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주부 상대 여론조사에서 주부들이 겪는 명절 스트레스의 으뜸은 차례상 차리기였다. 음식장만부터 차례상 준비와 설거지에 이르기까지 온 종일 가사 일을 도맡아하는 주부들의 일 부담이 매우 컸다는 뜻이다.
당시 설문조사에서 “가사 일을 남편이 도와주느냐”는 물음에 절반 이상은 아니라 답했으니 당시 주부들이 느낀 명절 스트레스 강도는 상중하 중 상위급이다.
우리나라 제사문화는 수천 년 역사를 갖지만 격식이 엄격해지고 상차림 음식이 많아진 것은 조선시대부터라고 한다. 조선시대 들어 왕족이 4대 봉제사를 지내면서 사대부 집안도 이를 따르게 되고 이후 서민 가정서도 4대 봉제사를 지내는 풍속이 생겨났다.
왕족의 예법이 일반 서민가정으로 전파되면서 더 많은 조상을 모시게 되고 예법도 까다로워진 것이다. 유교문화는 본래 화려함보다 간소하고 단촐함을 추구하는 사상이지만 격식을 중시하는 조선시대 양반문화가 제사문화에 영향을 주었다는 말이다.
과일은 가장자리에 배치하고 밥과 국은 중앙에, 나물류는 왼쪽에, 생선이나 고기는 오른쪽에 둔다고 했다. 홍동백서, 조율이시, 좌포우혜 등의 말이 만들어진 것.
한국유교문화진흥원 산하 한국예학센터는 설 명절을 앞두고 현대 사회의 변화를 포용하는 현대 맞춤형 ‘설 차례 예법’을 제안했다. 센터는 차례상 부담을 줄이고 가족 간 화합과 행복을 새기는 취지로 설 차례상의 음식은 떡국을 포함 4~6가지 품목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전통은 박제된 유물이 아니라 흐르는 물처럼 시대에 맞게 흐를 때 비로소 우리 곁에 머문다”는 말로 제사상 간소화의 의미를 설명했다. 세태가 달라졌다는 뜻이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