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청, 신고 받고도 늑장 수거로 토양오염<bR>시공사, 고철업자 소행 추청
동빈내항 복원공사 철거현장에서 다량의 벙커C유가 유출됐는데도 포항시와 LH 포항사업단이 이를 2~3일 동안 방치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18일 포항시에 따르면 지난 15, 16일께 남구 송도동 동빈내항 복원공사 철거현장에서 지하보일러 기름탱크가 파손되면서 그 안에 있던 벙커C유 1천800ℓ 정도가 인근 웅덩이로 유출됐다는 것. 3.6t 크기의 보일러 기름탱크안에는 아직도 벙커C유가 절반 정도 남아 있어 추가 유출도 우려되고 있다.
포항시는 이날 오전 10시30분께 철거작업 시공사인 (주)태경 및 LH포항사업단 직원들을 유출사고 현장에 동원시켜 흡착포 등으로 벙커C유 임시 제거작업을 벌인 뒤 이날 오후 2시 폐유 처리업체인 (주)대영환경을 통해 전량 수거 조치했다.
문제는 포항시와 LH포항사업단이 벙커C유 유출사고를 통보받고도 신속히 수거 조치를 취하지 않고 2~3일 동안 방치해 온 점이다. 이 때문에 유출된 벙커C유 상당량이 땅속으로 스며들어 토양을 오염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벙커C유를 처음 발견한 정복자(여·68)씨는 “4, 5일전 이곳 웅덩이에 시커먼 기름이 가득 고여 있는 것을 발견하고 포항시에 신고했는데 2, 3일이 지나도록 수거되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며 “기름 상당량이 땅속으로 스며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벙커C유가 든 기름탱크를 누가 파손했느냐도 의문이다.
철거작업을 맡은 태경측에서는 기름탱크를 파손시키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철스크랩을 노린 고철업자 등의 소행으로 추정했다.
태경 이상현 부장은 “이곳은 종전 신도금속의 사원주택 부지로 지하에 대형 보일러 기름탱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철거작업 인부들에게 파손에 주의하라고 당부했다”며 “아마도 철스크랩을 노린 고철업자 등이 기름탱크를 파손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포항시 남구청은 (주)태경, LH포항사업단 관계자들을 상대로 자세한 유출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김명득기자 mdkim@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