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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박희태 의장 방문조사 어떻게 하나

등록일 2012-02-19 11:04 게재일 2012-02-1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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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 준용 접견실서 부장급이 직접 신문할 듯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결국 국회의장 공관 방문을 선택했다.

사건의 정점에 있는 박희태(74) 국회의장을 조사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고심한 끝에 부장검사를 포함한 수사팀이 19일 오전 한남동 공관을 찾아가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검찰은 박 의장의 신분을 '사건 핵심관계자'로 지칭했고 현직 국회의장에 대한 예우와 전례를 고려해 조사장소를 정했다고 17일 발표했다.

지난 1997년 김수한 당시 국회의장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기록될 현직 국회의장에 대한 검찰 조사가 어떻게 이뤄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3일 국회에 사퇴서를 제출한 박 의장은 국회 본회의가 열리지 않아 사퇴서가 수리되지 못한 탓에 현직의장 신분으로 조사를 받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방문조사로 선회한 까닭은 = 검찰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박 의장을 소환하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20일 또는 21일 박 의장을 검찰청사로 불러 조사하게 될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검찰은 박 의장이 사퇴서를 제출한 만큼 늦어도 20일까지는 국회가 사퇴서를 수리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4월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 획정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한 여야가 좀처럼 본회의 일정을 잡지 못하자 검찰은 박 의장이 '전직'이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순 없다고 판단했다. 조사를 차일피일 미루다 자칫 수사 흐름을 놓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듯하다.

결국, 검찰로서는 '현직' 상태의 국회의장에 대한 조사를 강행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다음은 조사방식이 문제였다. 국가 의전서열 2위인 국회의장에 대한 예우와 과거 김수한 의장 조사 당시의 전례를 고려해야 했다.

검찰 관계자는 "현직 의장이니까 검찰청사로 부르는 건 국가적인 문제가 좀 있었다"고 전제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오늘 오후에야 조사방법과 장소가 조율됐다. 사퇴 의사는 밝혔지만, 법적으로는 현재도 의장인 만큼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사시점을 휴일로 정한 것은 수사일정이 주된 고려 대상이었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우리가 필요해서 일요일에 조사하기로 한 것"이라며 사건을 조기 종결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작업이 한창인 상황에서 수사를 최대한 일찍 마무리해 정국에 혼란을 주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검찰 관계자는 "필요한 조사는 하면서도 빨리 마치겠다는 게 우리의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부장검사가 직접 조사할 듯 = 검찰은 이상호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장을 포함해 검사 3명가량을 의장 공관에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예우 차원에서 부장검사가 직접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진술 과정을 녹음·녹화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고 영상녹화 장비는 지참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조사 방식은 김수한 의장 때 전례를 준용할 가능성이 크다.

당시 김 의장에 대한 조사는 박상길(사법연수원 9기·전 부산고검장) 대검 중수1과장과 홍만표(사법연수원 17기·전 대검 기획조정부장) 검사가 맡았고 조사장소는 의장 공관 내 33㎡ 규모의 본관 2층 접견실이었다.

오후 5시께 의장 공관에 도착한 박 과장과 홍 검사는 접견실로 바로 올라가 김 의장과 잠시 환담한 뒤 접견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조사를 진행했다. 이들은 식사도 거른 채 3시간30분 동안 공관에 머무르며 김 의장을 조사했다.

그러나 박 의장은 훨씬 더 긴 시간 조사를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의장은 사퇴 기자회견에서 돈 봉투 전달을 사실상 시인하면서도 "수사가 진행되고서야 알게 됐다"며 직접 개입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기자회견 때 한 말로는 예상하기 어렵다. 조사는 해봐야 안다"며 철저한 신문이 이뤄질 것임을 예고했다.

특히 '한 번에 끝내야 할 것'이라는 게 수사팀 입장이라 밤늦게까지 조사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예우 차원에서 길게 못 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그건 아니다"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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