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 천국` 노래하는 울릉주민 이장희
【울릉】 50대 전후반 세대들은 지난 1970년대 크게 유행했던 `그건 너`, `한잔의 추억`,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불 꺼진 창`이란 노래를 기억한다. 당시의 최고 K-팝이었고 이들 노래를 부른 가수가 바로 이장희(65)씨다. 70년대 최고 K-팝 가수인 이장희씨는 지금 울릉도 주민이다.
가수 생활을 접고 1980년대 초 미국으로 건너가 `라디오코리아`라는 교민방송국을 차려 지난 1989년 1월15일 첫 방송을 했다. 라디오코리아는 지난 1992년 흑인들의 LA폭동 때 교민들의 구조 활동을 돕는 상황실 역할도 했다.
“하와이 보다 몇십 배 더 아름다운 곳에 사는 나는 정말 행복한 자연인”농사 지으며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찬가 …7080기념관 건립 계획
2003년 라디오코리아를 그만두고 귀국, 울릉도 북면 현포리에 정착해 10년째 살고 있다.
이씨가 울릉도에 살면서 30년 만에 낸 신곡의 제목이 `울릉도는 나의 천국`이다. 집 앞 입구에 `울릉 천국`이라는 간판을 세웠다.
옛 농가를 구입해 말끔하게 단장해 사용하고 있다. 자신의 집이 울릉 천국이란 이유로 울릉도가 천국인 것은 당연하고 집 앞에 교회가 있으니 우리집은 천국이라며 웃는다. 이씨는 지난 1997년 친구 추천으로 울릉도를 방문해 도동항에 처음 내리자마자 엄청난 자연풍광에 반했다고 했다. 원래 은퇴하고 하와이에 사는 게 꿈이었는데 울릉도는 하와이보다 몇십 배는 족히 아름답다고 울릉도 예찬론을 폈다.
집앞 마당에 연못과 작은 야외 공연장을 만들었다. 농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높은 곳까지 갈 수 있는 모노레일도 설치했다. 하우스 농장도 지어 작은 산골짜기를 그야말로 천국처럼 만들어 놓았다.
또 울릉도 자연과 삶을 예찬한 울릉도는 나의 천국 노래비가 있고 주위에는 자신들과 가까웠던 인기 가수 등 연예인들의 사인을 새긴 주상절리 자연석이 조각공원을 이루고 있다. 이씨는 돈과 명예를 뒤로하고 자연과 혼연일체가 되는 그만의 꿈을 이뤄가고 있다.
“세상사에 쳇바퀴처럼 흐르기 싫었는데 일찍 은퇴한 건 운이 좋았죠. 저 자신을 누구보다 사랑해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일만 하고 싶었어요”
자연은 늘 그를 설레게 했다. 남극, 알래스카, 아마존 등지를 여행하며 대자연을 마음에 품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동부에 있는 데스밸리엔 수백 번을 다녀왔다.
사람들은 `거기에 왜 가느냐`고 묻는데 그건 `울릉도에 왜 사냐`라는 질문과 일맥상통해요. 대자연이죠.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게 뭔가 생각해보니 돈, 명예, 마약, 술이 아니더군요. 살아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대자연이었죠. 자연은 돈도 안 들고 몸에도 좋아요. 그런 자연을 사랑하는 전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씨를 만나보면 과거 그렇게 화려했던 인물인가 의심할 정도로 소탈하고 항상 껄껄 웃는다. 울릉도 마을 사람은 “이씨는 소탈함 그 자체이고 가장 평화로운 `자연인`이다”고 말한다.
이씨는 울릉도 홍보대사다. 방송에 출연할 때마다 울릉도 천국이라고 말하고 울릉도 산나물은 세계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신비의 약초라고 소개하는 등 울릉도 자랑이 대단하다. 이씨는 지난해 경북도민 상을 받았고 가수 조영남 씨 등 연예인을 초청, 울릉군 농민의 날 행사를 이씨의 농장에서 개최하기도 했다.
이씨는 경북도와 함께 농장에 70년대와 80년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가수 조영남, 윤형주, 송창식으로 대표되는 7080세대 가수들의 기념관을 건립, 같은 세대가 많이 찾는 울릉도에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그는 울릉도의 아름다운 자연이 40년 음악 친구들과 방송에 출연한 것을 잊고 지냈던 뮤지션으로서의 나를 일깨웠다고 했다.
“음악은 내게 고향입니다. 음악 하는 나를 찾아 행복해요. 1975년 중단하며 못다 한 노래를 이제 불러볼까 합니다”
그는 인생 여정의 귀착지는 역시 울릉도라고 했다.
“라디오코리아를 경영할 때 경비원을 둘 돈이 없어 개를 한 마리 키웠어요. 16년간 키우다가 울릉도 데려왔으나 끝내 죽었어요. 울릉도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었는데 저도 그 옆에 묻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김두한기자 kimd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