쟁을 하자”며 여야의 공약대결 기류에 합류했다.여야가 4·10 총선을 명실상부한 정책대결의 장으로 만들려면 우선 곪은 정쟁요인부터 터뜨려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그동안 여권이 쉬쉬해오던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을 쟁점화한 것은 긍정적이다. 여당이 먼저 영부인 명품백 의혹을 이슈화함으로써 민주당으로선 김이 빠지게 생겼다. 민주당은 현재 ‘김건희 리스크’를 총선득표에 가장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시점을 계산하며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 대장동 뇌물 의혹 특검법) 재의결에 당력을 쏟고 있다.예민한 이 쟁점을 드리블해야 하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쉽지 않은 숙제가 생겼다. 그는 “김 여사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사람들이 기획한 함정 몰카”라고 명품백 논란을 일축하면서도, “국민이 걱정할만한 부분이 있다”는 입장을 지난주 밝혔다. 명품백 논란을 털고 가야 한다는 당내 일부 인사들의 주장에 보조를 맞춘 것이다.대통령실은 한 위원장의 이러한 언행에 부글부글 끓고 있다고 한다. 대통령 비서실장이 직접 한 위원장을 만나 사퇴를 요구하는 위험한 행위도 했다.대통령실과 여권 일각에선 ‘한 위원장이 야당 프레임에 휘말리고 있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지만, 나는 그 반대로 생각한다. 군중심리는 선동과 공작에 취약하고 동조하는 경향이 있다. 김경율 비대위원이 프랑스혁명을 촉발한 마리 앙투아네트를 거론한 것에 대해 대통령실과 친윤 인사들이 펄쩍 뛰고 있는데, 어리석은 행동이다.민주당이 4월10일 총선일에 임박해 쌍특검법 처리를 하는 과정에서 이 이슈를 들고 나오지 않을 것 같은가.설 민심을 고려해 영부인의 입장 표명은 빠를수록 좋다. 당사자가 정직하게 수수경위를 설명하고, 사과할 부분이 있으면 사과하고, 처분받을 부분이 있으면 처분을 받겠다고 하면 된다.명품백 의혹은 절대 윤석열 대통령의 통치권 문제가 아니다. 이 이슈를 그대로 놔둘 경우, 여권 내부 갈등이 어디까지 갈지 짐작하기도 힘들다. ‘명품백 수수 의혹을 사과하는 순간 민주당이 들개처럼 물어뜯을 것’이라는 말도 나오는데, 사과 안하면 들개들이 안 달려들겠는가. 당사자가 먼저 사과를 하고 책임을 지겠다는 약속을 하면, 오히려 좌파진영의 정치공작 효과를 줄일 수 있다.이번 총선에서도 나라 전체가 가짜뉴스나 정치공작성 이슈에 함몰돼선 안 된다. 영부인의 명품백 수수의혹이 과연 국가적 의제인가. 여야가 서로 정책대결에 치중하면서 민생 살리기에 나서는 모습을 보고 싶다.

