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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안에 있는 성폭력문화

등록일 2013-06-05 00:03 게재일 2013-06-0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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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구 청도경찰서 경무계 경장

스페인의 감독 길레르모 델 토로는 1990년 영화 `줄리아`로 전 세계에 충격을 주며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영화의 줄거리는 스페인의 빈민가에서 자라난 평범한 소녀 줄리아가 인신매매조직에 납치돼 성폭력을 당한뒤 매춘굴에 팔려가나 우연히 만난 전직 청부살인업자의 도움으로 거기서 탈출한 후 자신을 팔아넘긴 인신매매조직에 복수한다는 내용이다. 내용도 당시로서는 충격을 줄만한 것이지만 무엇보다 영화는 법과 그것을 집행해야 할 경찰의 보호가 미치지 못하는 스페인 사회에 만연한 여성 성폭력문제를 잔혹한 영상으로 보여줌으로써 여성들에게 충격과 경악을 안겨줬다.

물론 20여년이 지난 지금 스페인이나 우리나라에 인신매매와 같은 흉악한 범죄는 자취를 감췄지만 스페인에서는 아직도 여성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성폭력 위험도는 심각하며, 경찰력도 부패해 여성 배낭여행자들에게는 절대 주의해야할 국가로 인식돼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밤거리를 여성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녀도 안전한 우수한 치안력을 자랑하는 나라가 됐다.

새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에서 경찰은 4대 사회악 척결에 매진하고 있다. 4대 사회악 중 가장 강도 높게 추진하고 있는 것이 성폭력 추방이다. 그러나 경찰 혼자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 사회 대다수 구성원이 성폭력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예방에는 대체적으로 공감하고 있지만 성폭력, 특히 아동에 대한 성폭력 근절이라는 목표에 대한 대대적인 협조와 이해를 끌어내기는 어려워보인다. 아직도 성폭력은 범죄이기 이전에 인간으로서 용납될 수 없는것이란 인식이 충분히 공감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 아이에 대한 성폭력은 한 인간의 존엄을 짓밟는 행위일 뿐 아니라 가정을 산산히 깨뜨리는 무서운 범죄다. 이런 인식이 기본 상식으로 자리잡는 그 날이 돼야 우리나라가 진정한 치안강국이자 선진국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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