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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한 걱정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3-01-18 06:39 게재일 2013-01-1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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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을 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너무 많은 시간을 걱정하는데 허비한다. 건강 문제부터 시작해 밑도 끝도 없는 온갖 걱정을 달고 산다. 하지만 걱정한다고 해결되는 건 없다. 오히려 걱정한다는 그 걱정 때문에 골치만 아플 뿐이다. 그걸 알면서도 나 역시 걱정이 많다. 가족들이 좀 더 건강하기를 바라고, 자식들 미래가 평탄하기를 원하며, 경제적으로 힘들지 않기를 욕망한다. 얼마나 현실적 이기심으로 가득한 걱정인가.

알고 보면 모든 걱정은 괜한 짓거리이다. 그 말 속엔 미래적 함의가 숨겨져 있다. 오지도 않은 일을 가불해서 생각하는 것이니 비생산적인데다 영혼을 갉아먹는 행위이다. 과거를 말할 때 우리는 걱정이란 표현을 쓰지는 않는다. 과거는 `후회`는 할 수 있을지언정 `걱정`할 대상은 아니다. 걱정이란 오롯이 현재 이후의 다가오지 않은 시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일어나지도 않은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 지나지 않으니 얼마나 쓸모없는 짓인가.

한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걱정을 끌어안고 산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끊임없이 되새기고, 법륜 스님의 강의를 열심히 쫓아다니고, 혜민 스님의 어록을 쉴 새 없이 밑줄 그어도 걱정해서 해방되기는 어렵다. 담백하게 자신을 버리는 게 쉽지는 않다. 어느 누군들 자유를 얻기 위해 팽팽한 삶의 밧줄을 쉽게 놓아버릴 수 있을 것인가. 갖춘 종교인의 경지를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걱정이란 일상의 부담이 많이 줄어들기를 바랄 뿐이다.

내가 하는 걱정은 타인에겐 사소하게 보일 때가 더 많다. 제 삼자에게 설득시키지 못하는 걱정은 걱정으로서의 값어치가 없다. 걱정은 부정을 전제하는 것이지 긍정을 사는 행위는 아니다. 우리가 걱정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내가 걱정을 이만큼 하고 있다` 는 자기 보상 심리 때문일 것이다. 소심한 자가 쓸데없이 걱정할 때 적극적인 사람은 보란 듯이 행동한다. 걱정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날들을 꿈꾼다.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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