2024-01-23

與공관위에 정말 ‘공천데이터’ 쌓여있을까

심충택 논설위원 국민의힘이 16일부터 공천관리위원회를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이르면 설 연휴 전에 수도권에서는 공천심사 결과가 나온다고 한다. 현역의원 교체비율이 높아질 TK(대구·경북)지역은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되는 3월 28일에 임박해서 공천자가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제3지대 5개 신당 모두가 공천탈락 현역들을 한 명이라도 더 영입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3월 하순 현역의원 숫자’로 정당기호를 정하기 때문에, ‘기호3번’을 차지하기 위한 신당들의 경쟁이 치열하다.인요한 혁신위가 ‘영남권 희생론’을 제기한 이후 TK지역 현역들은 너나없이 물갈이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대구에서는 ‘현역 1~2인 생존설’까지 거론된다. 현역 교체율이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 4년 전 총선 때 나타난 공천파동이 재연될 수밖에 없다. 당시 미래통합당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까지 합쳐 103석의 의석을 확보해, 보수정당 역사상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정영환 공관위원장은 “공천에 활용할 데이터가 엄청나게 쌓여 있다”고 자신했지만, 역대 보수정당의 공천과정을 되돌아보면 큰소리칠 일은 아닌 것 같다. 당무감사를 통해 현역의원에 대한 컷오프 근거자료는 많이 확보해 놓았을지 몰라도, 영입인사에 대한 검증데이터는 충분할 수가 없다.‘정영환 공관위’는 4년 전 미래통합당 공천책임자였던 김형오 전 국회의장의 ‘공천고백기’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김 전 공관위원장은 21대 총선 공천 실패원인을 ‘총선 참패와 생각나는 사람들’이라는 책에 상세하게 기록해뒀다. 일종의 징비록이다.한 부분만 소개하면, ‘우리는 공천 심사 과정에서 자료 부족으로 허덕였다. 한마디로 있어야 할 자료는 거의 없었다. 공천신청자들이 제출한 서류와 자기소개서 외에 선거구별로 한 페이지짜리의 역대 총선 결과표가 전부라 할 정도였다. 공천 업무를 다루는 공관위원들이 깜깜이 공천에 임해야 했다’고 했다. 정영환 위원장이 “공천데이터가 쌓여있다”고 한 상황과는 딴 세상이다.최근 ‘한동훈 비대위’가 영입한 인사들의 과거 발언이 공개되면서 잇달아 잡음이 발생한 것은 모두가 관련인물에 검증이 허술했기 때문이다. 전략공천 대상자도 이런 식으로 결정하면 공천과정에 큰 혼란이 생긴다. 김형오 전 공관위원장이 “공관위는 공관위원들로만 구성되어서는 안 된다. 전략기획단, 홍보지원단과 대변인, 그리고 검증단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공천후폭풍’을 잘 대비하라는 충고다.여당 공관위에 이철규 의원이 합류한 것을 두고 뒷말이 많지만, 나는 불가피한 인사라고 본다. 마지막 남은 친윤 실세인 이 의원은 얼마 전까지 당 사무총장과 인재영입위원장을 지낸 핵심 당직자다. 정영환 공관위의 활동기간이 짧아서 당이 과거 축적해둔 유무형의 공천데이터를 충분히 활용하려면 이 의원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특히 물갈이 폭이 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영남권의 ‘공천파동’을 최소화하려면 공관위가 전략공천자에 대한 ‘설득력 있는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2024-01-16

한동훈 정치력, 공천과정에서 드러난다

심충택 논설위원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정치데뷔는 일단 합격점이다. 지난 연말 비대위원장에 취임한 후 당을 빠르게 장악했고, 여론의 주목도를 높이는데도 성공했다. 특히 비정치인·전문직 위주의 인재영입과 혁신적인 당직인사로 당의 ‘꼰대 이미지’를 상당부분 없앤 것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돌발현안(민경우 전 비대위원의 노인 비하논란)에 대한 대응능력과 당직 인선 작업의 신속·보안성도 돋보였다.외연확장 과정에서 의외의 성과도 냈다. 민주당 출신 5선중진인 이상민 의원 영입은 앞으로 많은 순기능을 가져 올 것이다. 이 의원의 지역구는 국민의힘 불모지인 대전이다. 여당은 그의 입당으로 7개 의석을 가진 대전은 물론, 충청권과 세종시까지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이 의원은 민주당의 ‘개딸 전체주의’를 공개적으로 비판해 온 정치인 중의 하나다.인재영입위원장을 겸직한 이후 첫 실시한 인사에서 정성국 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과 박상수 변호사를 영입한 것도 성공적이다. 정 전 회장은 교총 역사상 첫 초등교사 출신 회장이며, 박 변호사는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법률 자문으로 학교 폭력 피해자들을 대변해 왔다.한 위원장은 이번 주에도 전국을 돌며 외연확장에 나선다. 지난주에는 민주당 텃밭인 광주를 찾아 5·18 정신의 헌법전문 수록에 적극 찬성 의사를 밝히며, 호남 민심에 손을 내밀었다. 10일부터는 1박 2일 일정으로 경남 창원과 부산을 찾는다. 부산에서는 비대위 첫 현지 회의도 개최한다. 심상찮은 부산 민심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한 위원장에 대한 지금까지의 평가는 그야말로 초반 성적표다. 앞으로 그의 정치력은 공천관리위원회 구성과 함께 총선 체제로 전환하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한 위원장 스타일로는 여권 세대교체를 위해 대폭의 현역 물갈이를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 한 위원장이 공천 실무를 책임질 사무총장 자리에 계파색이 옅은 초선의 장동혁 의원을 선임한 것도 이에 대한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정치문화를 새롭게 바꿔야 하는 여당의 공천심사 과정이 순탄할 리 없다. 예를들어 비교적 젊은 세대인 대통령실 참모나 법조계 출신 후보를 ‘혁신’이라는 명분으로 공천할 경우 세찬 후폭풍이 몰아치게 돼 있다. ‘개혁신당’의 천하람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이 “영남권 현역 중 합류할 분이 있다”고 한 말은, 국민의힘 공천탈락을 염두에 두고 벌써 개혁신당에 합류할 생각을 굳힌 현역이 있다는 얘기다.첨예한 공천갈등에 대한 처리해법은 한 위원장의 정치력을 키울 기회가 될 수 있다. 명심해야 할 부분은 공천관리위원회가 독립적으로 투명하게 업무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칫 ‘용산입김’이 작용한다는 말이 나오면, 공천의 공정성은 물건너간다. 공천관리위원회로 일원화된 공천 기능 중 ‘후보자의 부적격 심사’ 권한을 분산해 그 기능을 윤리위원회에 넘기는 것도 리스크 분산의 한 방법이다. 여당이 이번 총선에서 국민에 깜짝 놀랄만한 혁신적인 공천을 해서 낡은 정치권에 새바람을 일으켜야 민심을 얻을 수 있다.

