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청와대가 한나라당에 한·미 FTA 비준안의 `10월31일 국회 처리`를 공식 요청한데 대해 민주당 등 야권은 물리적 저지까지도 불사하고 있다.
쟁점은 야당에서 반대해 온 투자자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ISD(투자자국가소송제도)로, 야당은 이 조항이 국내법을 부정하는 독소조항이라면 반드시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이 제도가 노무현 정부 당시의 협상에서 체결된 원안이며, 다른 나라와의 FTA에도 포함된 제도라며 맞서고 있다.
◇한나라, 31일 직권상정할까?
정부와 청와대는 지난 29일 밤 당·정·청 고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회동에서 “한·미 FTA의 내년 1월1일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10월 말까지 비준안을 처리해달라”고 요청했다.
한미 양국간 합의에 따라 비준안이 60일의 준비기간을 거쳐 내년 1월1일 발효되려면 10월 말까지 무조건 통과돼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논리다.
한나라당은 한·미 FTA 비준안의 조속한 처리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처리 시점을 못박는 대신 여야 간 막판 협상을 벌인 뒤 결정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31일이나 다음달 3일로 처리시점을 못 박은 것은 절대 아니다”며 “아직 쟁점이 남아있는 만큼 막판까지 야당을 설득하기 위한 최대한의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30일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와 회동을 갖고 처리 시점 등에 대한 조율을 시도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또한 한나라당과 민주당, 정부간 이날 갖기로 했던 한·미 FTA의 핵심쟁점인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토론회도 야당측의 반대로 무산됐다.
한나라당은 이에따라 이르면 31일 또는 늦어도 11월 3일 여당 단독으로라도 비준안을 처리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야권, 물리적 충돌도 불사
야당은 결사저지를 위한 야권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5당은 ISD 철폐 등 10개 분야에 대해 미국과의 재협상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
19대 국회에서 협정파기 여부를 포함해 다시 논의하자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특히 여당이 일방적으로 강행처리를 시도할 경우 “몸으로라도 막겠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야5당은 31일 공동의총을 열어 물리적 저지 등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한다.
노영민 원내수석부대표는 “한미FTA로 우리가 얻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고, 잃게 될 것은 명백하다”면서 “충분한 논의 없이 강행처리 한다면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막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의 강경 태도는 한미FTA 저지가 야권통합의 핵심고리가 될 수 있는 만큼 민주당이 계속 전략적으로 다른 야당과 보폭을 최대한 맞추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현재 야 5당은 여권의 강행처리가 11월3일 집중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모든 행동을 결집해, 막아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형·박순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