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한나라당 의원들이 한미FTA 표결처리를 위해 국회 본회의장을 기습 점거한 가운데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은 4시8분 의장석 바로 앞 단상에서 최루탄을 터뜨렸다.
본회의 시작에 앞서 `펑`하는 소리와 함께 최루탄이 터지면서 단상 앞에 서있던 김선동 의원은 흰 최루가루를 뒤집어썼고, 바로 뒤에 위치한 정 부의장은 수건으로 코를 막으려 고통스런 표정을 지었다.
김선동 의원은 곧바로 바닥에 흩어진 백색 가루를 모아 정 부의장을 향해 뿌렸고, 정 부의장은 경위들의 호위를 받으며 의장석을 비웠다.
최루 가루가 밀폐된 본회의장을 채우자 여야 의원들은 연신 `콜록콜록` 기침과 함께 눈물, 콧물을 흘리며 본회의장 밖으로 뛰쳐나왔다. 한 의원은 “본회의장은 아비규환”이라고 본회의장 상황을 전했다.
일부 의원들은 본회의장을 빠져나와 화장실로 직행, 눈을 씻어내기도 했다.
최루 가루를 살포한 김선동 의원은 경위들에 의해 본회의장 밖으로 끌려나오면서 “한나라당은 역사와 국민이 무섭지 않느냐”고 격렬하게 항의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본회의장에 다시 입장했고, 일시적으로 격리 조치됐다.
김 의원은 최루탄을 터뜨리기 전에 가방 하나를 들고 단상 주변을 한동안 서성였고, 단상에 서자마자 허리를 굽혀 최루탄 뇌관을 뽑았다는 게 본회의장 참석 의원들의 전언이다.
문제의 최루탄은 민노당 내부에서 보관해오던 것으로 사과탄으로 확인됐다.
그런가 하면, 국회 본회의장으로 향하는 4층 출입문이 부서지고 유리창이 깨지기도 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기습 점거하자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본회의장으로 진입하기 위해 몸싸움을 벌이던 과정에서 유리창 등이 깨진 것이다.
이에 따라, 일부 취재진이 본회의장으로 진입하기도 했으며 민노당 의원들은 본회의장 안에서 플랜카드를 동원해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한미FTA 비준안 통과를 위한 본회의 표결과정의 비공개 결정은 추후 국민들의 지탄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공개가 원칙인 국회 표결과정이 속기사는 물론, 언론까지 없이 진행되는 것은 공식적으로는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박순원기자 god02@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