2024-01-09

테슬라도 ‘출산율’보고 공장입지 정한다

심충택 논설위원 지난 연말 이탈리아 집권 여당이 주최한 행사에 참석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이탈리아에 투자할 의향이 있느냐’는 사회자 질문에 “이탈리아는 투자하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하지만, 저출산 상황이 너무 걱정이다. 노동인구가 감소하면 누가 이탈리아에서 일할 수 있겠느냐”고 대답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이탈리아의 합계출산율(2020년 기준)이 1.24명으로 우리나라(0.7)보다는 월등하게 높은데도 다국적기업으로부터 이런 푸대접을 받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우리정부도 지난 2022년 11월, 머스크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화상면담에서 “한국은 아시아권 최우선 투자 후보지 중 하나”라고 밝힌 이후, 테슬라 전기차 공장 유치를 위해 총력전을 펼친 적이 있다. 항만시설과 여유산업부지가 있는 포항의 경우 유치팀까지 구성해 공장유치 사업제안서를 정부에 제출했지만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아마 윤 대통령도 저출산을 인류 최대의 위협요인으로 꼽는 머스크를 설득하는데 실패한 것 같다.삼성·현대 같은 우리나라 대기업들도 공장입지를 정할 때 해당지역의 인구구조를 우선시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인구규모가 경제성장 잠재력과 동일시되는 이치다.우리사회의 인구위기에 대해 진화생물학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는 “새끼를 낳아서 기를 수 없는 상황에서 새끼를 낳는 동물은 절대로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낼 수 없다. 상황이 좋아졌을 때 새끼를 낳아야 한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한국사람들은 진화적인 관점으로 기가 막히게 적응을 잘하는 민족”이라고 했다. 최 교수의 주장은 우리정부도 이제 적은 숫자의 국민으로 어떻게 사람답게 살 수 있느냐를 모색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일리가 있는 말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인구소멸’의 위험성을 너무 체념적으로 받아들이는 논리다.미국 CNN 방송은 최근 세계 최저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이 앞으로 국방력을 유지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까지 했다. 지금 우리나라는 손쓸 수 없을 정도로 저출산현상이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저출산 위기는 학교 폐교수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새해에 또 전국의 33개 초·중·고교가 문을 닫는다고 한다. 전북이 1등(9곳), 경북이 2등(6곳)을 차지했다.윤석열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만큼 우리나라 저출산의 원인과 대책에 대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저출산의 원인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파악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찾아낼 것”이라고 했다.그러면서 우리사회 저출산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 ‘불필요한 과잉 경쟁’ 때문이라고 진단한 것에 대해서는 공감이 간다. 한국사회 저출산의 직접적인 원인은 뭐니뭐니해도 수도권 집중화다. 좋은 직장과 학교를 비롯한 모든 주요 자원이 수도권에 몰리니까 과도한 경쟁시스템이 유발되고,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것이다. 새해에는 청년들이 비수도권에서도 마음 편하게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구체적인 해법이 나오길 기대한다.

