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날까지 철강업 하고 싶었던 `거인`<br>40여년 온 몸 바쳐 누비던 현장 떠나다
“죽는 날까지 철강업을 하고 싶다”
고(故) 이운형 세아그룹 회장이 지난 신년인사회에서 했던 말이다. 고인은 그가 원했던 삶을 마지막까지 살다 간 것이다.
고인의 영결식이 지난 16일 오전 8시부터 9시30분까지 서울 정동제일교회에서 정준양 포스코 회장 등 철강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엄수됐다.
송기성 목사가 설교를 한데 이어 이구택 전(前) 포스코 회장, 박수길 한양대 명예교수(前 국립오페라 단장), 김진규 세아홀딩스 대표이사, 고인의 친동생 이순형 세아그룹 대표의 조사 순으로 진행됐다.
이구택 전 포스코 회장은 “출장 다녀온 이후 저녁 먹기로 약속했는데 이렇게 떠나는 것이 어디 있냐”며 아쉬움을 밝혔다.
김진규 세아홀딩스 대표이사는 “출장으로 본인이 없는 동안 빈자리를 잘 지켜달라고 말한 것이 회장님의 마지막 말이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세아그룹을 이 정도의 규모로 키워 놓은 고인은 진정한 최고경영인(CEO)”이라고 말을 이었다. 이순형 세아홀딩스 회장은 “고인의 빈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지고 있지만 어쩌면 영원히 빈자리를 다 채울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영결식에서 고인의 업적을 기리는 추모사가 이어지자 식장은 눈물바다를 이뤘다.
고인은 창업주인 해암 고(故) 이종덕 회장의 뒤를 이어 40여년 간 철강인으로서 현장을 누볐다.
부산파이프 부사장 시절 회사가 본격적으로 해외 수출에 물꼬를 틀 무렵 거침없이 사우디아라비아로 건너가 현지인들의 반응을 이끌어 내며 서울공장 1년치 생산량을 수출하는데 성공했던 일화도 있다. 고인은 세아제강을 세계적인 강관회사로 성장시켰고, 냉간압조용선재와 마봉강 등을 생산하는 세아특수강을 인수, 2011년 코스피 상장과 더불어 연매출 6천500억원 규모로 성장시키는 등 세아그룹을 재계 40대 기업으로 도약시켰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03년 법정관리 중이던 기아특수강(현 세아베스틸) 인수해 연매출 2조원 규모의 그룹내 핵심 기업으로 재탄생시킨 장본인이다.
고인은 해야 할 그 많은 일들을 다 놓고 홀연히 우리곁을 떠났다.
/김명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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