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여행을 두고 돌아오지 않는 눈부심이라고 비에 젖은 꽃잎처럼 말하는 시인이 있다. `누가 여행을 돌아오는 것이라 틀린 말을 하는가 / 보라, 여행은 안 돌아오는 것이다 / 첫 여자도 첫 키스도 첫 슬픔도 모두 돌아오지 않는다 / 그것들은 안 돌아오는 여행을 간 것이다 / 얼마나 눈부신가 / 안 돌아오는 것들`. `여행`이란 편도 차표를 끊은 이진명 시인은 사그라지는 것들의 씁쓸한 찬란함에 주목한다. 차표 쥔 시인의 손끝에 매달려 옴짝달싹도 하지 못한 채 새벽을 맞는다.
모든 만남은 여행의 다른 이름이다. 반짝이는 모래알, 뭉툭한 자갈돌, 설레는 무지개, 번득이는 번개처럼 여로의 꽃은 피고 진다. 애초에 질 꽃이라면 씨앗 심지 않으면 좋으련만 거기까지 미치지 못하는 순정한 영혼들은 만남이란 꽃을 피운다. 하지만 꽃의 길은 필연적으로 희거나 검은 상처를 드리운다. 돌아오지 않거나 돌아올 수 없는 그 흔적들이 뭉쳐져 삶을 단련시킨다. 첫 슬픔이거나 첫 매혹이었을 그것들은 때가 오면 담담하게 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 여행이란 꼭 돌아와서 좋은 것이긴 하지만 가끔은 돌아오지 않아서 찬란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의혹으로 흔들리는 누군가의 눈빛을 읽는다거나, 닿을 수 없는 협곡 같은 절망이 그대 입술에 맺힌다면 이제 당신들은 여행을 끝낼 시점이다. 돌아오지 않을 그 꽃잎일랑 놓아주고, 새로운 씨앗을 틔우는 여행을 꿈꿔도 좋은 것. `첫`이라는, 안 돌아오는 것들의 묵직한 축복을 위해 시가 있고, 씁쓸함이 있고, 잠 못 드는 새벽은 온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