2024-01-02

한동훈, ‘새 정치문화’ 보여달라

심충택 논설위원 어제(26일) 국민의힘 전국위 의결을 거쳐 공식 취임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그의 첫 ‘정치적 작품’인 비대위원 인선작업에 들어갔다.오는 29일까지 비대위원 임명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누가 비대위원이 되느냐에 따라 한 위원장의 당 쇄신 구상이 드러나기 때문에 국민의 관심이 많다. 한 위원장은 성탄 연휴기간 주변인사들로부터 여성·청년 인재를 중심으로 폭넓게 추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현재 거론되는 인물들을 보면, 비대위가 젊음과 도덕성, 전문성으로 무장한 실력파로 구성될 것 같다. ‘한동훈 비대위’가 조만간 출범할 경우, 국민의힘은 전무후무한 정치적 에너지를 가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운동권 중심의 ‘586 정당’이라는 퇴보적 이미지를 가진 민주당과는 대비되는 정당으로 재탄생하게 된다.‘한동훈 비대위 효과’는 그가 위원장으로 지명된 직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전국 유권자 1천6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여론평판연구소의 차기 대통령감 적합도 조사에서 한 위원장이 45%를 차지해 민주당 이재명 대표(41%)를 4% 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그동안 차기 대통령감을 묻는 각종 다자대결 조사에서 이 대표는 줄곧 선두를 유지해왔다. 한 위원장의 중도확장성이 입증된 것으로 볼 수 있는 조사결과다. (자세한 조사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한동훈 비대위’의 앞날은 가시밭길이다. 내일(28일) 당장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검건희 여사 특검법안’을 단독처리한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2010~2012년 사이) 범죄를 조사할 이 특검법은 이미 올 2월 법원이 1심선고를 한 사건이다.1심에서 도이치모터스 회장 권오수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주가조작을 실제로 담당한 직원은 징역2년을 선고받았다. 김 여사는 이들에게 통장을 맡긴 91명의 전주(錢主) 중 1명에 불과하며, 유일하게 기소된 전주 1명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한 위원장은 “선전·선동하기 좋게 만들어진 악법”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야당의 ‘제식구 감싸기’ 프레임에서 어떻게 벗어날지 주목된다.‘인요한 혁신위’가 제안한 당 쇄신작업도 급하다. 국민은 지금 한 위원장이 어떤 혁신적인 정치문화를 선보일지 눈여겨 보고 있다. 한 위원장이 타깃으로 삼아야 할 혁신과제는 공천물갈이와 국회의원 특권 폐지, ‘중수청(중도층·수도권·청년층)’ 외연확대 등 산적해 있다.혁신과제 외에도 한 위원장만이 할 수 있는 숙제가 있다. 보수지지층 결집은 총선승리를 위한 필수과제다. 여당 스펙트럼을 넓히려면 어쨌든 이준석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과는 연대를 해야 한다. 이준석은 오늘(27일) 탈당한 후 1~2주 뒤 신당을 창당하겠다는 계획이다. 야당에게도 손을 내밀어 ‘대화의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따른 반사이익만 기대하는 안이한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동훈 비대위’는 그동안 뺄셈정치를 해온 ‘용산’과는 차별화의 길을 걸어야 성공할 수 있다.

