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인플루엔자(SI)의 영향으로 지역 돼지고기 취급 업체들이 시름에 잠겼다.
‘조리한 돼지고기 섭취는 전염에 전혀 상관이 없다’는 보건당국의 발표가 있었지만, 막연한 시민들의 불안감에 지역 돼지고기 유통은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오후 3시께 포항시 남구 H육류 도매점. 바쁘게 움직여야 할 시간임에도 10여명의 직원들은 한산하기만 하다.
예년이면, 피크닉 철을 앞둔 지금이 도매점으로서는 가장 바쁠 시기다. 넘쳐나는 물량을 감당하지 못해 그야말로 ‘돼지고기가 없어서 못 파는’ 대목인 셈이다.
그러나 창고에 쌓인 돼지고기를 볼 때마다 직원들은 한숨부터 난다.
멕시코에서 불어온 돼지인플루엔자(SI) 타격은 너무 아팠다. 최초 언론보도가 이어지고 난 후 일주일 동안 이곳에서 올린 돼지고기 매출은 4만원이 전부다. 이마저도 최근 며칠 사이에는 주문량이 뚝 끊겼다.
별수없이 하루 유통하던 물량도 기존 40두에서 20두로 줄였다. 그래도 피크닉 철이라 혹시나 있을지 모를 기대로 차마 주문을 끊지 못했다.
평소 이맘때쯤 돼지지육(해체 전 돼지)의 가격은 1㎏당 평균 4천500원을 호가한다. 5월을 지나 본격적인 피서철(6∼7월)이면 얼마간의 웃돈까지 기대할 수 있다. 삼겹살의 수요가 이때를 기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인플루엔자란 병마와 싸우느라 기세를 잃어버렸다.
문제는 거래처를 갈수록 더욱 심해진다.
이곳에서 주로 거래하는 곳은 식육점 14곳과 식당 60여곳.
이들 거래처 중 다음주 돼지고기를 주문한 곳은 8곳에 불과하다. 대부분 대형마트처럼 유통량이 큰 곳이지만, 평소 주문량에 절반 정도에 그쳤다. 거래처 식당 1곳은 매출이 급락하자 아예 문을 닫아 걸기도 했다.
결국, 갈수록 다가오는 위기감에 이곳은 손님들을 상대로 돼지고기 홍보대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취재를 간 이날도 가게를 찾는 손님마다 ‘호흡기 질환이지, 돼지고기 소비와는 큰 상관없다’라든가 ‘70도 이상 가열하면 바이러스가 모두 죽는다’ 등 보건당국의 방침을 홍보하느라 아예 장사는 뒷전인 모습이었다.
H육류 도매점 대표 L씨(40)는 “(SI 파동 이후) 직접적 판매처인 소규모 식당들과 식육점이 모두 경영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막연한 오해로 인해 가뜩이나 어려운 불황 속에서 돼지사육 농가와 판매 업주들이 더욱 피해를 입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신동우기자 beat082@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