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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팔꽃

등록일 2013-07-08 00:30 게재일 2013-07-0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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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명 숙
첫새벽이 다가와

찬물을 끼얹자

팽팽히 귀를 매둔

어둠의 솔기가 터졌다

보랏빛 벨벳으로만

안을 덧댄 어둠이었다

여름밤은 달아나고

어둠의 딸 태어나

넝쿨손 뽑아올리며

혈통을 증거한다

한 뼘씩 허공을 디디며

아침에게로 기어간다

혼곤한 어둠 속에서 웅크린 시간들이 어디 캄캄한 밤을 견디고 건넌 나팔꽃 뿐이겠는가. 참된 아름다움과 가치는 어둠 속에서 기다리며 자신을 더 빛나게, 더 가치롭게 닦고 견디며 빛을 기다리는 건지 모른다. 넝쿨손을 뽑아올리며 한 뼘씩 허공을 디디며 아침으로 기어오르는 나팔꽃에서 견고한 희망을 본다. 그런 것은 어디 저 풀꽃뿐이겠는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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