2023-12-26

한국이 어쩌다 마약조직의 거점이 됐나

심충택 논설위원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가 마약치유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다는 기사가 최근 언론에 보도됐다.수차례 마약 투약을 한 혐의로 자식이 법정에 서야 하는 가슴아픈 일을 당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남 전 지사는 “국가 도움 없이 가족의 마약중독을 치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경험으로 깨달았다”면서 “정부가 부처급 기관인 마약 컨트롤타워(마약청)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마약 예방·방지와 수사·처벌, 재활 경로를 통합해 관리하는 국가기구 설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윤석열 정부가 출범당시부터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겉으로 드러난 마약사범 적발 건수만 해도 급증하는 추세다. 올 1월부터 11월까지 검거된 누적 마약사범 수는 1만7천152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던 지난해 연간 검거 인원(1만2천387명)과 비교해서도 38.5%나 증가했다.특히 올 하반기 검거된 10대 마약류 사범이 전년 동기보다 5배 넘게 급증했다는 통계는 충격적이다. 올봄에는 서울 강남 학원가에서 필로폰이 들어 있는 ‘마약음료’를 청소년들에게 나눠 주고 그 부모를 협박한 사건도 발생했다. SNS와 다크웹, 해외직구 같은 온라인 거래가 활성화된 것이 원인이다. 10대 마약류 사범들은 투약뿐만 아니라 밀반입·유통 범죄에까지 가담하고 있어 심각성이 크다.한국이 갑자기 해외 마약조직의 거점으로 부상했다는 섬뜩한 분석도 있다. 태국과 캄보디아, 나이지리아 등 다양한 나라 마약조직이 속속 국내로 활동 무대를 넓히고 있고, 최근에는 싱가포르 마약조직이 서울에 합숙소를 차려 2억원 상당의 마약류를 팔다가 적발되는 사건도 있었다.최근 5년간 해외에서 국내로 밀반입하다 적발된 마약류가 시가 3조원(약 1억명 동시 투약 분량)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한국의 마약범죄가 이처럼 심각한 것은 ‘약한 처벌’과 ‘쉬운 판매’가 주원인이다. 싱가포르와 중국 등은 최근까지 마약사범을 사형 집행했다.미국도 종신형을 집행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한국은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경우가 많다. 국내 마약류관리법 위반 1심 사건 중 실형 선고는 2020년 53%였지만, 지난해부터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렇다 보니 국제 조직이 한국으로 무대를 옮겨 활동을 이어간다는 것이다. 한국 마약시장의 판매 여건이 좋은 것도 문제다. 우리나라 마약단가가 수익성이 높아 해외 마약상들이 한국을 노린다는 분석이다. 인터넷과 SNS 등 온라인 익명 거래가 활성화된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마약범죄 전문가들은 “혁신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한국이 마약거래의 국제적 거점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경고하고 있다.현재의 수사체제(검찰, 경찰, 세관 합동)로는 마약범죄를 발본색원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마약시장은 제조와 유통 전 과정이 철저히 ‘점조직화’ 돼 있다. 남 전 지사가 말한 것처럼 정부부처수준의 컨트롤타워가 마련되지 않으면, 예방과 재활은 물론이고 장기수사는 더더욱 불가능하다. 이제 마약청 신설에 대한 공론화를 시작할 때가 된 것 같다.

