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그미의 사무실에 들렀을 때 빈 화분들이 눈에 띄었다. 꽃과 시를 무척 좋아하는 이지만 시간에 쫓기다 보니 새로 꽃을 채울 시간조차 내기 어려웠던 모양이었다. 저 빈 화분을 내가 채워줘야지 하고 생각했었다.
지난번 다시 들르게 되었을 때 나는 빈 화분을 챙겨 화원에 들렀다. 신경 쓰이는 업무가 많은지 그녀는 요즘 들어 머리가 아프고 호흡기도 안 좋아졌다고 했다. 로즈마리를 키워 상쾌한 기분을 맛보고 싶다고 했다. 네댓 개의 화분에다 로즈마리, 선인장 등의 화초를 채웠다. 그 중 선인장 화분은 다시 그녀로부터 선물을 받았다. 화초를 좋아하면서도 키우는 재주는 없는데 선인장이 잘 자라주었으면 좋겠다. 물 줄때마다 그녀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책 주문을 마쳤다는 그녀가 말한다. 로즈마리 잎을 살짝살짝 건드려 향을 맡으며 하루를 시작한다고. 허브향 덕분인지 머리도 덜 아프고 기분도 한결 나아졌단다. 매사에 열성적이고 긍정적인 캐릭터가 매력인 그녀가 그렇게 말하니 덩달아 나도 상쾌해진다.
저녁 무렵, 역시 좋아하고 아끼는 다른 지인으로부터 이런 문자가 날아든다. 낮에 누군가로부터 받은 문자인데 내게도 꼭 전해주고 싶었다고. `오늘은 아무 생각 없고 / 당신만 그냥 많이 보고 싶습니다 - 김용택의 `푸른 하늘` 단 한 문장으로 이루어진 단출한 시가 이토록 묵직한 선물로 느껴지는 건 왜일까? 오늘 하루는 `정`에 대해서만 생각하라는 하늘의 뜻으로 알겠다. 그 정감 릴레이를 당장 그녀에게로 이어가야겠다. 오늘은 아무 생각 없이 푸른 하늘만 보고 싶다고.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