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면증까지는 아니지만 나 역시 잠이 많다. 호흡기도 좋지 않은데다 운동을 싫어하니 기초체력이 많이 달린다. 자연히 모자라는 체력을 잠으로 보충하게 된다. 젊었을 때부터 그랬다. 기면증이 타고났거나 체질이듯 다면증 역시 타고난 체질과도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 중년에 접어들면 점점 잠이 없어져 잡생각이 많아진다는데 나로선 남는 시간엔 잠으로 체력 보충을 하느라 잡생각이 끼어들 틈조차 없다.
젊은 시절부터 유독 잠이 많았다. 수업 마친 뒤 버스 타고 집에 오는 것만으로도 힘들어 그대로 뻗어 잠든 기억이 숱하다. 두통과 근육통이 몰려오며 극도로 피로해진 신체는 오직 잠만을 불러댔다. 한밤까지 잠들지 않고 있다는 건 극히 드문 일이었다. 그때부터 신체적 약점을 알고 기초체력을 다졌으면 많이 좋아졌을 텐데 그 노력도 없이 잠으로 모든 에너지를 보충하려고만 했다.
이번 휴일에도 내리 잠만 잤다. 한번 자면 그것도 얕은 잠이 아니라 깊은 잠을 잔다. 남들은 불면증으로 고생한다는데 너무 잠이 쏟아지니 이 또한 정상은 아닌듯 싶다. 찜찜하고도 불필요한 낮잠에서 깨어날 때마다 내가 혼자 하는 말 - 뭔가 이루지 못했다면 팔 할이 잠 때문이다. 체력 보충제로 활용하는 잠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는 한 그 자책은 붙어 다닐 것이다. 나쁜 습관은 자책을 낳고 자책은 또 다른 잠을 낳고.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