2023-12-19

‘장제원 희생’이 여권혁신의 계기되길

심충택 논설위원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그저께(11일) 당 최고위원회의에 지도부·중진·친윤(친윤석열) 의원들의 총선 험지출마 또는 불출마를 핵심으로 하는 6개 혁신안을 전달하고 활동을 종료했다. 당초 성탄절까지 활동시한으로 정했지만, 이날 조기 종료한 것은 여당 기득권 벽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국민의힘 혁신위의 출발은 화려했다. 김기현 대표는 “혁신위에 전권을 주겠다”고 공언했고, 이를 실제 믿은 인요한 위원장은 “와이프와 아이 빼고 다 바꾸겠다”며 강도 높은 혁신을 예고했다.친윤핵심인 장제원 의원(부산 사상·3선)이 어제 국회에서 총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지만, 인요한 혁신위의 성과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40여 일간의 혁신위 활동은 여당 메인스트림의 구조화된 카르텔과 헌신정신 결여, 위기에 대한 무감각 등을 확인한 채 막을 내리게 됐다.당내 비주류 의원을 중심으로 ‘쇄신대상 1순위는 지도부’라며 공개저격하고 있음에도, 김기현 대표는 ‘마이웨이’를 고수하고 있다. 혁신위를 마치 ‘지나가는 소나기’로 인식하며 기득권을 붙잡는 모습을 TV중계처럼 지켜보는 유권자 마음은 싸늘해질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은 현 지도부체제가 공천권을 행사할 경우 내년 총선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시즌2’로 갈게 뻔하다.최근 국민의힘이 자체 분석한 총선 판세분석 결과가 이를 여실히 대변하고 있다. 서울 49석 가운데 우세 지역은 강남과 서초, 송파 일부 등 6곳 정도라고 하니 충격적이다. 2020년 4·15총선 당시 서울 8석보다 당세(黨勢)가 더 쪼그라들었다. 당 기획조정국이 그동안 언론에서 발표한 각 정당 지지율과 지역별 지지율 등을 기준으로 판세를 분석한 데이터라고 한다.민주당은 지금 내년 총선에서 200석 확보를 거론할 정도로 자신만만하다.지난 총선에서 위성정당을 만드는 일을 주도한 이해찬 상임고문은 “지난번처럼 180석을 먹느냐가 관건”이라고 했고, 정동영 상임고문도 “수도권을 석권하면 200석 못 하리라는 법도 없다”고 했다.이들뿐만 아니라 객관적인 자료로 판세분석을 하는 여론조사 전문가들도 “이대로 가면 내년 총선도 4년 전(민주당 180석 획득)과 비슷할 것”이라고 진단했다.민주당은 지금 내부에서조차 “도덕성은 평균이하고 당내 민주주의는 실종됐다”는 자조적인 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정치흐름에 밝은 당 상임고문들이 총선 석권을 자신할 정도로 민심을 얻고 있으니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여당에 대한 실망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혁신위 조기종료 과정에서도 보듯, 여권은 강서구청장 참패 이후에도 달라진 게 별로 없다.윤석열 대통령도 현 지도부 체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니, ‘여권 카르텔’은 갈수록 강화될 것 같다. 국민의힘 혁신위가 내놓은 과제는 민심을 반영한 것이다.여당이 이 과제에 대한 해법을 내놓지 않고는 현 판세를 바꿀 동력을 찾을 수 없다. 장제원 의원 불출마 선언이 여권의 고강도 혁신에 드라이브를 거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2023-12-12

경주지진 후 왜 긴급대책 하나 나오지 않나

심충택 논설위원 국토 정중앙인 충북 괴산에서 4.1규모 지진(2022년 10월)이 발생할 정도로 우리나라 전역은 지진안전지대가 아니다. 지진에 영향을 주는 활성 단층지대와 지구대가 한반도 곳곳에 동서남북으로 펼쳐져 있다.다만, 지난달 30일 새벽 발생한 경주지진도 마찬가지지만 지진 대부분이 ‘주향이동단층(땅이 수평으로 찢어지는 현상)’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강도가 그렇게 크지는 않다. 그렇지만 2016년 경주 내남에서 발생한 진도 5.8규모 지진도 주향이동 단층에서 발생한 만큼, 약한지진이라고 해서 절대 얕봐선 안 된다.이번 경주지진은 2016년 진원지인 ‘내남단층’과는 또 다른 단층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행정안전부가 올해 초 공개한 한반도 동남권(경북, 경남, 부산, 울산) 단층조사 결과를 보면, 이 권역에는 규모 6.5 이상 지진 발생 가능성이 있는 활성단층이 14개나 존재한다.경주지역은 신라시대부터 지금까지 크고 작은 지진이 계속해서 발생했다. 삼국사기 신라본기에 서기 64년 12월 지진이 있었다고 처음 기록된 후, 주기적으로 지진이 발생했다는 사실이 기록되고 있다. 김천욱 연세대 공대 명예교수는 “국보인 불국사 다보탑, 석굴암, 첨성대 등이 무너지지 않고 1천300년이상 견디어내는 것을 보면, 신라인들이 지진에 대비하여 축조물을 건립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조선왕조실록 1405년(태종 5년) 2월 3일자 ‘태종실록’기사에는 “경상도 계림(경주), 안동 등 15개 고을과 강원도 강릉, 평창 등지에 지진이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다.지진은 막을 수 없지만, 잘 대비하면 인명과 재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번 경주지진 이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언론에 종합적인 대책 하나 발표되지 않은 것은 문제가 많다. 만약 4.0 강도의 지진이 도심지에서 발생했으면, 대형재해로 이어질 수 있다.정부나 지자체가 지진 발생 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원전이나 지진대에 있는 구조물의 안전성에 대해 긴급점검을 하고, 대책을 세우는 것 아닌가. 그리고 경북 동해안 일대 활성단층에 대해 면밀한 지질조사도 해야 한다. 다만, 이번 경주지진 진앙과 가까운 월성원전을 비롯해 우리나라 원자로는 진도 6.0이상의 지진일 경우 자동으로 셧다운 되도록 설계돼 있다고 하니 큰 불안감은 해소된다. 김천욱 명예교수는 “만일 6.0이상의 지진이 일어나면 원전은 즉시 가동중단되고 여진이 계속된다면, 비상냉각장치로 원자로의 여열을 모두 제거하기 때문에 일본과 같은 참사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문제는 지진때마다 제기되는 ‘필로티 방식(기둥을 제외한 벽을 제거하여 개방적으로 만든 것)’건축물이다. 건축전문가들은 지진이 잦은 지역은 지금부터라도 필로티 건축을 규제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우리나라 모든 건축물은 지자체에서 허가하는 만큼 규제가 가능할 것이다. 전기·통신 등 사회기반시설의 안전성도 철저히 점검하고, 부실한 축조물(가스관, 교량, 터널, 송유관 등)에 대해서는 빨리 보강조처를 해야 한다.

