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재정 및 금융의 정책당국이 결정하는 지표들도 역시 미시적인 현상들을 제어한다. 세율, 기준금리 등은 미시적인 경제활동, 경제현상들을 제어하기 위한 정책수단이다. 거시적인 지표가 결정되면 미시적인 행위주체들은 적응해 살아남기 위해 정부당국이 결정한 지표에 자신들을 맞추게 되어 있다. 그래서 정부는 성장과 분배의 균형과 조화를 도모하면서 합리적으로 성장시켜나가기 위해 거시적인 지표들을 관리하는 것이다.
사회전체를 위해 공공재화가 바닥날 위험에 처하면 정부는 공공서비스 가격을 올려야 한다. 그래야만 공공재화의 남용을 막고 절약할 수 있다. 낭비가 없다는 것은 사회적 자원의 효율적 사용이라는 말과 동의어이다. 따라서 전력의 블랙아웃을 걱정할 처지라면 전기요금을 올려야 한다. 전기요금이 올라가면 일반국민들도 전기사용을 줄이고, 기업들은 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귀하지 않고 흔하면 아낄 줄 모른다. 전기요금이 올라가면 올라간 만큼 그들은 자발적으로 대응한다.
국내 용도별 전력사용 비중을 보면 제조업이 50%, 서비스업이 30%를 차지한다. 13~15% 차지하는 주택용은 사용전력량(kWh)에 따라 6단계로 나누어져 1단계와 6단계가 11.7배 차이나는 누진제를 시행하고 있다. 주택용 전기요금을 100이라 할 때 산업용(광업,제조업)은 70%, 일반용(서비스, 공공)은 80% 수준이며, 누진제가 없다. 전기요금의 종합평균에서 국제적인 전기요금수준을 비교하면 일본은 한국의 2.5배, 영국은 2배, 미국은 1.3배이다. 한국은 일본이나 영국만큼은 아니라도 미국 정도의 수준 즉, 30% 정도는 올려야 한다. 기업도 기업시민이다. 시민으로서 사회적 책임이 있다. 그들은 당연히 블랙아웃이라는 사회적 재난 방지를 위해 협력해야 한다. 당연한 책무에 금전으로 보상하는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는 시대정신에 맞지 않다. 협력하지 않을 경우 페널티를 부과하는 것이 옳다.
정책당국은 사회전체의 이익을 위해 가격(전기요금)이라는 강력한 정책수단을 사용해야 한다. 비중이 낮은 주택용은 누진제를 완화해 일반 국민들의 부담을 경감시키고, 산업용·상업용 전기요금은 인상해야 한다. 그러면 개별행위주체들은 가격에 반응해 새로운 균형점을 형성한다. 그 균형점에서 절전, 블랙아웃방지, 국민의 재산인 한전 및 발전회사의 재무건전성의 항구적 확보가 이루어질 수 있다. 즉 모든 면에서 전기요금 인상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전력산업은 저렴하고 품질좋은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한다는 것을 자부심으로 여기고 일해왔지만 지금은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한다. 예외적으로 소년소녀가장, 장애인, 조손가정, 독거노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는 부담을 대폭 경감시켜 줄 수 있는 지원이 제도적으로 강력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경제발전과 자원절약, 경제성장과 사회복지(사회적 약자 보호 및 지원) 등 대립되는 듯 보이는 가치들을 함께 지키며 경제성장의 탄력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긴장을 유지하는 것이라야만 한국이 아직도 정신 못차리고 있는 그리스 꼴 나지 않고 세계일류선진국으로 올라설 수 있는 전략적 방향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