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에서의 공감(empathy)은 객관성을 담보한 이해의 감정이다. 당사자의 감정을 함께 느끼고, 그 사람 안을 들여다 볼 수 있을 만큼 이해하되, 나의 입장과 관점을 버리지 않는 의지가 내포되어 있다. 반면에 동정(sympathy)은 주관적 심리 상태의 자기 반영이다. 나도 너와 다르지 않고, 같은 기분이라는 직접적 감정으로 상대에게 쉽게 동화되는 상태를 말한다.
한 예를 들어보자. 직장 상사에게 서류철을 패대기 당하고 뺨까지 맞은 남자가 있다 치자. 공감하는 여자라면 남자의 서류철 정도를 챙기고, 남자가 자신의 억울한 얘기를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한다. 남자의 하소연에 맞장구를 치되 객관성을 잃지 않고 가만히 들어준다. 반면 동정하는 여자라면 남자보다 자신이 더 흥분하고 감정이입 되는 바람에 울음을 터뜨리거나 상사에게 덤빌지도 모른다. 난처하고도 억울한 남자의 입장이 곧 나의 감정이 되어 중심을 잃고 동화되어 버린다. 남자는 자신의 감정에 앞서 여자의 태도에 더 당황하게 된다.
수치심이나 열패감 또는 슬픔에 휩싸일 때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동정보다는 공감을 원한다. 동정은 나와 똑 같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고, 공감은 나를 위로해주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공감하느냐 동정하느냐는`감정의 객관화`에 달려 있다. 오늘밤 술 취한 친구가 슬픔이나 분노로 횡설수설할지도 모른다. 동정하고 싶다면 친구보다 더 취한 목소리로 친구 편을 들자. 당황한 친구는 퍼뜩 술이 깬 나머지 다시는 당신에게 하소연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반면, 공감하고 싶다면 친구 얘기에 그저 옳다고 맞장구 쳐주며 들어주자. 비록 취했지만 자신을 이해하고 있다는 걸 친구는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공감하는 당신은 동정하는 당신보다 향기롭고 미덥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