밟고 때리고 목 조르고… “소름끼쳐”
잇단 학교 폭력에도 학교와 경찰 측 대응은 말뿐임을 확인시키는 사건이다. 체육관에 감금 당한 채 선배들로부터 폭행 당해너무 맞아 감각 사라져…상담했지만 교사는 무시여고생이 선배와 동급생 등 17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교내 체육관에 감금 당한 채 집단 폭행을 당한 뒤 10여일이 지난 현재까지 상처와 심리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했다.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본지 기자가 피해자와 목격자의 진술을 토대로 당시 상황을 정리했다.
10일 오후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친구랑 과학수업을 준비하는데 한 선배 언니가 손으로 턱을 괸 채 내 친구에게 “야, 너 왜 자꾸 야려(노려 봐)” 하면서 시비를 걸어 왔다. 그 언니가 내 친구의 팔을 치길래 내가 “왜들 그래, 그만 가자”라고 하자 그 언니는 욕설과 함께 바로 나의 멱살을 잡았다.
또 언니가 교실 문을 차는 바람에 문에 내 머리가 세게 부딪쳤다. 순간 나도 화가 나서 그 언니에게 반말과 욕설이 나오고 말았다.
주위 학우들이 말리면서 위기를 벗어났지만 그 언니는 다시 멱살을 잡고선 옆에 있던 선생님 보더니 “아, 쌤(선생님) 야 한대만 때리면 안되나요? 지금이야 학교폭력 때문에 이럴 수밖에….”이렇게 말했다.
쌤은 우리를 말렸다. 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에 10여명의 친구들과 함께 있는 그 언니와 또다시 눈이 마주쳤고, 또 시비를 걸어왔다. 이때 언니 친구들 가운데 누군가 “참아, 이따가 해. 쫌만 참아”라고 했다.
뭔가 불안한 느낌이 들어 나는 즉시 학생주임 선생님께 상담했지만 “아~ 이 새끼들, 내가 알아서 한다. 경위서나 써란 말이야”이란 말만 돌아왔다.
수업을 마친 그날 오후 5시42분 쯤. 그 언니의 친구로부터 카톡이 와 있었다. 내용은 “너 체육관으로 와 ㅋㅋ”
계단을 내려가는데 아까 그 언니가 날 보자마자 멱살을 잡더니 체육관으로 질질 끌고 갔다. 마침 저녁식사 시간이어서 줄을 선 많은 학생들이 그 광경을 지켜 봤고 주위 내 친구들이 뗄려고 안간힘을 써도 힘이 얼마나 쎈지 소용이 없었다.
언니는 다짜고짜 체육관 안으로 날 밀어 넣었다. 언니 친구 2명이 이미 대기해 있었다. 나를 보호하려던 내 친구들 중 일부는 멱살까지 잡힌 채 체육관 밖으로 모두 끌려 나갔다.
드디어 언니 친구 1명이 2m 높이의 출입문을 잠그면서 소름끼치는 폭행은 시작됐다. 눈빛이 이상해진 언니들은 체육관 깊숙한 곳으로 자꾸만 날 몰았다.
먼저 문제의 언니가 내 머리채를 잡고 바닥으로 넘어 뜨렸다. 언니 친구가 못 일어나게 계속 발로 밟고 차고 때려서 일어나려고 해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정말 많이 맞았다. 배를 차였을 땐 제대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얼마나 맞았을까. 아픈 감각조차 사라졌다. 아무래도 내 자신을 포기하고 정신을 놓을 것만 같다.
그래도 나는 살고 싶어 부르르 떠는 손으로 그 언니 친구의 옷을 잡았고, 머리카락을 잡는 순간 언니 친구는 “이게 미쳤다”면서 내 뒷머리를 확 잡고선 바닥으로 내팽겨쳤다.
계속 때리고 발로 배를 걷어찼다. 꼬꾸라져도 폭행은 이어졌다. 이번엔 움직이질 못한 상태에서 베드민턴 채로 머리와 어깨, 팔 등 사정없이 때리기 시작했다. 한 언니는 미소를 지은 듯 구경만 하고 있었다. 난 울면서 보내달라고 사정했지만 “못 보내 준다. 오늘 끝장보자”는 말만 돌아왔다.
나는 계속 맞으면서도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내 휴대폰과 우산이 보이길래 집어들었다. “내보내 달라고, 가까이 오지 말라”면서 언니를 향해 휘둘렀지만 폰은 빼앗겨 버렸고, 발로 계속 차이기만 했다.
`이러다가 정말 죽는 거 아닐까` 난 계속 울었고, 경찰에 신고할 것이라고 말할 때마다 언니는 뺨을 때리고 내 목을 조르는 등 폭행이 이어졌다.
정신이 몽롱한 찰라 체육관 밖에서 울면서 문을 열어 달라는 내 친구들의 고함 소리가 들렸다. 아, 이제서야 그만 맞는 건가.
언니들 중 누군가 문을 열었다. 친구들이 우루루 몰려와 울면서 날 안아 줬다. 어떤 친구는 경찰에 신고도 했다. 그제서야 난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빠…. 나 진짜 많이 맞아 죽을 뻔 했어. 정말로…. 평소 밉던 아빠였지만 눈물이 저절로 주르르 볼을 타고 흘러 내렸다.
아직도 그 언니들은 폭행 장소인 체육관 내부 사진을 블러그에 올려 놓고 입원해 있는 나를 향해 `연출`한다며 비웃는다. 학교가 가만 있으니까 이들이 계속 괴롭힌다. 정말 죽고 싶을 정도로 속상하다.
안동/권광순기자
gskwo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