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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 가치의 재발견

경북매일
등록일 2025-05-26 18:28 게재일 2025-05-27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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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지방선거 발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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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승대 울산광역시 행정부시장 

국토의 약 63%를 차지하는 우리나라 산림은 기후 위기와 도시화가 심화되는 이때, 다기능적 가치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지난 3월 발생한 대형 산불로 의성, 산청, 울산 등 영남권 10만4000 ha의 산림이 소실되었다. 산림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 회복된다는 인식이 있지만, 이는 실질적인 재난 대응책이 될 수 없다. 그렇다면 보다 효과적인 산불 대응은 무엇일까.

산림의 생태적 대응으로 ‘수종 전환’이 있다. 산림의 약 37%는 침엽수로, 특히 소나무는 산불에 매우 취약하다. 소나무재선충병과 같은 병해충 피해 저지를 위해서도 수종 다변화가 요구된다. 굴참·상수리나무 등 내화성 강한 활엽수 위주의 ‘내화 수림대’를 조성하면 산불 확산을 늦추는 자연 소화제 역할을 할 수 있다.

호주는 2019~2020년 대형 산불 이후 유칼립투스 대신 다양한 활엽수를 혼합 조림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은 서부 산악지역에 폭 30~50m의 산불 차단 구역과 방화 도로 조성 및 AI 산불 감시 시스템 도입하고 있다.

산불 초기 대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임도’다. 산불 진화 인력의 접근성을 높일 뿐 아니라, 트레킹과 산악자전거(MTB) 코스 활용이나 양떼목장 같은 산지형 관광과도 연계할 수 있어 산악레포츠 자원으로도 가치가 크다. 산불 감시용 카메라 설치, 산림 인접 주택가와 사찰의 비상소화 시설 구축이 병행된다면 산불 대응과 예방 효과 모두 향상될 것이다.

산림의 경제·문화적 가치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 4월 방문한 포항시산림조합은 임산물 산지종합유통센터 건립, 로컬푸드 직매장 운영 등 임산물 시장 확대를 위한 다양한 사업으로 일자리 창출과 임가 소득 증대에 기여하고 있으며, 특히 ‘숲마을’이라는 산림 테마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하여 주목받고 있다. 연간 100만 명이 찾는 이 공간은 생태학습장, 숲 카페, 임산물 판매장, 명상쉼터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수목원을 옮겨놓은 듯한 자연친화적 공간으로 조성되어 있었다.

‘울산숲’과 국제정원박람회장 주변에 조성될 ‘미세먼지 저감숲’은 도시열섬 완화와 탄소 흡수 등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자연친화적 공간으로, 도시와 산림을 잇는 중요한 매개체가 된다.

최근 울산기업인 롯데정밀화학이 스마트 묘목장을 건립해 주었다. 도심 내 숲과 정원이 많이 만들어지면 더 많은 나무와 꽃이 필요해지고 묘목 재배와 화훼산업도 활성화될 것이다. 나무 의사, 식물 병원도 만들어져 현대인의 아픈 마음까지 치유해 줄 수도 있다.

결국, 산림은 단순한 휴식공간을 넘어 기후 위기 대응, 삶의 질 향상,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중요한 자산이다. 이제는 산림의 생산성과 재해 대응력을 높이고 정원문화를 확산해 산림정책을 고도화할 때이며, 이는 산림청을 산림부로 승격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영화 ‘아바타’에 나오는 어머니 나무가 있는 숲은 인류가 탄생하고 오랜 기간 자라온 삶의 터전이었다. 도시화로 인해 망각해 온 에덴동산을 새롭게 다시 찾아 만들어가는 것은 어떨까.

/안승대 울산광역시 행정부시장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단체장 출마 희망자의 기고문을 받습니다. 후보자의 현안 진단과 정책 비전 등을 주제로 200자 원고지 7.5∼8.5장 이내로 보내주시면 지면에 싣도록 하겠습니다. 기고문은 사진과 함께 이메일(hjyun@kbmaeil.com)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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