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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금 돼 집단 폭행 당했는데…”

권광순기자
등록일 2012-09-25 21:43 게재일 2012-09-2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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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K여고 학교폭력대책위 `쌍방폭력` 결정, 양측 모두 전학 조치

최근 안동의 한 여고생이 상급생들에게 교내 체육관에 감금된 채 무차별 집단폭행을 당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폭행 현장을 목격한 학생들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후 6시10분께 9교시 수업을 마친 안동 K여고 1학년 김모(16)양이 이 학교 2학년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다. 가해 학생들은 덩치가 큰 운동부 학생들이었다.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지만 교육당국과 경찰은 사건발생 보름이 지나도록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있다.

학교 “사법권 없다”며 방관

경찰 “초기수사 미흡” 인정

◇학교측의 무책임한 사건처리

학교 측은 사건 발생 초기부터 학생들 간에 사소한 쌍방 폭력으로 간주한 채 일부 학생들의 주장만 받아들여 최근 `학교폭력대책위원회`를 열고 피해·가해 학생 모두 `강제전학` 조치를 내렸다. 또 폭행에 가담한 학생과 방관한 학생에게는 단순 `훈계` 조치로 끝냈다. 둘 다 말다툼의 연장으로 쌍방 머리채를 잡고 치고 받고 싸우는 과정이라는 것이 학교 측의 주장이다.

피해자인 김 양의 아버지(48)는 “아이가 끌려가 감금 상태에서 상급생들이 무리로 지어 폭력을 행사한 사실을 알고 있는 목격자들 상당수인데도 학교 측이 어떻게 쌍방폭력이라고 할 수 있는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고 분노했다.

이에 대해 K여고 관계자는 “이해가 가지만 사법권이 없는 입장이다 보니 학교폭력대책자치 위원회의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다” 면서 “사건이 사실대로라면 상부기관의 재심을 통해 얼마든지 구제될 수도 있다” 고 말했다.

지난 20일 K여고에서 열린 학교폭력자치위원회에는 있어야 할 경찰관만 빠진 채 학부모, 교직원 등 6명으로 만장일치 강제전학 조취가 결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어설픈 경찰 초동수사

안동경찰서도 이번 사건을 `쌍방폭력` 으로 간주하고 있다. 사건 당일 현장을 목격한 학생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도착한 시점에는 상황이 종료된 상태였다. 경찰은 가해자나 주위 동료들의 말만 믿고 단순 학교폭력으로 간주한 것.

목격자들에 따르면 피해 학생은 당시 괴성을 지르는 등 극도로 흥분한 상태여서 `맞았다` 는 말 외 별다른 진술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자 피해학생 부모는 지난 12일 관할 파출소에 재차 신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더구나 체육관 앞에 설치된 CCTV도 확인 안한 경찰은 피해 학생이 감금된 사실 조차도 모르는 등 `어정쩡한 초동수사` 라는 비난을 자초했다. 쌍방폭력이라서 양 측이 모두 출석하면 본격적인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직원들이 신고를 받고 출동한 당시에 피해 학생이 부모가 아이들 싸움 같으니 그냥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에 간단한 조사만 하고 조기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면서 “초기 수사가 미흡한 점을 인정하지만 피해 학생이 감금된 상태인 줄은 몰랐다” 고 해명했다.

안동/권광순기자

gskw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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