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대대적 개혁드라이브
한나라당은 내년 총·대선 전초전 성격으로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패배함으로써 대대적인 개혁 드라이브를 거는 것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홍준표 대표는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선거는 국민 여러분이 한나라당에 희망과 애정의 회초리를 함께 준 선거라고 생각한다”면서 “더욱 국민 여러분의 뜻을 받들도록 하겠다. 앞으로 당 개혁과 수도권 대책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당 일각의 `지도부 책임론`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내부에 `이대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엄존하는 데다 당 쇄신 논의과정에서 현 체제가 과연 민심을 수습할 수 있느냐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향후 상황 전개에 따라서는 언제든지 `새판짜기` 요구가 분출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홍준표 대표를 겨냥, “우리 의도와는 무관하게 시대착오적인 이념 규정을 함으로써 젊은 세대들에게 구정치의 전형으로 비쳐질 수 있는 모습이 있지는 않았는지 자성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유승민 최고위원은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 당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에 대해 처절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당 쇄신·야권통합 논의 가속도
민주당은 서울시장 승리에도 불구, 이번 선거를 `내용상 패배`로 받아들이면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민주당 간판을 달고 나간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텃밭인 호남을 제외하고는 전패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손학규 대표 등 지도부 조기교체보다는 당 쇄신과 야권통합에 당내 논의가 집중되는 양상이다.
민주당은 손 대표를 중심으로 야권통합 추진기구인 혁신과 통합,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등과 활발하게 대화하며 통합논의의 주도권을 잡아 나간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12·11 전당대회를 야권 `통합전당대회`로 치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특히 야권의 주도권을 시민세력에게 내주면서 당 간판으로 대선 후보도 못 내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아 향후 논의의 방향이 대대적인 인적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손학규 대표는 “이번 재보선의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많은 곳에서 패배한 데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하고 “이번 선거를 통해 민주당은 야권 대통합이 우리가 가야 할 길임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총선 물갈이 후폭풍 예고
서울시장 자리를 범야권에 내준 한나라당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총선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현역 의원들의 교체 압력이 커질 공산이 크다.
한나라당이 서울 48곳 지역구 가운데 38곳을 차지한 상황에서 야권의 공략을 막아내고 최대한 서울을 사수하려면 공천 개혁과 맞물려 일정 부분 인적 쇄신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의 득표율이 범야권 박원순 후보에 앞선 곳은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3구`와 용산 등 4곳에 불과한 점을 감안, 25개 구(區)별 `성적표`를 토대로 총선 물갈이론이 확산될 조짐이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의 이택수 대표는 “서울을 시작으로 수도권 전반에 걸쳐 현역의원의 교체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못한 민주당도 서울 등 수도권의 경우 총선 물갈이 폭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 재보선에서 호남 2곳에서 승리하는 그야말로 완패한 민주당으로서는 총선에서 전국적인 공천개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창형·박순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