2023-12-05

여권 주류세력은 ‘넓은 視野’를 가지길

심충택 논설위원 국민의힘이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지 50일이 다 됐지만, 아직 터닝포인트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혁신위가 민심을 끌만한 다양한 혁신과제를 내놨지만, 당 주류인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친윤핵심, 영남권 중진들이 혁신 흐름을 끊고 있다.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에서 야권에 질 경우, 현재의 당 주류 인사들은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정치적 사형선고를 받아야 할 사람들이다.총선이 현 판세대로 진행되면 야권은 수도권을 석권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이 지금처럼 과반의석을 넘으면 입법·사법에 이어, 행정부까지 손아귀에 넣는다. 특검과 해임, 탄핵이 이어질 것이고, 현 정부의 3부기능은 모두 마비된다. ‘동학농민혁명군 명예회복법’ 같은 기상천외한 입법 폭주도 이어질 것이다. 책임은 현재의 여당주류 인사들에게 향하게 돼 있다.국민의힘 주류 인사들은 충분히 이러한 결과를 예상할 수 있음에도 혁신위가 하는 일에 사사건건 어깃장을 놓고 있다.민심이반 위기 돌파를 주도해야 할 그들이 눈앞의 자기이익에 몰두하면서 민심을 외면하는 것이다. 당내에서 유일하게 민심을 반영하는 혁신위원들이 “이대로라면 더는 못 하겠다”며 두 손을 드는 사태까지 왔다.당 혁신위는 내일(30일) 2호 혁신과제인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권고를 정식안건으로 의결하고, 지도부에 공식혁신안으로 제안할 예정이다. ‘주류희생’을 최종적으로 요구하는 최후통첩 절차다. 현재로선 당 지도부가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확률이 아주 높다. 김 대표는 오히려 본인 주도하에 총선을 치르겠다며 당 장악력을 강화하고 있다. 같은 처지인 친윤·영남중진 의원들도 이런 김 대표를 응원하고 있다.혁신위가 당에 권고한 과제 중에는 TK(대구경북)를 비롯한 영남중진들의 희생도 포함돼 있다. 사실 수도권 유권자 입장에서 보면, ‘영남정치세력의 당내 권력독점’은 보수정당을 비토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다. 김영수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 지난 23일 열린 대구경북언론인회 포럼에서 “TK세력의 당권독점으로 인해 선거의 승패를 좌우할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층) 지지가 심각하게 떨어졌다”고 진단했다. 국민의힘이 영남일색인 현 지도부체제를 고집하면, 내년 총선에서 여당바람을 일으킬 동력을 만들 수 없다.당 혁신위도 이를 인식하고, 영남권 중진들이 희생한 빈자리를 중도·청년층으로 대체해 총선에서 외연을 확장하자는 과제를 내놓은 것이다.보수정당 역사에서 TK를 중심으로 한 영남지역 공헌도는 아주 높다. 김용판 의원(대구 달서병)이 언급했다시피, 이 지역 정치인은 위기의 원인이 아니라 위기시 당을 지켜온 주류세력이다. 공감이 가는 말이다. 그렇지만 문제는 영남당 이미지로 선거를 치르면, 승산이 없다는 점이다. 내년 총선은 대한민국의 국가적 안위와 직결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TK를 중심으로 한 여당 메인스트림(주류세력)은 시야를 넓혀, 인요한 위원장이 “나라가 먼저다”라고 한 말을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2023-11-28

대구서 ‘정치적 대중성’ 입증한 한동훈

심충택 논설위원 한동훈 법무장관이 내년 총선판세의 핵심변수로 부상했다. 지난주 대구를 찾아 처음으로 대중들과 스킨십을 가진 한 장관은 며칠 만에 팬덤을 형성할 정도로 성공적인 정치데뷔를 한 것 같다.지난 17일 대구를 방문한 한 장관은 대대적인 환영을 받았다. 한 장관이 가는 곳마다 시민들이 몰려들면서 마치 중견정치인 선거 유세장을 방불케 했다. 한 장관도 바쁜 일정을 미루면서까지 시민들과 즉석 사인회를 열고, 사진 촬영 요청에도 일일이 응했다. 동대구역에서는 시민들의 사진촬영과 사인요청으로 예매해둔 서울행 기차표를 취소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한 장관이 이날 대구시민을 감동시킨 것은 ‘대구시민을 존경하는 이유’에 대한 그의 발언이었다. TK(대구경북)지역은 최근 총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인들로부터 기분이 상하는 소리를 많이 들어왔다. TK의 지원을 받아 국민의힘 대표까지 지낸 이준석은 요즘 다양한 좌파매체에 출연해 대구의 보수성을 공격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호남출신인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TK를 비롯한 영남지역을 ‘낙동강세력’이라고 명명하며 적대시했다. 민주당 정치인들의 TK조롱 사례는 여기서 다시 언급하지 않겠다.반면, 한 장관은 이날 “대구시민들은 6·25전쟁 과정에서 단 한 번도 적에게 도시를 내주지 않고 자유 민주주의를 위해 끝까지 싸웠다. 그리고 전쟁의 폐허 이후 근대화 과정에서 산업화를 진정으로 처음 시작했고 다른 나라와의 산업화 경쟁에서 이긴 분들”이라고 했다. 나는 ‘TK의 아이덴티티(정체성)’에 대해 이만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외지인을 만나본 적이 없다.한 장관이 말한 것처럼, TK지역은 국가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이를 극복하는데 앞장서왔다. 6·25전쟁 당시 이 지역에서는 지게꾼까지 나서서 낙동강 방어선을 사수했다. 자유당 정권의 부패와 독재에 목숨을 걸고 저항했던 대구고교생들의 2·28 민주운동은 이 나라 민주화의 횃불이 됐다. 삼성을 태동시키고 포항제철소를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시키며, 우리나라 산업화의 산실이 된 곳도 TK지역이다.한 장관의 대구방문 이후 그의 정치 데뷔는 기정사실로 된 것 같다. 국민의힘에선 조만간 있을 개각에서 그를 총선출마 후보군으로 합류시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 장관에게 수도권 위기론을 돌파할 역량이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한 장관은 그동안 극단성향이 강한 야당 정치인들과의 논리싸움에서 밀린 적이 없는 여권 내 유일한 인물이다. 이 때문에 문무(文武) 모두를 겸한 ‘조선제일의 검’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한국갤럽이 이달 초(7~9일) ‘선호하는 장래정치지도자’에 대한 여론조사를 한 결과, TK지역에서는 한 장관이 14%로 1위를 기록했다. 그다음이 홍준표 10%, 이재명 9%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이 여론조사 결과는 그의 정치적 대중성을 입증하고 있다. 보수지지층에다 중도·청년층까지 외연을 확장하고 있는 한 장관의 ‘지방순회 행보’가 내년 총선판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023-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